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남녀노소를 아우르며 ‘전곡 떼창’을 유발할 수 있는 아이돌이 얼마나 될까. 약 10년만에 돌아온 2NE1의 완전체 콘서트 현장은 가히 ‘레전드’라는 이름에 걸맞았다. 가수와 관객이 함께 뛰어노는 축제와 같은 현장의 열기는 올림픽홀이 다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다.
6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는 ‘2024 2NE1 CONCERT ‘WELCOME BACK’ IN SEOUL’ 마지막 공연이 진행됐다. 2NE1(투애니원)이 마지막으로 완전체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만났던 것은 2014년 3월부터 진행된 두 번째 월드 투어 ‘ALL OR NOTHING’이었다. 그로부터 약 10년 6개월만에 개최하는 완전체 콘서트인 만큼 처음 공지가 전해졌을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2009년 데뷔한 2NE1은 당시 청순 또는 섹시로 획일화돼있던 걸그룹의 판도에 큰 획을 그었다. 힙합 베이스에 자유분방하고 강렬한 걸크러쉬 매력을 발산하며 데뷔와 동시에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것. 데뷔곡 ‘Fire’는 물론 내는 곡들마다 히트를 하며 팬이 아니더라도 2NE1의 타이틀곡을 들으면 알 정도로 대중 가수로서 사랑받았다.
그런 2NE1의 완전체 컴백 소식에 ‘피켓팅’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수용 인원이 5천명도 되지 않는 공연장에 동시 접속만 40만명이 몰리며 수많은 팬들의 원성이 쏟아졌고, 결국 추가회차까지 오픈했지만 이 역시 단숨에 전석 매진되며 ‘레전드’의 저력을 입증했다. 치열한 티켓 전쟁 끝에 이번 ‘WELCOME BACK’ 서울 공연에는 3일간 약 12000명의 관객들이 자리를 빛냈다.
2NE1의 콘서트를 기다린 것은 일반 대중들만이 아니다. 후배 가수들을 비롯해 수많은 연예인들이 공연장을 찾은것. 앞서 샤이니 키와 전현무, 조세호, 김숙, 이준 등이 콘서트 관람 인증샷을 올린 데 이어 이날 마지막 공연에는 뉴진스와 씨엔블루 정용화, 윤도현, 노홍철, 빅뱅 대성, 신봉선 등이 객석에서 공연을 함께 즐겼다.
모두의 기다림에 보답하듯 2NE1은 공연 타이틀인 ‘WELCOME BACK’에 걸맞은 ‘COME BACK HOME’ 인트로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컴백’을 알렸다. 이어 데뷔곡 ‘Fire’를 시작으로 ‘박수쳐’, ‘Can’t Nobody’ 등의 히트곡을 연이어 선보였다. 인트로부터 환호성을 지르던 관객들은 2NE1의 노래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호응했다. 이에 산다라박은 “저희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꼭 외치는 게 있다”며 관객들과 함께 “투애니원 놀자”를 외쳐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이어진 공연은 ‘놀자’라는 구호에 걸맞았다. 2NE1은 ‘Do you love me’, ‘Falling in love’, ‘I don’t care’, ‘그리워해요’, ‘아파’, ‘살아봤으면 해’, ‘Lonely’, ‘I love you’, ‘Ugly’, ‘너 아님 안 돼’, ‘내가 제일 잘 나가’, ‘Go Away’ 등 누구나 들으면 알법한 대표곡들을 2024년 버전으로 선보였다. CL은 솔로곡인 ‘나쁜 기집애’, ‘멘붕’까지 . 쉴틈없는 히트곡의 향연에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다양한 관객들은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함께 열창했다. 단 한번도 떼창이 멈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후반부에는 모든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뛰어 놀며 공연을 진정으로 즐겼다.
약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콘서트 현장에서 10년이라는 공백은 말끔히 사라져있었다. 마치 2010년대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모두가 10년 전의 추억에 젖어있는 모습이었다. 뉴진스, 빅뱅 대성, 노홍철 등도 이 순간만큼은 2NE1의 팬이되어 함께 댄스 챌린지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내지르며 공연에 푹 빠진 모습을 보였다.
