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모스크바 리포트] 홍명보와 카펠로는 무엇이 다른가?
입력 : 2014.05.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민 기자= 확연한 온도차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과 러시아 파비오 카펠로 대표팀 감독이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 선발, 대표팀 운영 방식을 이유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반면 카펠로 감독은 러시아 언론을 비롯한 팬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모스크바 현지에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이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 내외부적 분위기가 중요한 현 시점이기에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양국의 상반된 현상은 대표팀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갖는 한국 여론과 다소 차분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러시아 여론의 차이에서 비롯된 걸까? 아니면 베테랑인 카펠로 감독에 비해 성인 대표팀 지휘 경험이 전무한 홍명보 감독에 보내는 우려 섞인 시선인 걸까?

먼저 홍명보호가 카펠로호에 비해 완전히 닻을 내릴 시간이 부족했던 것을 꼽을 수 있다.

카펠로 감독은 지난 2012년 부임 후 월드컵 유럽 예선을 거치며, 수 많은 러시아 언론들과 대립 양상을 보이고는 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들이 선수 선발 및 전술 운영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자 카펠로 감독은 언론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펼쳤다. 대표팀 경기 후 갖는 공식기자회견 이외에는 인터뷰의 기회를 왠만해서는 주지 않았다. 당연히 대표팀 코치진들과의 미팅 내용 또한 철저히 ‘비공개’ 입장이었다.

하지만 조별 예선 1위의 성적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확정짓자 여론이 확 바뀌었다. 팬들은 카펠로 감독을 신임하기 시작했고, 러시아 언론들은 카펠로 감독의 이러한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카펠로호에 질책 혹은 독려를 해야 한다 해도 월드컵 이후에 하자는 공감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때부터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헀다. 공식적인 잣대로 평가가 가능햇던 것은 동아시안컵 뿐이다. 또한,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에서 첫선을 보인 홍명보호는 3월 그리스전까지 모두 14차례 평가전을 치러 5승 3무 6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옥석 가리기'에 중점을 뒀던 홍명보 감독이었기에 대표팀의 성쇠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적으로 이르다. 아직은 대표팀의 모든 행보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섣부른 '원칙 설정'도 또 다른 이유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파비오 카펠로 감독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갈리는 것도 이곳에서 시작된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초기 자신만의 선수 선발 원칙을 내세웠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우선돼야 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그의 원칙은 너무나 쉽게 깨졌다.

소속팀에서 거의 뛰지 못한 선수 몇몇이 이름을 올렸다. 박주영(왓포드)이 대표적 경우다. 믿을만한 공격수 부재로 인한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었지만, 이로 인한 파장은 컸다. 팬들은 당찬 표정으로 '원칙'과 '원 팀' 을 강조하던 홍명보 감독을 떠올리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물론 대표팀 파주 소집 첫 날 "원칙은 내가 깼다"면서 박주영 선택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을 되담을 수는 없었다.

이와 반대로 카펠로 감독은 선수 선발에 대한 그 어떤 원칙도 내세우지도 않았다. 카펠로 감독은 투명하지는 않았지만, 그 어떤 논란 거리를 만들어내지도 않았다. 부임 초기 안드레 아르샤빈(제니트) 등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선발하지 않았을 때도 그는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나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결과로만 이어져야 한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또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의 최대 스타로 떠오른 아르템 쥬바(로스토프)를 기용하지 않아, 볼멘소리가 생겼을때는 "선수 선발에 대한 원칙도 굳이 설명해야 하는가"고 반문한 후 "쥬바의 최근 경기력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분위기에 일회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쥬바가 내가 추구하는 축구에 결합하는 것이 있다면 언제라도 선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개인 보다는 팀이 우선이다. 팀 보다 중요한 선수는 없다"며 선수 선발이 감독의 권한임을 다시 한번 확고히 했다. 2년 가까이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선수단 운영 방침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셈이다.

러시아는 한국의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맞물려, 선수의 면면으로만 볼 때는 넘지 못할 산도 아니다. 단단한 조직을 만들어 월드컵에 매진해야 할 때, 외부적 잡음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홍명보호가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홍명보호가 월드컵 이전에 큰 홍역을 치렀다 생각하고, 진정으로 원하던 '원팀'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사진=스포탈코리아 DB, 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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