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강릉] 김성민 기자= 냉정이 열정을 넘어 설 때가 있다. K리그 종영을 알린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그랬다. 침착하게 경기에 임한 상주 상무가 강원 FC를 제치고 프로스포츠 역사상 첫 ‘승격 팀’의 주인공이 됐다.

상무는 7일 오후 2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3 승강 플레이오프 (PO) 2차전에서 0-1 로 패했다. 그러나 상무(+2)가 골득실에 앞서 다음 시즌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했고, 강원 FC(-2)는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됐다.

양 팀의 목적은 같았지만, 대처법은 달랐다. 강원은 투지와 열정적인 플레이로 기적을 만들려 했고, 상무는 냉정함을 유지하며 1차전 3-0의 승리의 여파를 이어가 승격을 꾀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눈 감독들의 발언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김용갑 강원 감독이 “투지 있는 모습으로 빠른 시간에 골을 넣어야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 반면 박항서 상무 감독은 “분명 유리한 상황이지만 냉정하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집중력”이라며 경기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열정과 냉정함이 맞붙는 전초전이었다.

이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경기초반은 홈 팀 강원이 강하게 몰아부쳤다. 1차전에 1-4로 대패해, 2차전에서 3-0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했던 강원이었기에 공격적인 전술로 상무를 위협했다. 김용갑 감독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지쿠에게 맡긴 채 김영후, 최승인 등 슈팅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을 선두에 배치하며 상무의 골망을 노렸다.

시작과 함께 결정적인 찬스도 맞았다. 지쿠는 전반 1분 문전 앞에서 환상적인 가슴 트래핑 후, 왼발 터닝슈팅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후에도 강원은 공격에 무게를 둔 채 빠른 선제골로 기선 제압을 노렸다.

강원의 열정적인 공세에 주춤한 모습을 보인 원정팀 상무는 금세 냉정을 되찾았다. 상무는 초반 공세를 잘 막아 낸 후, 중원에 안정을 둔 채 빠른 측면 공격으로 강원의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허나, 냉정의 세기가 조금은 더 컸다. 강원은 시종일관 강한 전방 압박으로 기회를 노렸다. 강원은 후반 10분 지쿠를 빼고 김동기를 투입하는 강수까지 두었다. 최전방 자원을 투입해, 경기의 안정보다는 이판사판 공격에 치중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투지에 앞서 침착함을 보이지 못했다. 물론 최승인이 후반 26분 추격골을 터뜨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이날 승리는 강원이 거뒀다. 그러나 승격이라는 성과는 냉정하게 경기에 임한 상주 상무의 몫이 됐다.

사진=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