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 돋보기] 지옥에서 살아난 레알, 비 온 뒤 땅 굳었다
입력 : 2012.09.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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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레알 마드리드가 어느 때보다 힘겨운 UEFA 챔피언스리그 홈 개막전 승리를 거뒀다. 지옥에서 천당으로 귀환한 반전 드라마였다.

통산 9회 우승으로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자랑하는 레알 마드리드는 대회 출범 이후 홈개막전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잉글랜드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불멸의 기록이 깨질 뻔 했다. 거듭된 공세에도 골문을 열지 못하던 와중에 상대의 승부수 카드였던 에딘 제코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마르셀루의 중거리 슈팅 득점으로 간신히 동점골을 넣었으나 상대의 강점으로 일찌감치 언급된 세트 피스 상황에서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에 다시 골을 내줬다.

레알 마드리드는 맨체스터 시티전에 앞서 세비야 원정 라리가 경기에서 패배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부임 이후 초반 4경기에 2번의 패배를 당하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출발을 기록하고 있었다.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시즌 개막과 함께 거둔 수페르코파 우승이 오히려 팀의 집중력을 일찌감치 떨어트린 모양새였다. 무리뉴 감독은 “이긴 경기도 진 경기도 모두 내용이 좋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팀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선수단을 질타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중심에는 팀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었다. 그는 라리가 그라나다전 3-0 과정에 두 골을 넣었으나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고, 경기 후 “슬프고 불행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수 많은 루머를 양산했다. 호날두를 중심으로 팀의 내분설이 돌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력이 흔들렸고 패배가 이어지며 통산 10번째 우승을 목표로 하던 팀이 자멸의 길로 향하는 듯 했다. 강적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홈 개막전 패배까지 당한다면 치명타였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내분설의 중심에 있던 마르셀루는 취약한 수비력을 지적 받았지만 막강한 공격력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장기인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득점하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무리뉴 감독의 후반 맹공 교체 카드도 성공했다. 메주트 외칠은 팀에 창조성을 불어넣었고, 카림 벤제마는 후반 43분 팀을 수렁에서 구한 동점골을 넣었다.

그리고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는 역시 호날두에게 쏟아졌다. 레알 마드리드 위기설의 시작과 끝이었던 호날두가 후반 추가 시간에 결승골을 득점하며 승리를 안겼다. 모든 선수들이 호날두에게 달려들었고, 팀은 하나로 뭉쳐 승리를 즐겼다. 모든 논란은 감격적인 승리로 없던 일이 됐다. 무리뉴 감독도 마음껏 골과 승리를 자축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레알 마드리드는 다시 승리하는 팀으로 돌아왔다.

축구 선수들은 결국 축구를 통해 화해한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팀 플레이를 통해 이뤄낸 승리는 마음 속 응어리도 풀게 한다. 기적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승리는 흔들리던 레알 마드리드를 다시 뭉치게 만들었다. 비 온뒤에 땅은 더 굳는 법이다. 내홍을 겪은 레알 마드리드는 자신들의 가장 강한 적이 오직 자기자신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염원하던 라 데시마(La Decima, 10번째), 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더 이상 레알 마드리드에 내분도 위기도 없어보인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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