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미성년자 미혼모의 영아 유기 사건과 같은 사회를 뒤흔든 사건이 벌어졌을 때, 흔히들 "누가?"를 따진다. 영화 '언니, 유정'은 그 당위성에 반기를 들고 "왜?"라는 질문만 고집하는 작품이다. 때로는 답답할 정도로 우직한 고집이지만 '안나'의 지원 선배가 그러했듯 배우 박예영은 이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따뜻한 시선으로 용기있는 질문에 동참한 그를 만나봤다.
박예영은 2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영화 '언니, 유정'(감독 정해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 유정'은 예기치 못한 한 사건으로,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서로의 진심을 향해 나아가는 자매의 성찰과 화해 그리고 사랑에 대한 드라마를 그린 독립 영화다. 고등학교 내에서 벌어진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임을 고백한 기정(이하은 분)과, 동생 기정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언니 유정(박예영 분) 그리고 이 사건의 비밀을 쥐고 있는 희진(김이경 분)까지. 하나의 사건으로 마주하게 된 세 인물이 겪게 되는 딜레마를 관찰한다. 이에 힘입어 영화는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경쟁부문에 올라 CGV상을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작품에서 타이틀롤로 활약한 박예영은 지난 2013년 영화 '월동준비'로 데뷔했다. 특히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에서 안나(수지 분)가 의지했던 '선배' 지원 역을 맡아 두각을 나타냈다. 또한 tvN 사극 '세작, 매혹된자들'에서도 동 상궁 역으로 존재감을 보여준 데 이어 '언니, 유정'에서 유정 역으로 호연을 펼쳤다.
자연히 작품에 대한 애정도 높았다. 박예영은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특히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특히 '언니, 유정'은 순간적인 호흡이나 눈빛이 극장에서 더 드라마틱하게 보여질 거라 생각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저희도 처음 봤는데 같이 촬영한 순간이 생각나고 전달이 잘 됐던 것 같아서 감사했다"라고 밝혔다.
내레이션 윤색 등 다방면에 참여한 그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사건보다는 사건에 임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내고 싶었다. 대사도 같은 상황에 대해 순서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누면서 이야기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사 작업을 많이 했다. 감독님이 서프라이즈처럼 엔딩 크레딧에 올려주셨다. 내레이션도 제가 감독님이 애기를 해주셔서 고민하다가 제가 기정이한테 편지 쓰는 방식으로 전개해봤다"라고 덧붙였다.
남성 감독이 연출한 여성 서사의 섬세함으로 호평받은 '언니, 유정'. 배우들의 역할이 컸다고 감독도 강조한 바. 박예영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저도 편견일 수도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데 이런 소재를 다루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느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이런 사건을 저격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사람'에 포커싱이 돼 있다고 했다. 그럼 최대한 돕고싶다는 마음에 함께 하게 됐다. 감독님은 남여 나뉠 것도 없이 여자를 더 잘 알아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시는 분이다. 저랑은 세 번째 작품이라 빨리 믿음을 가졌다. 계산하기 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여자를 잘 모르겠어. 도와줄 수 있나요?'라고 하셔서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제가 제일 많이 참여를 하게 된 건 대사다.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를 때가 있다.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신중했다. 누군가를 저격하고 싶은 마음은 우리는 아무도 없으니까. 이야기를 흘러 가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선택했다"라며 "어머니 이야기도 내레이션이 전부다. 어쩌다가, 누가가 아니라 사건이 벌어졌을 떄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집중하려고 했다. 희진이 대사에서도 그런 게 나온다. '누구랑 그랬는지'가 중요하냐고. 이런 사건을 겪는 여자아이들이 왜 힘들 수밖에 없는지를 집중하려고 했다. 아빠가 있어도 없어도 비슷했을 것 같더라. 엄마 이야기도 '여자'라서 나온 게 아니라 '엄마'니까. 엄마가 기정이 동생을 낳다가 잃은 여자 아이 입장을 이야기하려고 나온 거다. 아빠를 일부러 배제시킨 건 아니다. 필요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여자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라고 설명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대학병원 간호사 연기를 소화한 박예영. 그는 "제가 전문직 연기를 많이 했다. 간호사 역할은 '영혼수선공'이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했다. 그 때도 지금보다는 촉촉한 간호사혔다. 그 때 알 게 된 게 간호사들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임신도 순번을 정해야 할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고,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살아야 한다는 걸 알고는 그러려면 메말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라며 "'괜찮을까?'란 대화도 오갔지만 간호사의 현실이란 생각에 다루게 됐다"라고 말했다.
