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눈에만 담고 오기에는 아까웠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퓨처스팀은 지난 10월 8~10일,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가 소프트뱅크 2군과 교류전 3경기를 진행했다. 모기업 차원의 교류 협력 방안으로 나온 교류전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스케일이 커졌다. 당초 2군 및 3군 홈구장인 후쿠오카현 지쿠고 베이스볼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1군의 홈구장인 미즈호 페이페이돔에서 3경기 모두 열렸다.
무엇보다 소프트뱅크에서 나설 선수들의 이름값도 상당했다. 퍼시픽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를 준비하는 상황이었다. 10월 4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른 뒤 시리즈 첫 경기가 있는 16일까지 12일 가량 공백기가 있었다.
이 공백기에 실전 감각을 채우기 위해 1군 투수진이 대거 교류전에 합류했다. 마타요시 카츠키, 하세가와 타케히로, 츠모리 유키, 오제키 토모히사, 다윈존 에르난데스, 로베르토 오수나, 카터 스튜어트, 스기야마 카즈키 등 1군 투수진이 대거 출격했다.
NC는 3경기 모두 패했지만 승패로 따지기 힘든 값진 경험의 시간들을 가졌다. NC 구단 관계자들 모두가 입을 모아서 "소프트뱅크에서 1군 투수진을 내세우면서 선수들 모두 너무 좋은 경험을 했다"라고 말했다. 경기 감각을 유지한 덕분일까. 현재 소프트뱅크는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를 3전 전승으로 제압했고 일본시리즈에서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 2연승을 챙겼다. 2018년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일본시리즈 3차전부터 일본시리즈 14연승을 기록 중이다.
2023년 신인 1라운더인 '와일드씽' 신영우에게도 소프트뱅크 평가전은 눈이 뜨이게 하는 경험이었다. 신영우는 3번째 교류전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5피안타 3볼넷 1사구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신영우는 "1군이 뛰는 페이페이돔에서 경기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 영광이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소프트뱅크에서도 좋은 타자들이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와 다른 성향의 타자들도 많았고 기술 자체도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제가 생각하고 던지는 것을 다 읽고 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영리했다"라며 "경기 중에 포수와 코치님과 피드백을 하면서 생각하는 과정 자체도 배우게 됐다. 그 덕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야구적으로도 깊게 알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라고 밝혔다.
신영우의 선발 매치업 상대는 올해 9승4패 평균자책점 1.95의 성적을 거둔 외국인 투수 카터 스튜어트. 이런 투수들을 보면서도 깨달은 게 있었다. 그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확실하게 던지는 수준 자체가 높았다. 공의 퀄리티나 제가 보고 배워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눈에만 담고 오기에는 아까운 투수들이 많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14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4.84(48⅓이닝 26자책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69개의 삼진을 뽑아내면서 4사구는 51개를 내줬다(볼넷 40개, 사구 11개). 그러나 피안타율 1할9푼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구위를 뽐냈다.
1군 경험도 했다. 4경기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0.61(9⅓이닝 11자책점)을 기록했다. 역시 제구가 문제. 이닝보다 많은 15개의 볼넷을 내줬다. 2군을 압도했던 구위도 제구가 동반되지 않자 1군에서 통하지 않았다. 피안타율도 2할9푼에 달했다.
지난 5월 4일 SSG전에서 3⅔이닝 1피안타 5볼넷 2사구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신영우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 내용이었다. 하지만 5월 31일 롯데전 선발 등판해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3피안타 2볼넷 5실점으로 강판 됐다. 이후 1군에 오르지 못했다.
신영우는 "아쉬운 경기들이 많았지만 그 당시에는 제가 던질 수 있는 최선의 공을 던졌다. 결과적으로 많이 아쉬웠지만 1군 데뷔를 했다는 게 좋은 경험이었떤 것 같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데뷔시즌을 마치고 공을 던지지 않고 투구 메커니즘 교정에만 전념했고 폼을 약간 바꾸면서 올해 발전했다. 그는 "폼이 한 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고 몸에 완전히 익으려면 계속 노력해야 한다. 그래도 루틴화 해서 계속 연습을 하고 있고 도움이 많이 됐다. 더 노력해야 하지만 좋은 영향으로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까 시즌 때는 왔다갔다 했다. 하지만 피드백을 하고 수정을 하면서 지금은 제 것이 생긴 느낌이다. 그러면서 자신감 있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라고 되돌아봤다.
피드백의 과정, 일본 교류전 경험 등으로 올해 울산-KBO Fall League, 교육리그에서 완벽투를 펼쳤다. 16일 문수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교육리그에서 5이닝 동안 62개의 공을 던지며 1볼넷 1사구 6탈삼진 무실점 노히터 완벽투를 펼쳤다.
그리고 23일 프리미어12에 나설 쿠바 대표팀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다시 한 번 가능성을 확인했다.
신영우는 또 다른 무대를 경험하러 떠난다. 호주프로야구 퍼스 히트에 파견이 될 예정이다. 11월 15일부터 3달 가까이 진행되는 시즌을 소화하고 돌아온다. 그는 "호주에서 제 리음이나 밸런스가 깨지지 않도록, 루틴을 잘 지켜서 최대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안 다치고 돌아오겠다"라며 "호주에는 마이너리그 타자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타자들이 힘도 좋고 컨택도 더 좋다고 하더라. 배우는 것도 많고 정말 좋은 공부가 될 것이라고 주위에서도 추천을 해줬다. 기대감이 크다"라면서 성장의 결실을 맺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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