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천, 이후광 기자] 과거 양의지, 양석환, 홍건희 FA 때는 프런트를 향해 적극적으로 영입 또는 재계약을 요청했던 이승엽 감독. 그렇다면 허경민의 선수옵션 포기 및 FA 권리 행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주전 3루수 허경민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지난 5일 공시한 2025년 FA(자유계약선수) 승인선수 20명에 이름을 올렸다. 2024시즌 종료 후 두산과 3년 20억 원의 선수옵션을 포기하고 데뷔 후 두 번째 FA 권리를 행사, 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다.
허경민은 지난 2020년 12월 10일 원소속팀 두산과 생애 첫 FA 계약을 체결했다. 조건은 4+3년으로,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25억 원, 연봉 40억 원 등 총액 65억 원을 받고, 4년 뒤 두산 구단 최초로 3년 20억 원의 선수옵션 조항을 넣었다.
허경민은 FA 계약 후 4년 동안 502경기 타율 2할8푼6리(1746타수 499안타) 27홈런 228타점 29도루 233득점 OPS .743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계약 첫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향하는 미러클 여정에 큰 힘을 보탰고, 2023시즌 주장을 맡아 지도자 경험 없이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과 함께 팀의 2년 만에 가을 무대 복귀를 이끌었다.
허경민은 2024시즌 4년 FA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아 115경기 타율 3할9리 129안타 7홈런 61타점 5도루 69득점 OPS .811을 기록했다. 우측 어깨 극상근 미세 손상, 새끼손가락 아탈구 등 각종 부상 악재 속에서도 공격에서 477타석, 수비에서 883이닝을 소화, FA 계약 4년 가운데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어느덧 4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 허경민. 관건은 선수옵션 행사 여부였다. 허경민은 4년 계약이 끝난 뒤 구단이 아닌 선수가 재계약 주도권을 갖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허경민이 두산 잔류를 원할 경우 3년 20억 원을 추가로 받고, 더 높은 금액을 원한다면 FA을 선언하고 다시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는 계약 조건이었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1라운드 7순위 지명된 허경민은 그 누구보다 베어스 구단을 향한 애정 및 충성심이 높은 선수다. 첫 FA 계약 당시 “금액보다 7년이라는 기간에 너무 감사했다. 내 잔류를 원했던 두산 팬들의 마음을 7년 동안 가슴 깊이 간직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여름 홈구장 단상 인터뷰에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두산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말하며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허경민이 선수옵션을 포기했다고 두산을 떠나는 게 확정된 건 아니다. 원소속팀 두산과 다시 FA 계약을 체결해 3년 20억 원보다 더 나은 조건에 종신 베어스맨을 선언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사령탑 또한 허경민의 잔류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길 기원했다. 과거 양의지, 양석환, 홍건희 FA 때 이들의 영입 및 재계약을 강력하게 요청했던 이승엽 감독은 6일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FA 선수들(허경민, 김강률)은 구단에 전적으로 일임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 그저 (잔류) 협상을 잘 진행했으면 좋겠다”라고 덤덤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여기서 내년에 어떻게 더 좋은 팀을 만들지, 또 여기 있는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1명이라도 더 1군 무대에서 쓸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두산 구단은 ‘FA 집토끼’가 된 허경민을 조만간 만나 선수와 입장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장하면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허경민의 입장을 들어볼 예정이다. 선수 잔류를 위해 협상을 잘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5일 공시된 2025 FA 승인 선수는 6일부터 해외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또한, 총 20명이 FA 승인 선수로 공시되면서 KBO 규약 제173조 [FA 획득의 제한]에 따라 타 구단 소속 FA 승인 선수 중 2명까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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