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FA로 풀린 주전 유격수 김하성(29)에게 1년 2105만 달러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5일(이하 한국시간) 퀄리파잉 오퍼(QO)를 받은 선수 13명을 발표했다. 투수 코빈 번스(볼티모어 오리올스), 맥스 프리드(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루이스 세베리노, 션 마네아(이상 뉴욕 메츠), 닉 마르티네스(신시내티 레즈), 닉 피베타(보스턴 레드삭스), 내야수 피트 알론소(메츠), 알렉스 브레그먼(휴스턴 애스트로스), 윌리 아다메스(밀워키 브루어스), 크리스티안 워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외야수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LA 다저스), 앤서니 산탄데르(볼티모어)가 원소속팀으로부터 QO를 받았다.
QO는 특급 FA의 상징이다. 메이저리그는 2012년부터 전력 평준화를 위해 원소속팀에서 FA 선수에게 제시하는 1년 재계약 QO를 도입했다. 연봉은 리그 상위 연봉 125명의 평균 금액으로 책정된다. QO를 수락하지 않고 FA 시장에 나온 선수를 영입하는 팀은 원소속팀에 드래프트 지명권과 국제 계약 보너스풀(총 계약금 한도)을 보상해야 한다.
1년 단기 계약이지만 연봉이 높기 때문에 구단으로선 특급 FA가 아니고선 선뜻 QO 주기 어렵다. QO 수락한 선수도 지난해까지 131명 중 13명으로 9.9%에 불과했다. 2018년 시즌 후 LA 다저스의 1년 1780만 달러 QO를 수락하며 FA 재수를 한 류현진 같은 선수도 있었지만 2013년 시즌 후 신시내티 레즈의 1년 1410만 달러 QO를 거부한 추신수 같은 선수가 대부분이었다.
내년 연봉 800만 달러 상호 옵션을 포기하며 200만 달러 바이아웃 금액을 받고 FA가 된 김하성은 QO를 받을지 말지 애매한 경계선에 있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결국 QO를 주지 않았다. 김하성을 잡고 싶지만 1년 210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90억원을 쓰기엔 부담을 느꼈다.
샌디에이고는 내년에 팀 연봉 총액 페이롤이 2억 달러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잰더 보가츠(2545만 달러), 다르빗슈 유(2100만 달러),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071만 달러), 조 머스그로브(2000만 달러), 매니 마차도(1709만 달러), 제이크 크로넨워스(1129만 달러) 등 내년에도 1000만 달러 이상 고액 연봉자들이 많아 페이롤에 여유가 없다.
지난겨울부터 긴축 모드로 돌아선 샌디에이고는 사치세 기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 오프시즌 다른 포지션 보강에도 신경써야 하는데 김하성에게 2105만 달러 거액을 쓸 여유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김하성이 빨라야 내년 5월 이후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풀시즌을 뛸 수 없는 선수에게 1년 2105만 달러 연봉은 투자 관점에서 비용 낭비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MLB.com’은 ‘샌디에이고는 유격수 자리에 공백이 생겼고, 이를 채울 수 있는 3가지 옵션이 있다’며 1안으로 김하성과 FA 재계약 꼽았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완전히 배제하지 말라’며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야구운영사장 겸 단장의 코멘트를 전했다.
프렐러 단장은 시즌 결산 기자회견 때 김하성에 대해 “매우 재능 있는 선수다. 시즌이 끝날 무렵 김하성이 없는 게 우리 팀에는 큰 타격이었다. 그는 엄청난 에너지로 경기에 임한다. 야구 지능도 뛰어나다. 수비도 정말 잘하고, 모든 포지션을 볼 수 있다. 볼넷도 얻고, 홈런도 치며 도루도 한다”며 “그는 정말 재능 있고, 가치 있는 선수다. 우리 입장에선 다시 데려오고 싶다”고 재계약 희망을 나타냈다.
‘디애슬레틱’도 ‘샌디에이고는 핵심 기여자인 주릭슨 프로파, 카일 히가시오카, 김하성의 복귀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파와 김하성의 몸값은 샌디에이고가 원하는 범위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며 ‘김하성은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게 흥미로운 변수다. 개막 전까지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샌디에이고는 1년 증명 계약으로 김하성에게 복귀를 설득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전했다.
어깨 수술 리스크로 인해 김하성이 시장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할 경우 샌디에이고와 1년 단기 계약으로 FA 재수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시장 반응이 어떤지 체크하고 고민해야 할 시간이 김하성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샌디에이고로선 인내를 가져야 한다. 그런 시나리오로 진행된다면 김하성도 QO 연봉인 2105만 달러보다 낮은 조건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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