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최종전에서 ‘결정구’ 감췄다
입력 : 2013.09.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한동훈 기자=류현진, 최종전에서 ‘결정구’ 감췄다

류현진(26, LA다저스)이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부진했다. 하지만 의도된 부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정구’를 감췄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30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4이닝 8피안타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평소보다 직구 구사 비율이 크게 높았다. 위기때도 직구를 고집하며 커브와 체인지업을 아꼈다.

류현진의 주무기는 서클체인지업이다.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오다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떨어진다. 내야 땅볼이나 헛스윙을 유도하는데 제격이다. 덕분에 류현진은 병살타 유도 횟수가 26회로 리그 전체에서 3위다.

최근에는 커브까지 장착했다. 커브는 타이밍을 빼앗을 때 사용한다. 90마일 대 직구를 보여주다 70마일 대 커브를 던지면 실투가 아닌 이상 노리고 있어야만 칠 수 있다. 게다가 류현진은 슬라이더까지 섞어 던지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 한 구종을 노려 치기란 매우 어렵다.

실제로 류현진이 최근 호투했던 두 경기에서 커브와 체인지업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지난 9월 16일 애리조나전 8이닝 2실점으로 완투패를 했을 때는 100구 중 53개가 변화구였다. 체인지업이 24개, 커브가 20개, 슬라이더가 9개였다.
24일 샌프란시스코전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을 때도 변화구가 46%였다. 104구 중 체인지업이 27개, 커브가 14개, 슬라이더가 7개였다.

그런데 이 날 경기에서는 총 76구 중 변화구는 23개에 불과했다. 직구 위주의 투구를 했다는 이야기다. 1회 말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도 류현진은 직구만을 고집했다. 직구만 내리 10개를 던지며 위기 상황에서도 변화구를 꺼내지 않았다.

4회말 1사 2,3루의 두 번째 위기를 맞았을 때도 직구를 고집했다. 찰리 블랙몬에게 직구를 얻어맞아 추가점을 내줬다. 계속되는 1사 1,3루서도 조시 러틀리지에게 직구만 던졌다. 러틀리지를 내야 땅볼로 처리하고 토드 힐튼이 타석에 들어섰다. 역시나 직구 승부였다. 슬라이더 1개, 직구 5개를 던져 뜬공으로 잡아냈다.

차라리 맞더라도 직구를 던지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당시 경기장에는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애틀란타와 세인트루이스의 전력분석원들이 와있었다. 또한 류현진은 76구만을 던졌고, 한 타자만 더 잡으면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수 있음에도 5회에 마운드에 올라오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소리 없는 싸움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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