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창원, 조형래 기자] “우승반지 없는 것은 똑같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는 비로소 ‘한국시리즈’ 한풀이에 성공했다. 2004년 롯데에 입단한 뒤 골든글러브만 6번 받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였던 강민호였다. 골든글러브와 올림픽 금메달 등 포수로서 이룰 수 있는 대부분의 성과를 거뒀고 수치에서도 독보적인 강민호였지만, 그가 가질 수 없던 게 하나 있었다.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반지였다. 우승반지는 커녕, 한국시리즈 무대도 올라서지 못했다. 롯데에서 5번, 삼성으로 2번이나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만 한국시리즈는 구경만 했었다.
21년 동안 2369경기로 통산 최다 경기 출장 선수가 된 강민호였기에 한국시리즈 출장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은 굴욕적인 기록이었다.
그러나 강민호는 올해 그 한을 풀었다. 정규시즌 2위에 이어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것. 특히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 있던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회 결승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자신의 손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한풀이에 성공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KIA에 넘겨줬지만 강민호의 한국시리즈 진출의 한은 풀었다. 이제 그 다음 선수가 NC 다이노스 손아섭이다. 손아섭은 정규시즌 2058경기에 출장해 2000경기에 출장한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선수가 됐다. 통산 최다 2511안타 기록을 썼지만 한국시리즈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NC 소속으로 KT와 플레이오프에서 2승 후 3연패로 리버스 스윕을 당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강민호는 손아섭을 비롯해 과거 롯데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전준우 정훈을 향해 “나도 21년 걸렸다. 너희들도 할 수 있다”라면서 도발했다.
손아섭은 강민호에게 “2승을 했을 때 ‘한국시리즈 냄새 맡겠네요’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한국시리즈 진출이 확정되고 이모티콘 메시지를 보냈는데, 늦게 확인을 했더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민호의 확인이 늦었다고. 절친한 형인 강민호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뛰는 것을 본 손아섭은 “사실 굉장히 부러웠다.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았다고 하니 그 부분은 인정할 수박에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결국 스포츠에서 2등부터 10등까지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2등을 하면 보너스가 더 나온다는 정도 뿐이다. 결국 우승반지가 없는 것은 저랑 똑같다”라며 “만약 (강)민호 형이 우승반지를 꼈으면 상심이 컸겠지만 누군가 물어봤을 때 우승반지 없는 것은 똑같다. 공통점은 절대 바뀔 수 없다”라고 강민호를 향해 응수했다.
그래도 자신의 상황도 생각했다. 2000경기가 넘게 뛴 선수들 중에서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현역 선수라는 점은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다. “남 걱정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저도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다. 선배 걱정을 할 처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에서 뛰었던 전준우 정훈도 있지만 경기 수는 차이가 있는 편. 전준우는 통산 1725경기, 정훈도 통산 1399경기다. 손아섭은 “(전)준우 형이나 (정)훈이 형 모두 생각보다 경기 수 차이가 있더라. 그래서 제가 더 간절한 편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막판까지 재활을 했던 손아섭이었고 밖에서 팀의 추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재활은 모두 끝나가는 상황. 이호준 신임 감독과 함께하게 되면서 다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손아섭은 “이호준 감독님과 인연은 없지만, 상대로 했을 때는 승부사 느낌을 많이 받았다. 노림수도 굉장히 좋으셨고 결정적일 때 많이 치셨다. 언제낙 타격코치님으로라도 함께 해보고 싶었는데 함께하게 돼서 기대도 되고 설레는 마음도 있다”라며 “워낙 기가 있어 보이시지 않나.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고 야구관도 많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호준 감독은 손아섭 등 베테랑들에게 지명타자와 수비 관련된 얘기들을 강조했는데, 손아섭도 응했다. 그는 “제가 2022년까지 지명타자를 해본 적은 없다. 매년 1000이닝 정도 수비를 나갔다. 하지만 지명타자로 제가 들어갔을 때 팀이 강해지는 느낌이라서 지명타자를 들어갔다”라면서 “수비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제가 갖고 있는 실력만 보여주면 감독님이 운영하시는데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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