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울산현대의 만능 키 김민혁이 호랑이굴에 완벽히 정착했다.
실력은 기본, 여기에 근성, 인성, 멀티플레이어 능력은 울산 홍명보 감독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김민혁이 홍심을 사로잡았다.
제주와 경기에 앞서 울산은 2연패 늪에 빠지며 ‘위기설’이 불거졌다. 홍명보 감독 부임 후 세 시즌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최근 한 달 동안 여러 일이 터져 선수들이 심적으로 흔들렸고, 이것이 경기력 난조와 결과로 이어졌다.
반전을 위해 제주전 승리가 절실했다. 홍명보 감독의 지략과 선수들의 투혼, 승리를 향한 열망이 어우러져 위기를 딛고 일어섰다.
608일 만에 울산 복귀골과 함께 1도움을 추가한 이동경의 활약도 빛났지만, 중원의 살림꾼으로 변신 중인 김민혁의 활약도 눈부셨다.
울산은 3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박용우를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으로 보냈다. 지난 20일 여름 이적 시장이 끝났으나 단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내부에서 신중히 검토한 끝에 기존 자원들로 박용우의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도 김민혁은 이규성과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서 주거니 받거니 역할 분담을 통해 각자 장점을 발휘했다.
김민혁은 “최근에 2연패를 하고 팀 전체가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다. 분위기가 처진 가운데 제주전 승리로 반등할 수 있어 기쁘다”고 환히 웃었다.
울산은 지난 시즌 17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올랐다. 박용우가 워낙 잘해줬다. 지난달 A대표팀의 두 차례 평가전을 모두 소화하며 K리그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진가를 발휘했다. 이 선수를 즉각 대체한다는 건 쉽지 않다. 이적 시장 기간이 워낙 짧았던 데다 매물도 많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김민혁을 낙점했다. 블록을 조립하듯 딱 들어맞지 않아도 조화로움 속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래도 본인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는 “이제 수비와 공격 모두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전에 (박)용우, (이)규성이와 호흡했다. 보야니치랑도 뛰어봤다. 내가 위에 섰을 때와 아래에 섰을 때 역할이 확실히 다르다. 조금 부담감이 있었는데, 옆에서 동료들이 잘 도와줬기 때문에 제주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경기 중에 홍명보 감독은 김민혁을 따로 불러(전반 25분경) 전술적 지시를 내렸다. 이후 더욱 자신 있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김민혁은 “감독님이 위에서 볼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이후 올라가서 받고, 규성이가 내려서니 잘 풀렸던 것 같다”면서, “경기 전부터 규성이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자는 대화를 했고, 계속 체인징 했다. 아직 나는 용우, 규성이처럼 밑에서 풀어가는 부분은 잘 안 된다. 공격형을 많이 봤기 때문에 밑으로 내려와서 볼을 받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성남FC 임대 시절을 떠올렸다. 김민혁은 “처음 울산에 왔을 때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에 패배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구성원들과 대화를 해보니 누구에게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면서, “가장 좋은 점은 빌드업 과정에서 동료들이 나를 믿고 편하게 볼을 많이 준다. 지난 시즌, 이번 시즌 초에 비해 지금은 심적 경기력적으로 안정이 됐다. 불안감이 없어졌다. 아직 수비적인 면에 있어 살짝 어색한데 더 적응해서 잘 해결해나갈 생각”이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김민혁은 제주전에서 골 맛도 봤다. 이동경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K리그 통산 200경기(17골 22도움) 자축포였다. 이번 시즌 1골 3도움으로 도우미 역할도 척척 해내고 있다.
그는 “사실 이런 것(기록)을 생각 안 하려고 했다. 경기 전에 아무한테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200경기인데 나 때문에 경기가 안 풀리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다. 그래도 의미 있는 경기에서 승리를 챙겨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마지막으로 김민혁은 울산이 흔들릴까 걱정했던 팬들에게 당부 메시지를 전했다. “그동안 계속 호흡을 해왔던 좋은 동료들이 있다. 다 같이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면 호흡이 더 잘 맞을 거로 생각한다. 팬들께서 걱정 안 하셨으면 좋겠다. 더욱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리그 2연패를 자신했다.
사진=울산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