감독이 조카의 탄생에서 영화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박예영은 "이런 소재를 남자 감독님이 다루시면서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서 착안했다는 게 솔직하고 투명하게 느껴졌다. 이 흐름, 이 방향을 잃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미성년자 영아 유기'라는 소재도 조심스러웠을 터다. 이에 박예영은 "이미 이 소재나 구성 자체는 감독님이 만들어두신 시나리오였다. 저는 걱정을 하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이걸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하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 누군가 이 영화를 소개할 때 '고등학생이 영아 유기를 한 영화야'라고 소개되지 않았으면 했다. 영아 유기를 했지만 그 가족이 가깝지만 멀었다는 걸 알게 되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었다. 소재는 자극적이지만 영화는 자극적이지 않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겪었고, 그 후에 겪는 일을 다루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박예영은 또한 "희진이도 기정이랑 같은 학생이고 아이라서 그 걸 몰라주는 어른들에 대한 화를 내는 건가 생각했다. 유정이는 기정이를 구해내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는데 기정이에 대해 너무 몰랐고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존재가 희진이다. 기정이가 단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왜' 그랬는지가 중요하지 '누구'랑 그랬는지를 생각하냐고 하는 게 답답하지만 허를 찔리는 질문이었다. 희진이 입장에서는 기정이처럼 말문을 열 수 없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이었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유정이 고모한테 화를 낸 것도 깨달았기 때문에 화를 냈다기 보다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온 거다. 고모한테는 사실상 화풀이였다. 고모의 분리수거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유정이가 화를 분출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더 켜켜이 쌓은 이야기를 보여줄까 고민했는데 늘 하던 행동인데 화를 내는 게 더욱 자연스러울 거라 생각한 게 분리수거였다. 화풀이지만 '고모가 뭘 알아, 나도 모르는데'라는 게 고모보다 스스로를 탓하는 거라 생각했다. 어린 애를 휘말리게 해놓고 입도 못 열게 만들어버린, 스스로를 탓하는 거라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박예영은 "같은 질문을 던져도 기정이에 대한 믿음이 있거나, 기정이가 그런 선택을 해도 '네가 그런 게 맞아? 왜?'가 아니라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가 전부인 거다. 그래서 희진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왜 나 아는 게 없지?'라는 혼란을 겪는다. 나중에 형사에게 '애가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라고 하는데 형사도 '그래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제가 추가한 게 '그렇죠, 당연히 알아야 하죠.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는 것 같아요'라는 대사였다. '알아야 하죠'를 추가했는데 관객들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현실을 외면하면서까지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 맞추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을 잊지 말자고 했다. 기정이한테도 '이번 한 번만 늦지 말자'고 추가했다. 그 대사가 없이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가 있겠어서 '언니가 기다릴게, 이번 한 번만 늦지 말아줘'라는 말을 그래서 추가했다"라고 밝혔다.
자유로운 작품 참여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독립영화를 많이 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이게 도움이 될 것 같아'라고 하면 제안하는 것 같다. 대신 늘 깔아둔다. '그냥 던지는 말인데요'하고. '제가 틀렸을 수도 있는데'라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한다"라며 웃었다.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인 것에 대해 박예영은 "감독님이 굉장히 열려있다. 영화에 도움이 되면 뭐든 던지라고 하신다. 그래서 어려움이 없었다. 잘 걸러내시기도 하시고. '언니, 유정' 때는 어떻게 작업하는지 서로를 잘 알고 있어서 더 불필요한 말들 없이 필요한 말들만 오갔다. 그리고 믿음이 있었다. 영화에 대한 진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가 알고 있었다. 배우들의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시는지 알았다"라고 말했다.
"긴 시나리오는 깜냥이 안 된다"라며 겸손을 표한 그는 "한번씩 메모장, 일기 형식, 편지 쓸 때 내레이션 쓰듯이 쓰게 된다"라고 털어놨다. 더불어 "제가 학교 다닐 때 연출 수업을 훨씬 더 많이 들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언젠가는 단편이라도 하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다. 아직은 그럴 깜냥이 안 되는 것 같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저희 학교에서는 연출 전공들에게 늘 한 학기에 단편영화 한 편씩을 찍게 했다. 연기 전공도 참여하게 하는데 저뿐만 아니라 건대영화과 학생들 특징이다. 현장을 빠르게 이해하고 날렵하다. 적응력이 좋다. 일머리가 좋다. 필요한 걸 바로 할 줄 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그는 "시나리오를 제대로 할 마음만 생긴다면 제대로 해볼 생각이 있다. 여태까지 작업하면서 뿌려놓은 쿠폰이 있어서 재미있게 해보고 싶다"라며 웃었다.
