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돋보기] 터프해진 구자철, 분데스리가에 무한 적응 중
입력 : 2012.03.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이제 더 이상 연약한 ‘어린왕자’가 아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로 독일 분데스리가 생존경쟁에 청신호를 켠 구자철(23)이 매 경기 개선된 경기력을 선보이며 유럽 축구계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고 있다.

구자철은 11일 새벽(한국시간)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최강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80분 간 활약했다. 겨울 이적 시장에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이후 6경기 연속 출전, 5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었다. 팀의 주전자리를 확실하게 꿰찼다.

올시즌 승격팀 아우크스부르크는 전반기 내내 승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기 돌입 이후 공격력과 수비력 모두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며 잔류의 희망을 높여가고 있다. 구자철 가세 이후 치른 6경기에서 단 1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구자철의 가세가 아우크스부르크에 안겨준 긍정적 효과는 공격 창조성이다. 구자철은 섬세한 볼터치와 창조적인 패스 연결로 팀의 공격 루트를 다채롭게 만들어줬다. 아우크스부르크 공격진은 볼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롱패스 위주의 단조롭던 전술에서 탈피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헤르타 베를린과의 경기에서 막강화력을 자랑하며 3-0 완승을 거뒀고, 상위권에 위치한 하노버96을 상대로도 주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2-2 무승부를 거뒀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상승세가 주목 받은 것은 꾸준히 승점을 쌓아온 방식이 공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이자 올 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선 전형적인 선수비 후역습 자세를 취했다.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해온 요스 루후카이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는데, 4명의 미드필더가 수비 라인을 지원하는 형태였다.

구자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측면에 배치됐다. 하지만 역할은 달랐다. 과거 전형에서는 원톱 토어스텐 외를을 지원하는 공격적인 역할에 치중했으나 도르트문트전에는 베르헤그와 함께 측면 수비에 가담하고 중원 압박 전개에 비중을 둔 플레이를 했다. 구자철의 공격적 역량이 돋보이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구자철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수비적인 역할을 효과적으로 소화했다. 터프한 상대 레프트백 슈멜처와의 경합에서 뒤쳐지지 않았다. 레프트윙 그로스크로이츠의 측면 공격도 완벽하게 봉쇄했다. 분데스리가 무대의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독일 선수들과 거친 언쟁을 벌이기도 했고 적극적으로 달려들며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당당한 그라운드의 전사였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압박 수비에 가로막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도르트문트의 카가와 신지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지난 1년간 구자철은 피지컬적인 면에서 약점을 보였다. 182cm의 신장으로 키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몸싸움에서 밀리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 입단 이후 자신의 공격 역량을 100% 선보이는 것뿐 아니라 상대와의 몸싸움, 공중볼 경합에서도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결국 중원 선수들의 안정된 지역 방어와 압박 수비를 바탕으로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하던 도르트문트를 무력화시켰다. 득점 없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공격진의 결정력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리를 이끌어낼 수도 있었다.

구자철은 후반 30여분 경 결정적인 역습 상황에서 체력의 열세를 보이며 전진에 실패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면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구자철은 끝내 체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장면 직후 루후카이 감독은 구자철을 교체하고 마르셀 은젱을 투입했다. 구자철에게 남은 과제는 분데스리가 무대의 치열한 90분을 정상적인 체력으로 소화하는 것이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 입단 이후 매경기 개선된 모습을 보여왔다. 매경기 꾸준히 출전하며 감각을 쌓고 있는 구자철이 조만간 90분 풀타임을 일관된 경기력으로 선보이며 한층 더 진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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