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용준 기자] 국내 대회에서 젠지 앞에 서면 작아지던 T1이 아니었다. 롤드컵은 글로벌 대회였고, 소위 큰 물에서 보여주는 T1의 관록은 역시 기대이상이었다. 괜히 '디펜딩 챔프'가 아니었다. T1이 숙적 젠지를 꺾고 3년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빌리빌리게이밍과 최종 결전에 나선다.
T1은 27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월드챔피언십' 4강 녹아웃 스테이지 젠지와 경기에서 '구마유시' 이민형과 '케리아' 류민석 봇 듀오의 활약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T1은 내달 2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리는 결승전의 남은 한 자리를 차지했다. 런던행 티켓을 거머쥐며 3년 연속 결승에 오른 T1은 아울러 대회 2연패, 통산 5회 우승을 노리게 됐다.
코인 토스에서 웃은 T1이 블루 진영을 선택해 그라가스-바이-요네-애쉬-레나타 글라스크로 조합을 꾸렸다. 젠지는 레넥톤-스카너-사일러스-직스-레오나로 팀을 편성했다.
초반 분위기는 팽팽했다. '제우스' 최우제가 상대의 3인 다이브를 홀로 버텨냈고, '케리아' 류민석의 영리한 로밍 플레이로 T1이 오브젝트 경합에서 유리해 보였지만, 젠지 역시 퍼스트블러드부터 킬 주도권을 챙기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킬 주도권을 바탕으로 조금 더 오브젝트 공략에 힘을 쏟았던 젠지에 비해 흐름이 열세로 몰리자 T1이 승부수를 띄웠다. 젠지의 세 번째 드래곤 사냥 타이밍에 맞춰 T1은 기습적으로 바론 버스트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흐름이 뒤집혔다. 젠지가 다급하게 바론 버프를 두른 T1을 노렸지만 3데스만 허용하면서 그대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글로벌골드까지 역전한 이후 5000 이상 앞서나간 T1은 그 흐름을 이어가 젠지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다섯 번째 드래곤을 두고 벌어진 한타에서 T1은 시원하게 에이스를 띄우면서 1세트 기선을 제압했다.
서전을 패한 젠지가 밴픽 단계부터 상대의 공격성을 견제하고, 경기 초반부에도 결단을 내리면서 2세트를 만회하면서 승부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롤드컵 무대의 T1은 달랐다. 그라가스-바이-아칼리-애쉬-레나타 글라스크로 3세트 조합을 짠 T1은 경기 초반 '제우스' 최우제의 그라가스가 쓰러졌지만, 탑 매복으로 '기인' 김기인의 잭스를 제압하면서 스노우볼의 시동을 걸었다. 발동이 걸린 T1은 유충 오브젝트를 모두 쓸어가면서 추가로 2킬을 추가했다.
'기인'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탑 2차 포탑까지 밀어버린 T1은 글로벌골드를 6000 이상 아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밀리던 젠지가 내셔남작 등장 이후 사냥에 나선 T1을 저지하기 위해 버텼지만, 힘의 차이가 워낙 컸다. 바론 버프가 없어도 T1은 젠지를 충분히 압도하면서 31분 상대 넥서스를 깨고 승부를 4세트로 넘겼다.
균형을 다시 깬 T1은 4세트에서 주저없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케리아' 류민석이 파이크로 초반 스노우볼을 주도하면서 일찌감치 격차를 벌린 T1은 벼랑끝에 몰린 젠지의 반격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케리아'가 마지막 한타에서 기막힌 슈퍼캐리로 짜릿한 뒤집기에 성공했다.
결국 T1은 길고 길었던 숨막히는 한타에서 젠지를 쓰러뜨리고 런던행 티켓을 손에 움켜쥐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