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이성민 기자= 전체 1순위 출신 '좌완 특급 유망주' 김진욱(22)이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고교 시절 김진욱은 안정적인 제구력과 뛰어난 구위를 갖춘 '초고교급' 왼손 투수로 크게 주목 받았다. 2학년 때인 2019년 이미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잠재력을 인정받은 김진욱은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진욱은 프로에서 제구가 잡히지 않아 성장이 정체됐다. 데뷔 시즌과 2년 차 때는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부진 끝에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지난해에는 아예 불펜으로 한 시즌을 보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2021년(6.31)부터 2022년(6.36)과 2023년(6.44)까지 매년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3시즌 동안 128⅔이닝 132탈삼진(9이닝당 9.23개)을 기록하며 뛰어난 구위는 입증했으나, 113볼넷(9이닝당 7.90개)으로 영점을 잡지 못했다. 데뷔 후세 시즌 동안 김진욱은 선발과 불펜을 어느 쪽에서도 확실히 자리 잡지 못했다.
김진욱은 2024시즌을 2군에서 시작했다. 롯데는 애런 윌커슨, 찰리 반즈, 박세웅까지 3선발을 확정한 뒤 4, 5선발을 맡을 투수로 나균안과 이인복을 낙점했다. 김진욱은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며 자신의 차례를 묵묵히 기다렸다.
2군에서 구슬땀을 흘린 김진욱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나균안, 이인복이 모두 부진하자 김태형 감독은 퓨처스리그 7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2.97로 호투 중이었던 김진욱에게 눈을 돌렸다. 1군의 부름을 받기전 5월 등판한 2군 3경기서 김진욱은 14이닝 동안 1볼넷만 기록했을 정도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었다.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첫날부터 김진욱은 김태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5월 2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로 등판한 김진욱은 4⅓이닝 5피안타 5탈삼진 3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이어 5월 31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5이닝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2경기 모두 볼넷이 1개에 불과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6월에도 김진욱의 활약은 이어졌다. 지난 6월 6일 KIA 타이거즈전(5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2실점) 호투에 이어 6월 12일 키움 히어로즈전은 6⅓이닝 5피안타 8탈삼진 1실점(무자책)으로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며 시즌 2승을 수확했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김진욱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주춤했다. 지난 6월 20일 KT 위즈전에서 무려 홈런 4개를 허용하는 등 5⅓이닝 8피안타 5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6월 26일 KIA전(3⅔이닝 7피안타 3탈삼진 4실점)은 올 시즌 선발로 등판한 경기 중 가장 적은 이닝을 소화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구원투수로 등판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2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부진했다.
김진욱은 4년 차 전반기를 7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4.80으로 마무리했다. 9이닝당 볼넷(BB/9)이 지난해 7.18개에서 올해 4.20개로 약 3개 가까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피안타율(0.271)은 데뷔 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아직 개선할 점이 남았다는 걸 보여줬다.
희망과 아쉬움이 공존한 전반기를 보낸 김진욱은 후반기에도 선발 로테이션에서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윌커슨과 박세웅,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온 반즈까지 선발진 세 자리는 주인이 있지만 나머지 두 자리는 여전히 확실한 임지가 없다.
전반기 롯데는 팀 타율 2위(0.282), OPS 3위(0.775)의 화끈한 화력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팀 평균자책점 8위(5.14)로 여전히 방패가 허약하다. 그중에서도 선발(평균자책점 5.25)은 불펜(4.98)보다 더 문제가 심각하다.
전반기를 8위(35승 42패 3무 승률 0.455)로 마친 롯데는 5위 SSG 랜더스(41승 1무 42패 0.494)와의 격차가 3경기에 불과하다. 5강 도전을 위해서 롯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선발진의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반기 가능성을 보여준 김진욱이 후반기 선발진의 한 자리를 완전히 꿰차고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 OSEN,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