[OSEN=고성환 기자] '일본 캡틴' 엔도 와타루(31, 리버풀)가 아직도 방출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영국 '더 선'은 13일(한국시간) "리버풀은 위르겐 클롭 감독의 마지막 계약 중 한 명인 엔도를 판매하는 데 열려 있다. 그는 안필드 주전 경쟁에서 순위가 미끄러졌다"라며 "리버풀은 마르틴 수비멘디(레알 소시에다드)를 놓친 뒤에도 여전히 엔도를 내보낼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일본 대표팀 주장인 엔도는 지난해 여름 슈투트가르트를 떠나 리버풀 유니폼을 입었다. 클롭 감독이 그의 안정적인 수비력을 고평가하면서 깜짝 이적이 성사됐다.
우려의 목소리도 컸지만, 엔도는 베테랑답게 프리미어리그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는 데뷔 시즌 리그 29경기를 포함해 총 43경기에 출전하며 리버풀 중원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클롭 감독은 "31살 일본 미드필더와 계약할 때 그가 PL에서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이 있었을까? 아무도 몰랐지만, 그렇게 됐다. 엔도는 월드클래스 선수로 발전했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둘의 인연은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클롭 감독이 '번아웃'을 이유로 돌연 축구계를 떠나 휴식을 선언한 것.
새로 온 아르넷 슬롯 감독은 엔도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그는 프리시즌에서 엔도 대신 도미니크 소보슬러이와 라이언 그라벤베르흐에게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결국 슬롯 감독은 새로운 6번 미드필더를 찾아나섰고, 수비멘디를 점찍었다. 앞서 영국 '더 타임스'는 "리버풀은 수비멘디와 계약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들은 수비멘디가 안필드로 이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슬롯 감독은 엔도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소시에다드 성골 유스인 수비멘디는 라리가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다. 181cm의 신장으로 체격이 아주 큰 건 아니지만, 수비수 못지않은 뛰어난 수비력으로 뛰어난 안정감을 자랑한다. 여기에 패스 실력까지 갖췄기에 후방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까지 책임질 수 있는 선수다. 많은 팀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6번 미드필더의 정석인 셈.
수비멘디가 합류한다면 자연스레 엔도는 벤치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리버풀은 적절한 제안만 온다면 엔도를 판매할 생각이었다. 일본 '사커 다이제스트'도 "엔도는 리버풀에서 계속 경쟁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라며 "그가 방출명단에 포함돼 올 여름 이적할 가능성이 크다. 이적하지 못하면 시즌 내내 기회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시에다드 측에서도 수비멘디를 억지로 붙잡을 생각이 없었다. 디 애슬레틱은 6000만 유로(약 900억 원)의 바이아웃 조항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도 "소시에다드는 수비멘디가 리버풀 이적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들은 수비멘디가 떠나고 싶어 한다면 그의 바람을 들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수비멘디가 리버풀에 합류하는 대신 평생 함께해 온 소시에다드에 남기로 결정한 것. 중원 파트너 미켈 메리노가 아스날 이적을 앞두고 있는 만큼 팀을 떠나기 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디 애슬레틱은 "리버풀은 처음엔 수비멘디가 이적에 열려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영입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안필드 이적을 거부했다. 수비멘디 영입은 6000만 유로의 바이아웃 조항을 전액 지불해야 하기에 복잡해지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에선 엔도가 다시 중용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났다. 일본 '울트라 사커'는 "폴 조이스 기자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리버풀이 또 다른 6번 미드필더 영입을 추진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라며 "수비멘디가 영입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엔도에게도 기회가 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엔도의 라스 팔마스전 활약을 칭찬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리버풀은 여전히 엔도를 정리할 생각으로 보인다. 더 선은 "슬롯 감독은 엔도보다 그라벤베르흐와 스테판 바이체티치를 홀딩 역할에서 더 나은 선택지로 여기는 것 같다. 이는 1군에서 뛰고 싶어 하는 엔도의 미래를 의심케 한다"라며 "엔도는 단 한 시즌 만에 안필드를 떠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엔도에게 2004년생 유망주로 아직 제대로 된 1군 경력도 없는 바이체티치에게 밀린다는 건 사실상 방출 통보나 다름없다.
셀틱과 마르세유가 엔도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더 선은 "셀틱은 리버풀 내 경쟁에서 크게 밀려난 엔도를 매우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브렌던 로저스 감독은 엔도 영입이 스코틀랜드와 유럽 무대에서 그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마르세유는 올여름 이미 엔도 영입을 추진했던 팀이다. 이적료로 1400만 유로(약 209억 원)를 제안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액을 높여서 다시 제안한다면 리버풀로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 더 선은 엔도의 몸값이 1500만 파운드(약 261억 원) 정도 될 것이라며 셀틱보다는 마르세유가 영입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만약 엔도가 리버풀에 남는다면 그라벤베르흐가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라벤베르흐는 엔도보다 공격적인 성향의 미드필더지만, 프리시즌을 통해 변신 가능성을 보여줬다. 리버풀 팬 사이트 '안필드 워치'도 그라벤베르흐가 '이상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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