그런가 하면 박예영은 호평받은 독립영화에 대해 "지금까지의 느낌으로는 야생적인, 날것의 느낌들이 있는 작품이다. 감독님이 어떤 색깔을 내고 싶고, 배우들은 어떤 색깔을 내고 싶은지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 같다. 예전에 상업영화에서의 저는 만들어진 울타리 안에서 신나게 놀라고 던져주시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독립영화는 '울타리를 어떻게 만들래?'부터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일단 감독님이 원하시는 울타리 색깔을 알려고 한다. '언니, 유정'의 울타리 모양은 저한테는 직선으로 나있는 좁고 긴 울타리라고 생각했다. 대사 하나도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다른 작품보다 뉘앙스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선을 넘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대사 선택을 했을 때 월씬 더 기민하게 뉘앙스를 파악하면서 넘어가지 않게 게속 가던 작업이었다. 행여나 부러질 것 같고, 선을 넘으면 누군가가 상처받을 것 같아서 멈추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그는 "'참는다'라는 게 유정이도 기정이도 그래서 이 사단이 벌어졌다. 두 자매 모두 남에게 의지하지 못하고 살아서 이 사태가 벌어지고 거리감이 생긴 것 같다. 그게 어쩌면 어른스럽지 않은 모습일 수도 있다. 'K 장녀'라고 하지만 유정이 뿐만 아니라 기정이도 그런 면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유정이가 결국 터진 건 기정이와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족 일이고, 가깝지 않아도 동생 일이니까 무책임한 말들에 화가 났던 것 같다. 병원에서도 사수에게 '애 떼고 올테니 휴가 좀 쓰겠다'라고 한 것도 동생일이 겹치니까 화를 낼 수 있던 것 같다. 현실적으로는 도움이 안 되지만 관객 분들 답답하실 것 같더라. 그렇게 화를 내고도 결국 다시 주사를 준비할 정도로 연차를 못 내는 게 어쩔 수 없는 한국 직장인의 모습이었다"라며 웃었다.
5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던 박예영은 "극 중 자매도 남일 같ㅇ지 않았다. 약간 엄마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고 생각한 게 가족들에게 의지를 잘 하고 있나 생각했다. 일을 다 처리한 다음에 이런 일이 있었어 하고 얘기하는 일이 있는데 한국 장녀들에게 많은 면 같았다. 기정이도 그렇기 때문에 유정이와 계속해서 거리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더라. 엄마 보고 싶다, 엄마 아빠 보러 납골당 같이 갈까?하는 자매만 됐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그런 말도 어려워서 비밀이 많은 사이가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박예영은 특히 작품의 핵심 메시지에 대해 "감독님하고 많이 이야기를 한 게 사건이 아닌 사건을 겪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굳이 없어도 되는 이야기는 덜어냈다. 사실 가족 뿐만 아니라 가까이 있다고 당연시 여기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모르는 사이가 많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저도 영화 보고 가족들과의 관계를 곱씹기도 했다. 그 후기가 들릴 때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런 사건을 겪었다거나, 이런 사건을 겪은 기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다 보다도, 이걸 보고 '언니'가 생각났다.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가 들릴 때 좋았다"라고 평했다.
임산부 환자와의 라포도 특별했던 바. 박예영은 "감독님이 조카의 일을 겪으시면서 엄마의 마음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하더라. 저도 임산부 '수진'과 애정을 겪어서 초음파 장면이 특히 각별했다. 현장에서도 대사를 좀 바꾸고 싶다고 했을 때 감독님을 설득하는데 감독님도 바쁘고 저도 너무 지친 상태였는데 수진 역할 해준 한혜인 배우가 그걸 캐치해줘서 예영 배우가 이야기하는 대사가 더 좋을 것 같다고 해줘서 대사를 바꿨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조금 더 심각한 대사였다. 수진이 입장보다 영화 입장에서 나오는 대사였다. 그런데 수진이는 그냥 초음파로 아이가 어떤지 궁금해서 시작한 건데 유정이가 딥해질 것 같았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초음파를 할 때 제가 처음 느낀 감정은 '동생의 배에서도 볼 수 있었을 그림'이라는 거였다. 무슨 일을 해도 동생이 떠오르더라. 그런데 대화가 산모에게 마음이 열리면서 제 얘기를 하게 된 거다. 저희 엄마도 동생 낳을 때 힘들어하셨다고. 엄마의 입장에서 우리 엄마보다 동생은 괜ㅊ낳냐고. '네 건강해요'라고 답하기까지 마음에 유정이는 '기정이는 지금 어떠지?'라고 생각하게됐다. 또 초음파를 볼 때 우주를 보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산모를 왜 봐야 돼요?'라고 하던 간호사가 암 일이 아니라 내 동생 일처럼 느낄 수 있어서 남일이 내 일이 될 때 감동이 커지지 않나 그런 순간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유정, 기정, 희진이 다같이 '미역국'을 먹는 엔딩에 대해서도 박예영은 출산 후 산모가 먹기도 하고 생일마다 먹기도 하는 미역국임을 강조하며 "그런 의미가 모두 들어가있다. 기정인지, 희진이가 겪은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유정이는 어디까지 아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알고 있을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지 않았다. 