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청주=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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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격 국가대표 오예진이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 청주종합사격장에서 권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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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입엔 문 오예진의 모습. /사진=뉴시스 |
19살에 '사격 여제'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그녀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이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사격 최초로 공기권총 금메달을 딴 오예진(19·IBK기업은행)이 다시 냉혈한 저격수로서 과녁을 겨눈다.
스타뉴스는 지난 달 29일 청주종합사격장에서 훈련이 한창인 오예진을 만났다. 금메달의 영광을 한껏 누리기도 전에 다가오는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봉황기 전국사격대회에 출전했고 오는 4일부터 국가대표선발전을 겸하는 경찰청장기에 나선다. 놀랍게도 오예진이 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쉰 날은 딱 '이틀'뿐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물음에 오예진은 "대회가 계속 있었고 이젠 국가대표 선발전이라 훈련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며 "열심히 훈련하면서 다시 '사격 인생'으로 살고 있다"고 웃었다.
지난 7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선수단의 대회 두 번째 금빛 낭보가 들려왔다.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그야말로 깜짝 금메달이 나왔다. 당시 오예진은 세계랭킹 35위였고, 대한체육회가 예상한 메달 가능성 선수 명단에도 이름이 없었다. 그러나 오예진은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우며 보란 듯이 금메달을 따냈다. 놀라운 건 오예진 본인조차 메달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예진은 "저도 금메달을 딸지 몰랐다. 처음엔 '결선에라도 오르자'가 목표였다. 그런데 결선에 오르니 '어떤 메달이든 따자'로 바뀌었다. 그런데 금메달을 땄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상은 못 했지만 상상은 했다. 경기를 시작해서 끝내고 메달 세리머니를 하는 것까지 쭉 상상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당찬 '이미지 트레이닝'이 실력과 어우러지며 그대로 실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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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진이 지난 20일 전남 나주 전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제54회 봉황기 전국사격대회'에서 25m 권총 사격 예선 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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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예진. /사진=박재호 기자 |
'반전 인터뷰'가 이어졌다. 당차고 강심장인 금메달리스트인줄 알았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했다는 것. 오예진은 "진짜 너무 떨려서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였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하지만 전 긴장하면 오히려 몰입이 잘 되는 타입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기질이 있다. 계속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며 경기를 펼쳤다"고 전했다.
오예진의 캐러멜 '새콤달콤' 루틴도 화제였다. 사대에 오르기 5분 전과 입장 직전 새콤달콤을 먹는 것이다. 여러 가지 맛 중 오직 '레몬맛'만 먹는 것도 독특하다. "원래 제가 캐러멜뿐 아니라 사탕이나 젤리도 레몬맛을 가장 좋아한다. 음료수도 웬만하면 레몬에이드만 마신다"고 밝혔다. 다른 제품으로 '갈아탈' 생각이 없냐고 묻자 "아직까지는!"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금메달 후 제품 제조사인 크라운제과는 오예진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 새콤달콤 7박스(630개)를 선물하기도 했다. 오예진은 "새콤달콤은 식당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나눠 드리고 있다. 제 동료들에게도 챙겨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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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에서 나란히 메달을 따고 기뻐하는 김예지(왼쪽)와 오예진.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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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자세를 취하는 오예진. /사진=박재호 기자 |
오예진은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딴 '엄마 총잡이' 김예지(32·임실군청)와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 선수 2명이 올림픽에서 동반 메달을 획득한 건 2012 런던 올림픽 진종오(금), 최영래(은) 이후 12년 만이라 더욱 뜻깊었다. 경기 직후 둘은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껴안았다.
오예진은 "(김)예지 언니가 '너무 수고했다'며 안아줬다"면서 "직전 봉황기 때는 서로 소속팀이 달라 대회 동안 많은 얘기를 하지 못했다. 이번에 언니가 머리를 새로 했는데 예쁘다고 말해줬다"고 웃었다.
이어 "예지 언니는 진짜 밥 먹고 훈련만 한다. 그만큼 열정이 크고 사격에 진심이라 대단한 선수가 되는 것 같다. 포기란 없고 오직 최선을 다하신다"고 선배를 향한 존경을 나타냈다.
사대에 오르면 누구보다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사수로 변하지만, 총을 놓으면 보통 열아홉 살 또래들처럼 해맑다. '최애' 연예인을 꼽아달라 하자 주저 없이 배우 안효섭(29)을 꼽았다. 오예진은 "이건 아무 데서도 얘기 안 했는데. 제 예전 총 번호도 안효섭 배우님 생일이었다"고 깜짝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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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효섭. /사진=더프레젠트컴퍼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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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제주에 도착해 공항을 나서는 오예진. /사진=뉴시스 |
오예진은 올림픽 금메달 이후 목표가 '그랜드슬램'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외에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야 한다. 그는 "목표까지 가는 과정에서 제가 저를 인정할 수 있는 모습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어 "먼 미래에는 '오예진하면 사격, 사격하면 오예진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오랫동안 잘했던 선수, 단단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미숙한 국가대표'라고 표현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저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이제 시작인 만큼 많은 경험을 통해 미완성인 부분을 채워나가고 성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예진은 스타뉴스 창간 20주년(9월 1일)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스타뉴스 창간 20주년을 축하드린다"면서 "사격은 매력이 굉장히 많은 스포츠다. 스타뉴스도 사격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어 "사격은 쉽게 접할 수 없지만 막상 접하면 빠져나오기 힘든 매력이 있다.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사격을 한다면 큰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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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진. /사진=박재호 기자 |
청주=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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