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선호 기자] KIA 타이거즈 박찬호(29)가 기어코 '우승 유격수' 훈장을 달았다.
4번타자 최형우는 시리즈 대비훈련 기간중에 한국시리즈에서 박찬호가 최고의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타격감도 나쁘지 않고 열정으로 끓어있는 것 같다. 자신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물론 긴장도 되겠지만 막하고 싶은 의욕이 넘쳐보인다. 나가서 도루도 하면서 휩쓸 것 같고 수비도 잘할 것 같다. 제일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1일 광주 1차전에서 리드오프로 출전했으나 초반은 최형우의 예상과 달랐다. 1차전 첫 타석에서 기습번트를 실패했다. 수비도 흔들렸다. 3회 선두타자 내야안타를 잡고 무리하게 악송구를 해 무사 2루 위기를 불렀다. 7회는 포구실책으로 선두타자를 살려주었다. 실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7회말 볼넷을 하나 골랐고 이게 폭투가 되는 바람에 동점으로 이어지는 행운을 가져왔다.
2차전은 4타석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이었다. 1회말 볼넷을 골랐고 이어진 1사2,3루에서 김도영의 2루땅볼때 홈을 밟아 결승득점을 올렸다. 스윙의 날카로움이 없었다. 수비도 몸놀림이 경쾌하지 못했다.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큰 무대는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시리즈가 가져오는 긴장감이었다.
"시리즈 첫 타석에서 결과를 못내면서 꼬였다. 초구를 공략해 잘맞았는데 파울이 됐다. 거거서부터 흔들렸다. 멘탈을 잡는데 힘들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 3차전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다. 두 타석에서 내야 땅볼로 물러나더니 드디어 6회초 좌전안타를 터트렸다. 11타석만에 나온 첫 안타였고 최형우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8회초 1사후 또 유격수 내야안타로 출루해 홈을 밟았다.
9회초 마지막 타석이 아까웠다. 2-4로 뒤진 가운데 2사 만루기회가 왔다. 김재윤을 상대로 2루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좌익선상을 살짝 빠지는 파울이었다. 결과는 3루 땅볼로 끝났다. "1~2 번째 타석에서 노리는 공이 왔는데도 땅볼이었다. 아직도 힘이 덜 빠졌다. 그냥 연체동물이라 생각하고 완전히 힘을 빼고 치면서 강한 타구가 나왔다. 한국시리즈는 생각보다 더 힘을 빼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힘을 빼면서 4차전(대구)부터 펄펄 날았다. 1회 2루수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김선빈의 10구 2루타로 3루를 밟았다. 나성범의 짧은 좌익수 뜬공에도 홈을 파고들어 선제결승점을 뽑아냈다. 2회에는 좌중간 2루타를 터트렸다. 첫 장타이자 2경기 연속 멀티히트였다. 팀도 9-2로 완승을 거두고 시리즈 3승1패,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완전히 되찾은 타격감을 갖고 5차전이 열리는 광주로 향했다.
5차전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1회초 선발 양현종이 백투백포를 맞고 3실점하자 1회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안타로 출루했고 나성범의 희생플라이 때 또 홈에 몸을 던져 추격의 득점을 올렸다. 2회말 2사1루에서는 좌익수 왼쪽 2루타를 터트렸다. 3-5로 뒤진 5회에서는 2루에서 김도영의 밀어내기 폭투 볼넷때 홈까지 파고드는 스피드로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특히 6-5로 앞선 8회 1사1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날려 귀중한 쐐기점을 뽑아 우승에 기여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5차전 데일리 MVP를 수상했다.
시리즈 최종성적은 5경기 24타석 22타수 7안타, 3할1푼8리, 1타점, 7득점, 장타율 4할5푼5리, 출루율 3할7푼5리, OPS .830의 우등성적이었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수비도 안정감을 보였다. 정규리그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이룬 유격수라는 훈장도 하나 더 달았다. 이미 정규시즌 풀타임 3할(.307) 유격수도 달성했다. 12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생애 첫 황금장갑 확률도 높아졌다. 해결사의 예상은 적중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