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확대경] '뒷심부족' 브라질, 3-5-2 변신이 해답일까?
입력 : 2013.03.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형석 기자 =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 대표팀이 또 다시 '뒷심 부족'으로 울었다.

브라질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전반에만 프레드와 오스카가 연속골을 작렬시키며 2-0으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 내리 2골을 내주며 2-2 무승부를 거두고 말았다.

이번 이탈리아전 경기내용은 지난 잉글랜드전(1-2 패)의 '데자뷰'에 가까웠다. 전반 초반 브라질은 경기 주도권을 손쉽게 장악하며 이탈리아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경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흐름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고, 결국 후반전 중반부터는 일방적으로 상대 공격에 몰리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브라질 언론들은 이러한 대표팀의 문제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중원 장악력의 부족, 둘째는 포백의 불안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승부사' 스콜라리 감독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대표팀 문제 해결을 위해 3-5-2로의 포메이션 변화를 승부카드로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스콜라리 감독은 3-5-2로의 변화를 통해 중원 장악력 부족 및 수비불안 문제를 일거에 해소시킨 바 있다. 팀 공격을 호나우두-호나우지뉴-히바우두(3R)로 이어지는 소수 정예에게 일임하는 대신 허리진과 수비진을 보다 탄탄하게 구축한 덕분이었다.

스콜라리 감독은 최근 대표팀 훈련을 통해 2002년 월드컵 우승의 상징과도 같았던 3-5-2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테스트, 앞으로의 변화를 암시했다고 한다. 스콜라리 감독이 다시 한 번 3-5-2 시스템을 승부카드로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 양쪽 윙백의 공격적 활용, 그 효과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브라질의 3-5-2 시스템은 '카푸-카를로스 시스템'으로 불렸다. 당시 세계 최정상을 구가하던 카푸와 카를로스에게 포백의 풀백이 아닌 스리백의 윙백 역할을 맡김으로써 3-5-2 시스템으로도 공격적인 팀컬러를 유지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콜라리 감독은 현 브라질 대표팀이 보유한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력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바르셀로나의 다니 아우베스는 카푸와 카를로스 이상의 공격적 재능과 측면 장악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다. 아우베스에게 보다 적합한 '맞춤옷'은 포백의 풀백이 아닌 스리백의 윙백이란 평가가 꾸준히 설득력을 얻어 왔을 정도다.

왼쪽 측면수비를 맡고 있는 마르셀루와 필리페 역시 마찬가지다. 마르셀루는 단순히 측면 지역에서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할 뿐 아니라, 중앙 지역까지 파고들며 직접 슈팅을 시도하다. 마르셀루의 이런 공격적 재능은 스리백의 윙백 포지션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필리페 역시 데포르티보 시절 3-4-3 시스템에서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선수.

이처럼 아우베스와 마르셀루(혹은 필리페)가 측면 공격을 전담할 경우 네이마르와 오스카는 이전의 4-2-3-1에서보다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이점이 생긴다. 그 동안 네이마르와 오스카는 측면과 중앙을 끊임 없이 오가며 '1인 2역'의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그러나 양쪽 윙백이 보다 높은 지역까지 올라가 측면 공격을 전담할 경우 두 선수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네이마르와 오스카가 진정한 '프리롤'에 가깝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호나우지뉴와 히바우두가 3-5-2로의 변화와 함께 훨씬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현재 스콜라리 감독의 머릿속에도 비슷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을 듯하다.

# 브라질의 중앙 미드필더진, 다른 어느 때보다 약하다!

현 브라질 대표팀 중원은 다른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미레스, 파울리뉴, 구스타부, 페르난두, 루카스, 제안 등이 버티고는 있으나 질베르투 실바와 에메르손 등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비하면 세계 정상급 레벨과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중원의 힘이 떨어짐에 따라 브라질은 경기 주도권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 포백 라인까지 불안해지는 문제점을 연쇄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그로 인해 오스카와 네이마르가 불필요하게 중원 깊숙한 지역까지 내려오는 빈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콜라리 감독은 3-5-2로의 변화를 통해 중원의 불안요소를 간접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일단 단테, T.실바, D.루이스로 이어지는 스리백이 중앙 수비진에 철옹성을 구축함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수비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미드필드 장악력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중앙 수비수들은 하미레스, 파울리뉴, 루카스 등을 비롯한 수비형 미드필더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난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포백이 아닌 스리백 시스템에서는 중앙 수비수 중 1명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대신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스리백 중 2명의 중앙 수비수가 항시 그 뒤를 받쳐주기 때문이다.

특히 T.실바와 D.루이스는 과감한 전진 돌파와 길고 짧은 패스 배급을 통해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공격 시발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스리백 시스템에서는 둘 중 1명이 미드필드 지역까지 올라가 이런 역할을 안정적으로 병행할 수 있어 브라질 수비형 MF들의 창조성 부족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스콜라리 감독은 루시우와 에드미우손에게 매우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주문함으로써 중원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해낸 바 있다.

# 중앙 공격수 자리에 적임자가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브라질은 3-5-2로 전술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그 반대 급부로 공격진의 숫자를 한 명 줄여야만 한다. 양쪽 윙백의 공격적 활용 및 중앙 수비수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경우 팀 공격이 답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단, 스콜라리 감독이 3-5-2로의 전술변화를 구상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확실한 중앙 공격수의 부재다. 스콜라리 감독은 네이마르, 헐크, 오스카의 지원을 바탕으로 팀 공격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중앙 공격수 자리에 여러 명의 선수들을 테스트해 왔다. 프레드가 그나마 합격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고는 있지만, 부동의 주전으로 적합한지 여부는 아직 의문이다.

반면 3-5-2를 활용할 때는 중앙 공격수 1명을 과감히 버리는 대신 네이마르와 헐크에게 이 역할을 분담시키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과거의 호나우두와 같은 확실한 중앙 공격수가 없다면, 이러한 공격 형태를 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도 일리가 있는 셈이다.

스콜라리 감독은 중앙 공격수를 버리는 대가로 보다 안정적인 팀 밸런스를 구축하고자 3-5-2로의 전술변화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탈리아전을 통해 기존의 4-2-3-1 시스템이 다시 한 번 실패로 돌아간 지금, 다가오는 러시아전에서 과연 '3-5-2 버전'의 브라질을 감상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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