진짜로 가족 일이면 수면 위로 꺼내서라도 더 명확하게 하고 싶을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을 겪으면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했을 때 더 이상은 몰라도 된다는 느낌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연대감이 생겼다기 보다 우리가 늘 겪을 수 있는 일을 겪은 존재들로서 우리가 큰 일을 이겨내고 산을 넘어온 사람들끼리 우리는 '미역국'을 먹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 사건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은 유정조차도. 누가 꼭 먹어야 하고가 뭐가 중요하겠냐는 생각이었다. '미역국'을 잘 모른다는 분들도 있어서 아쉬웠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애착 가는 작품,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일단 동생은 아직 못 봤다"라며 웃은 그는 "엄마, 아빠가 보셨을 때도 '애썼다'라고 해주셨다. 두 번, 세번 보셨을 때 여러 가지가 보인다고 해주셨다. 전주영화제 때도 보셨고, 시사회 때도 봐주셨다. 두 번 보니까 더 좋다고 해주셨다. 동생은 외국에 있어서 보여주기 민망하더라. 그렇지만 동생 반응이 궁금하긴 하다. 평소에도 시사회는 잘 오는데 실시간으로 이야기는 아나고 꼭 해줘야 하는 이야기만 해주더라. 그런데 '언니, 유정'은 어떨지 궁금하다. '누나, 예영'은 다르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데뷔 10년이 넘은 박예영. 그는 "제가 작년인가 재작년에 디렉터스컷 '새로운 여자배우상'을 받았다. '이렇게 오래 했는데 새로운 여자배우상을 받네'가 아니라 저는 늘 새로웠다. 똑같은 긴장감을 갖고 있다 보니 오래했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늘 새로운 분들을 뵙고, 이제는 늘 현장이 새로워서 10년을 했다는 느낌이 잘 안 든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더불어 "현장을 즐기는 입장은 솔직히 못 된다. 과정을 멀리서 봤을 때는 결국 행복에 가깝다. 그래서 하는 것 같다. 작품에 캐스팅 되고 시작하면 즐거움 보다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일이 확 와닿을 때가 있다. 이걸 하면서 상처도 받지만, 가끔 만나는 좋은 순간들, 선물 같은 순간들이 계속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선물이 되는 순간도 있어서 결국 계속 하게 만들어준다"라고 털어놓으며 "'언니, 유정' 개봉도 비슷했다. 영화제를 가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데 개봉까지 하니까 선물 같다. '언니, 유정'으로 기자님들을 만나 뵙고 인터뷰를 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이런 순간도 저한테는 서프라이즈 같았다. 이런 기억들로 힘든 순간을 버티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연기를 하면서 반드시 지켜나가고 싶은 것도 있을까. 박예영은 "비슷한 말일 수도 있는데, 연기를 조금 멀리 두려고 한다. 내 삶이고, 삶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안 대하려고 한다. 연기에 임할 때는 다 갈아넣지만 혼자 곱씹을 때는 짝사랑하듯, 별을 보는 것처럼 연기를 대하려고 한다. 늘 건강하고 부끄럽지 않게 대하려고 한다. 기본적인 걸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가 생각하는 기본은 빠른 길을 선택하기 보다는 느려도 건강한 선택들을 해나가는 것들이 저한테는 체하지 않고 좋은 것 같다. 욕심부리지 않고. 욕심이 나쁜 욕심만 있는 게 아니지만. 착한 욕심도 부릴 줄 알지만, 그걸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제일 먼저 인간으로서 해야 하는 선택들을 두고 그 다음에 배우로서 하는 선택들을 하고 싶다. 제일 어렵다"라며 멋쩍어 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성장한 바는 무엇일까. 박예영은 "임하는 마음이 너무 비슷해서 잘 모르겠다. 작품에 도움 되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부분이 성장했기를 바란다. 그런데 단편영화를 찍고 졸업작품을 찍어도 비슷하더라. '여기서 내가 해야 할게 뭐지?', '이 인물은 뭐를 생각해야 하지?'를 고려하고 있다. 다만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을 할 때 인지도가 부족한 저를 설득시켜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을 거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안나'도 그랬을 것이고. 저는 그때 소속사도 없었다. 배우로서 몰랐떤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이 있는데 저를 선택해준 감독님들을 창피하게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배우를 골라준 감독님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차기작으로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에 출연을 앞두고 있는 그는 "앞으로는 요즘에 자주 하는 이야기가 좋은 영화를 보면 그 하루가 빛나는 것처럼 그런 작품에 계속 참여할 수 있게 노력하고 싶다. '이런 영화에 내가 참여했다니'라는 마음이 드는 작품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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