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조중연 축구협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축구계를 이끌어갈 다음 수장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벌써부터 후보로 여러 인물이 거론되는 가운데 축구인들이 차기 회장의 조건에 대한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끈다.

먼저 조중연 회장이 입을 열었다.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젊고 참신하며 열정을 가진 인물 중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구를 사랑하고 실질적으로 공헌한 인물 중 진정성과 적극성을 갖고 축구계를 이끌어갈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선수 출신이 아니라 연맹 회장이나 팀을 운영하는 분도 축구인"이라며 그 범위를 확대했다.

축구계 파벌 싸움도 경계했다. 조 회장은 "축구협회장 선거는 축구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국 축구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논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그동안 축구협회장 선거 때마나 축축모나 축구연구소, 지도자협의회와 같은 단체들이 만들어졌다가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선거만을 위해 축구계가 이합집산을 거듭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호 전 월드컵대표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김호 감독은 축구계의 대표적인 '야인'으로 조 회장이 직격탄을 날린 지도자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 앞서 만난 자리에서 "정몽준 명예회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축구인 출신으로 재력과 경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 차기 회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축구 행정에 이해와 깊이를 더하려면 축구인에게 또 기회를 주어야 한다. 조중연 회장에게 과오가 있다고 해서 축구인 전체가 그 자격을 상실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축구계 야권 인사 중 한 명인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소통과 화합을 중시했다. 축구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되 꼭 선수 출신의 축구인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축구계에 일정 시간 몸담고 축구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이라면 모두 축구인이다. 대신 열정과 깊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뜬구름 잡는 정책이 아니라 방향을 바로 잡는 계획이 나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여권, 야권, 선수 출신이다 아니다를 떠나 축구를 통해 제대로 된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부회장단을 40~50대의 젊은 인물들로 구성할 것도 제의했다. 급변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새로운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인물들이 회장을 보좌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회장에게 전결권이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축구협회장이 다른 누군가의 입김에 휘둘리거나 좌지우지되어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밖에 "축구협회가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운영되는 곳인 만큼 최소한 그 정도 조직을 경영해본 경험은 있어야 한다. 월급을 받는 회장이 아니라 무보수 봉사직으로 여길 수 있을 정도로 금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정몽규 프로축구연맹회장, 권오갑 실업축구연맹회장, 허승표 피플웍스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 사장을 역임했던 안종복 남북체육교류협회장, 김석한 중등연맹회장도 직간접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