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RYU-2005 KOO, 그 열정의 슬라이딩
입력 : 2013.08.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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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이영하 기자= 2005년 구대성 만큼이나 화려한 류현진의 슬라이딩이었다.

류현진이 13승을 달성했다. 31일(한국시간)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8피안타 1사사구 6삼진 1실점(1자책점)을 기록했다. 타석에서도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에서 백미는 류현진의 슬라이딩 장면이었다. 류현진은 2회말 0-1로 뒤진 가운데 2사 2루에서 좌측 큼지막한 1타점 동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이후 후속타자 푸이그의 좌전 안타 때 홈으로 파고들어 역전 득점을 만들었다. 류현진의 득점은 다소 어려워 보였으나 3루 코치인 팀 월락이 팔을 돌리며 홈인을 지시했다. 결국 류현진이 어색한 슬라이딩으로 홈베이스를 먼저 스쳐 지나가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비슷한 장면이 떠오른다. 바로 2005년 뉴욕 메츠에서 활약한 ‘대성불패’ 구대성의 플레이다. 구대성은 한국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한 좌완 투수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뛴 이후 2005년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로 진출했다.

구대성은 2005년 5월 22일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와의 홈 경기에서 7회말 상대 선발투수 랜디 존슨을 상대로 중견수 뒤를 넘어가는 2루타를 쳤다. 후속타자 레이예스의 번트에 3루까지 진루한 뒤 홈이 빈 것을 확인한 구대성은 홈스틸을 감행해 득점에 성공했다. 당시 구대성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구대성의 야구 열정은 유명하다. 구대성은 41살까지 한화에서 뛰고도 이후 호주로 건너가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선수로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국내리그에서 은퇴한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반면에 구대성은 벌써 4개 리그째를 경험 중이다.

내셔널리그에서 투수는 타자로서의 역할이 크지 않다. 그래서 주자가 없는 상황이나 2아웃이 아닌 이상에야 희생번트로 주자의 진루를 도모하는 등 안전한 플레이를 한다. 특히 투수들은 슬라이딩을 거의 하지 않는다. 슬라이딩하는 과정에서 손이 바닥에 닿게 되면 투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레그퍼스트 슬라이딩은 물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날 슬라이딩으로 13승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류현진은 시즌 초 성의 없는 주루 플레이로 팬들의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번 경기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류현진의 플레이는 구대성의 열정 만큼 뜨거웠다.

슬라이딩으로 열정을 보여준 구대성과 류현진. 팬들의 가슴속에 두 선수의 슬라이딩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류현진도 구대성처럼 오래도록 뛰는 모습을 그려본다.

사진 = 게티이미지, 유튜브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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