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척, 이후광 기자] 전역증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한 이강준(23·상무)이 훈련 도중 불의의 팔꿈치 부상을 당해 부대로 복귀했다. 태극마크의 꿈도 다음 국제대회로 미뤄졌다.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대비 6일차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완 사이드암 파이어볼러 이강준의 부상 비보를 전했다.
류 감독은 “이강준이 투구 도중 팔꿈치 통증을 느껴 오늘(30일) 부대로 복귀했다. 3~4주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경기를 못하게 돼서 돌려보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5일 대표팀 훈련에 이강준을 비롯해 김시훈(NC 다이노스), 조민석(상무) 등 3명을 추가로 소집했다. “기존 소집 명단에 있던 손주영(LG 트윈스)이 팔꿈치 부상으로 합류를 못하고, 아직 진행 중인 한국시리즈에 소집 명단 투수 5명이 뛰고 있음을 고려했다”라는 이유를 들며 세 선수에 연락을 취했다.
3명 가운데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상무 잠수함 파이어볼러 이강준이었다.
이강준은 설악고를 나와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위즈 2차 3라운드 22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공교롭게도 입단과 함께 KBO리그 사이드암의 전설 이강철 감독을 사령탑으로 만나며 많은 지도와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묵직한 뱀직구와 함께 이강철 감독의 현역 시절과 비슷한 투구폼을 장착, 리틀 이강철이라는 별명이 얻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1군에서의 임팩트는 크지 않았다. 첫해 4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35를 남긴 뒤 2021시즌 2군을 전전하다가 그해 7월 김준태, 오윤석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KT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이강준 유출은 KT 입장에서 썩 내키는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포수와 내야 뎁스 강화를 위해 이강철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가르친 유망주를 어쩔 수 없이 내보냈다.
이강준은 롯데에서도 2년 동안 각종 시행착오를 겪었다. 2021시즌 15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0.80에 이어 이듬해 13경기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10.24의 부진을 겪었다. 결국 그는 2023년 1월 한현희의 FA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2023년 5월 국군체육부대로 입대한 이강준은 올해 44경기 3승 1패 1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0.76의 기록으로 퓨처스리그를 폭격했다. 지난 7월 퓨처스 올스타전에 나서 최고 158km 강속구를 뿌리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표팀에 합류한 이강준은 류중일 감독이 보는 앞에서 쇼케이스를 펼치다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사령탑의 눈도장을 찍고자 평소보다 팔꿈치에 과도한 힘이 들어갔다는 게 류 감독의 분석이었다.
류 감독은 “어린 선수라서 태극마크를 다니까 평소보다 힘을 더 쓴 거 같다”라며 “내가 원래 스프링캠프 때도 초반에는 투수코치한테 불펜장에 오지 말라고 한다. 감독, 코치가 보면 괜히 어린 투수들 힘이 들어간다. 이강준을 보니 캐치볼 때부터 공이 너무 좋아서 보러간 건데 괜히 보러간 거 같다”라고 자책했다.
다만 이강준은 팔꿈치 부상의 대가로 류 감독의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류 감독은 “굉장히 기대된다. 공이 진짜 좋다. 저렇게 예쁘게 던지는데 왜 팔꿈치에 부상이 왔나 싶다. 공을 때리는 손목 스냅이 남다르다. 키움에 돌아가서도 정말 기대가 된다”라며 “선수를 직접 만나서 ‘할 수 없으니 다음을 기약하자’는 이야기를 해줬다”라고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2023년 5월 8일 군으로 향했던 이강준은 내달 7일 대망의 전역을 앞둔 상태였다. 이에 전역증을 받고 27일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부상을 당해 말년에 부대로 복귀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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