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오는 12월 22일 창단 30주년을 맞는 국내 유일의 남자 아이스하키 HL 안양 구단 역사를 관통하는 화두는 도전이다. 1994년 창단 이후 수많은 난관과 위기를 만났지만 뚝심 있는 도전을 거듭한 끝에 통산 최다인 8회 정상 등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HL 안양은 7일 오후 4시 안양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닛코 아이스벅스(일본)와의 정규리그 홈 개막전으로 2024-2025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일정을 시작한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총 5개 팀이 32경기의 정규리그를 치른 후 상위 2개 팀이 마지막 승부(5전 3선승제)를 가리는 스케줄이다. HL 안양은 서른 돌을 맞는 의미 있는 해에 팀은 물론 한국 아이스하키 전체의 동반 성장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 좌우쌍포 공백 메울 해결책은
HL 안양을 지휘하는 백지선 감독의 당면 과제는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 ECHL로 둥지를 옮기는 이총민(25)과 신상훈(31)의 공백을 최소화할 묘책 마련이다.
이총민과 신상훈은 지난 시즌 1라인 센터 김상욱(36)의 좌우 날개로 포진해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맹위를 떨쳤다.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뛰어난 김상욱은 정규리그(8골 40어시스트)와 플레이오프(6어시스트) 포인트왕에 올랐고 이총민은 18골 23어시스트로 정규리그 MVP에 뽑힌 후 플레이오프 승부처에서 천금 같은 3골을 뽑아냈다. HL 안양의 8번째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우승이 확정된 레드이글스 홋카이도와의 플레이오프 파이널 4차전(5-1 승) 결승골도 김상욱으로부터 시작된 비롯된 찬스에서 신상훈(정규리그 16골 18어시스트)의 마무리로 완성됐다.
올 시즌에는 이총민과 신상훈을 대체할 새로운 해결사를 구해야 한다. 이총민은 ECHL 블루밍턴 바이슨스, 신상훈은 같은 리그의 노포크 어드미럴스 이적이 결정돼 22일 열리는 요코하마 그리츠와의 정규리그 4차전을 끝으로 미국으로 떠난다. HL 안양은 두 사람의 동시 이적으로 초래되는 막대한 전력 손실에도 불구,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를 위해서 이들을 해외 리그로 이적시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백 감독은 베테랑의 기술과 관록에 ‘젊은 피’의 저돌성을 결합시켜 시너지를 유도하는 특유의 용병술로 이총민과 신상훈의 공백을 메울 전망이다. 김상욱의 새로운 파트너 후보를 거론할 때 1순위로 떠오르는 이는 베테랑 공격수 안진휘(33)다. 올 시즌 새로운 주장에 선임된 안진휘는 빼어난 슈팅력을 갖추고 있고 과거 김상욱의 라인메이트로 대표팀과 HL 안양에서 좋은 성과를 일궈낸 경험이 돋보인다.
‘젊은 피’ 가운데는 이주형(26)과 김건우(25), 강민완(24) 등을 주목할 만 하다. 이주형은 파워,김건우는 스피드가 돋보인다. 부상에서 회복해 올 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지각 데뷔를 준비 중인 강민완은 고려대 1년에 재학 중인 2019년 대표팀에 선발돼 일본과의 라이벌전에 1라인 공격수로 배치되는 등 백 감독으로부터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이력이 있다.
▲ 미래의 수호신을 키워라
아이스하키에서 야구의 투수에 비교될 정도로 중요하게 평가되는 포지션이 수문장이다. 특히 플레이오프나 세계선수권 같은 단기전에서 승부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2024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는 골리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는 무대였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문을 교대로 지킨 이연승(29)과 하정호(24)는 실전 경험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은 강호 슬로베니아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4경기에서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고 10년 만에 디비전 1 그룹 B로 강등됐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캐나다 출신 복수 국적 수문장 맷 달튼(38)의 뒤를 이을 확실한 주전 골리를 발굴하지 못한 것은 부진한 성적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은퇴 시점이 임박하고 있는 맷 달튼 후계자 육성은 HL 안양 팀과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체력적, 기술적으로 전성기를 지난 달튼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에서도 이연승과 하정호의 이번 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출전 빈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기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록의 사나이에 도전하는 김상욱
지난 시즌 정규리그(8골 40어시스트)와 플레이오프(6어시스트)에서 최다 포인트(골+어시스트)를 기록한 김상욱은 자신의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리그 통산 성적을 397경기 124골 369어시스트로 늘렸다. 현재 493포인트를 기록 중인데 큰 부상 등 돌발 변수가 없다면 올해 안에 500포인트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7포인트를 추가하면 한국 태생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500포인트 고지에 오르게 된다. 지난 시즌 오바라 다이스케가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리그 통산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김상욱은 지난 시즌 수준의 성적을 거둘 경우 캐나다 출신의 복수 국적 선수 마이클 스위프트(231골 304어시스트)를 추월해 아시아리그 통산 포인트 랭킹 2위로 올라선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2003년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시대를 맞은 이후 외국과 한국 선수를 통틀어서 최다 포인트 기록이다.
철저한 몸 관리로 유명한 김상욱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개근을 기록할 경우에는 지난 3월 은퇴한 신상우(37)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 아이스하키 공격수 통산 최다 경기 출전 기록(418경기)도 넘어선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도 20대 시절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김상욱의 기록 행진은 2024-2025 시즌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10bird@osen.co.kr
[사진] HL 안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