후배 가수들의 특별한 지원사격도 돋보였다. 같은 ‘YG 패밀리’인 베이비몬스터, 트레져는 물론 뉴진스, 아이브, 트와이스, 에스파, (여자)아이들, 키스 오브 라이프, 스트레이 키즈, 보이넥스트도어, 지코 등이 영상 편지를 보내 2NE1의 재결합과 완전체 콘서트, 또 앞으로의 활동까지 응원하고 지지했다. 어린 시절 이들을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밝히는가 하면, 대놓고 “자주 모여달라”, “신곡 기다리고 있겠다”고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 빅뱅 지드래곤까지 “축하해”라며 애정 가득한 영상 편지를 보내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런가 하면 베이비몬스터는 게스트로서 직접 무대에 올라 특별한 무대를 꾸몄다. 베이비몬스터는 “10년만에 선배님들이 모인 뜻깊은 콘서트에 저희를 초대해주신 선배님께 감사 인사 드린다. 아직 신인이라 게스트 무대를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첫 게스트 무대를 투애니원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라고 인사했다. 이어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SHEESH’, ‘BATTER UP’과 더불어 2NE1의 ‘Ugly’, ‘Lonely’를 즉석에서 무반주로 선보여 2NE1의 계보를 이을 YG 괴물신인 다운 실력을 뽐냈다.
공연 말미, 2NE1은 10년만의 재결합에 대한 기쁨을 숨김없이 전했다. CL은 “오늘 이렇게 특별하고 뜻깊은날 이 자리에 모이게 돼서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고, 박봄은 “투애니원으로 인사 드리게 돼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공민지는 “10년만에 콘서트 할수있게 큰 도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언니들 진짜 내가 많이 사랑하는거 알죠? 진짜 사랑해요”라며 뜨겁게 포옹하기도. 산다라박은 “티켓 대란이라 못오시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 듣고 저희 앵콜 콘서트 해야하지 않겠냐. 쐐기 박고 가겠다”며 “여기보다 큰 곳에서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앵콜 콘서트 소식을 전해 또 한번의 축제를 예고했다.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박봄은 “너무 그리웠는데 뵙게 돼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고 소감을 밝혔고, 공민지는 “넷이 함께 여러분 찾아뵙는 모습을 꿈에서 봤는데 실제로 이루어진걸 보니 꿈은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항상 곁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산다라박은 “YG패밀리 그립고, 많이 보러와 준 것 같은데 보고싶었고 사랑한다. 우리 멤버들도 각자 솔로활동 했지만 넷이 하고싶었다”고 눈물흘리기도. CL은 “저희가 어떻게 보면 4개월 전만 해도 사실 잠시 사라진, 멈춰있었던 그런 그룹이었는데 여러과정이 있었지만 지금 결과적으로 이 자리에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꿈만같고 저희 네명에게는 치유가 많이 되는 자리”라며 “좋은 에너지 주신만큼 배로 좋은 추억 좋은 기분 갖고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감사를 표했다.
앵콜은 ‘Happy’와 ‘In the club’으로 장식됐다. 관객들은 “더 놀자”라고 연호하는가 하면, 기념촬영 때 ‘다음에 또 놀자’라는 문구가 새겨진 슬로건으로 이벤트를 해 2NE1을 감동케 했다. 특히 준비된 세트리스트가 모두 끝난 상황에서도 “더 놀자”는 관객들의 외침에 “더 놀아볼까요?”라며 다시 무대로 돌아온 2NE1은 ‘Let's Go Party’, ‘Stay together’, ‘내가 제일 잘 나가’ 등으로 서울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관객들도 자리에 일어나 열창하는 모습에 2NE1은 “끝나고 노래방 가실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공연이 끝난 후, 팬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한 관객은 “노래를 거의 다 알겠더라”라며 여운에 젖은 모습을 보였다. 팬이든 아니든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야말로 ‘레전드’만이 누릴 수 있는 권력이다. 아이돌이라는 틀을 벗어난 대중가수의 표본인 셈이다. “다음에 또 놀자”라는 팬들의 바람처럼 이번 공연이 끝이 아닌 2NE1 완전체 활동의 새로운 시작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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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