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의 프로축구 30년(52)] 6개월 충격 처방, 최순호 대표팀서 제외
입력 : 2013.10.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미 예상했던 대로다. 대표 팀에서 처음 제외돼 섭섭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동안 소속팀을 위해 큰 일을 못했는데 앞으로 럭키금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1988년 11월7일 구성된 ‘이회택호’ 승선자 명단에서 제외돼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1980년 5월 국가대표 선수가 된 이래 처음 대표 팀 탈락의 씁쓸함을 맛 본 최순호는 자신의 착잡한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최순호의 대표 팀 제외는 기량 문제 보다는 인간적인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국가대표 선발의 특이한 예로 기록됐다.

최순호는 1987년 프로 시즌이 끝난 뒤 이회택 감독과의 견해차이로 인한 갈등으로 포철을 떠나 럭키금성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1988년 11월5일 이회택 감독이 대권을 잡자 ‘최순호가 과연 대표 팀에 기용될 것인가’가 축구계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11월7일 오전, 대한축구협회 선수선발위원회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이회택 감독이 전국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도봉동 성균관대구장에 이차만 코치와 나란히 나타난 것은 이날 오후 4시께 였다.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펼쳐 보인 새 대표 팀 명단에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최순호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최순호의 ‘대표 팀 제외’설은 이회택 감독이 대권을 잡으면서 이미 축구계에 널리 퍼졌으며 이 설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었다.

“올림픽을 마치고 10월26일 한일정기전에 출전했을 때 이회택 감독이 대표 팀 감독을 맡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쫙 돌았다. 그 순간 ‘이것이 대표 선수의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최순호의 회상이다.

이회택 감독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아차만 코치와 협회 실세인 안종복 기획실장과 대표선수 인선 작업을 하면서 인간적으로 긴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이차만 코치, 안종복 실장의 ‘최순호 대표 팀 제외’ 의사가 강하고 11개월 전 럭키금성으로 이적하면서 쌓인 앙금은 그대로였지만 기량이나 능력으로 보아 제외시켜서는 안 될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축구계에서는 최순호가 제외 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었던 것이었다. 대표 팀을 구성하면서 짧은 훈련 기간을 감안, 팀워크를 중시해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를 받아들여 결국 소문대로 최순호를 대표 팀에서 제외시켰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는 것이 이회택 감독의 고백이었다.

“감독을 인정하지 않는 선수는 마라도나라도 필요 없다.”며 ‘최순호 대표 제외’는 이차만 코치와 안종복 실장이 이회택 감독보다 더 강경했다.

아무튼 “기량이나 능력 보다는 정신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회택 감독의 공식 입장대로 최순호에게 가한 ‘충격 요법’은 적중,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대표 팀에서 제외돼 기분이 몹시 나빴지만 하루를 지내고 나니 미운 마음이 사라지고 오히려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하나님께 감사했다.”는 최순호의 자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위가 아닌 현실로 나타났다. 최순호는 “거울과 대중 속에서 자신을 찾던 태도를 버리고 하나님 속에서 자신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일이 있고 5개월 뒤인 1989년 4월18일 최순호는 이회택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이회택 감독 앞에 나타난 최순호의 마음속엔 이회택 감독에 대한 감정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김덕기(스포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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