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선동열 넘은 '159km 닥터K' 앤더슨, '225K' 미란다 넘고 켈리·페디처럼 ML 복귀 꿈 이룰까
입력 : 2024.12.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KBO리그 진출 첫 시즌 연착륙에 성공한 SSG 랜더스 외국인 투수 드류 앤더슨(30)이 다음 시즌에도 역대급 탈삼진 능력을 뽐내고 신기록까지 넘볼 수 있을까.

SSG는 지난달 17일 앤더슨과 총액 120만 달러(연봉 115만, 옵션 5만)에 재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4월 로버트 더거의 대체 선수로 한국 무대를 밟은 앤더슨은 24경기 11승 3패 평균자책점 3.89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흔들린 SSG 선발진의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특히 차원이 다른 탈삼진 능력이 돋보였다. 데뷔전서 전광판에 159km/h의 구속을 기록한 리그 최정상급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앞세워 KBO리그 타자들을 요리했다. 단 65이닝 만에 100탈삼진을 채워 'KBO리그 최소 이닝 100탈삼진 신기록을 세웠고, 1991년 선동열(5경기 연속)에 이어 역대 2번째 기록인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닥터 K' 본능을 뽐냈다.

앤더슨이 115⅔이닝 동안 잡아낸 삼진의 수는 무려 158개로 9이닝당 12.29개에 달한다. 단일 시즌 기준으로 1996년(11.85개)과 1997년(11.75개) 구대성, 1993년 선동열( 11.68개), 2021년 아리엘 미란다(11.6개)를 뛰어넘는 역대 1위 기록이다(규정이닝 70% 이상 기준).




2024시즌 보여준 탈삼진 능력을 내년에도 이어간다면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도 도전해볼 만하다. 2021년 두산에서 뛰었던 미란다는 173⅔이닝을 소화하며 225탈삼진을 기록, 1984년 롯데 자이언츠의 '무쇠팔' 최동원(223탈삼진)을 넘어 37년 만에 탈삼진 새 역사를 썼다. 이듬해인 2022년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 미란다의 기록에 도전했지만, 196이닝 224탈삼진으로 타이기록에 한 걸음 모자랐다.

2025년 KBO리그서 풀타임 첫 시즌에 도전하는 앤더슨이 올해와 비슷하게 9이닝당 12개 수준의 탈삼진 페이스를 또 한 번 보여준다면 약 170이닝 정도를 소화했을 때 신기록 경신도 가능해 보인다. 다만 관건은 앤더슨의 이닝 소화 능력이다. 앤더슨은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갖췄지만 9이닝당 볼넷이 4.12개에 달할 정도로 제구에 기복이 심했다. 이닝당 투구 수도 17.5개로 많아 경기당 4.99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올해 트리플A에서 9경기(2승 1패 평균자책점 3.86) 모두 불펜으로 뛰던 중 갑자기 SSG에 합류해 충분히 선발 보직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시즌 이닝 소화력이 개선될 가능성은 있다. 앤더슨은 마이너리그 통산 125경기 중 106경기를 선발로 등판한 경험이 있다.

아직 만 30세에 불과한 앤더슨은 2025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다면 메이저리그 유턴도 노려볼만하다. 2017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앤더슨은 2021년 텍사스 레인저스(9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3.27) 시절을 마지막으로 빅리그 무대에서 멀어졌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19경기(선발 2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6.50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이적 소식을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는 지난달 앤더슨과 SSG의 재계약 소식을 다루며 "앤더슨은 KBO리그 첫해 견실한 투구를 펼쳤다. 115⅔이닝은 2018년 이후 한 시즌 최다 이닝이었으며, 31.9%의 삼진율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위력을 보면 앤더슨이 2025년 SSG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내년 겨울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MLBTR은 "앤더슨의 빅리그 복귀를 낙관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KBO리그는 과거 빅리그 도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다른 투수들에게도 좋은 테스트 무대 역할을 했다"며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전 SK 와이번스)는 KBO에서 활약한 뒤 미국 무대로 돌아와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선수다.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전 NC 다이노스)는 한국에서 2023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지난 스토브리그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1,500만 달러의 보장계약을 맺은 바 있다"라고 성공 사례를 언급했다.




한국 무대 진출 전까지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었던 켈리는 KBO리그서 4시즌(2015~2018)을 보낸 뒤 2019년 미국으로 돌아가 빅리그 데뷔 꿈을 이뤘고, 현재는 애리조나 선발진의 한 축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6시즌 동안 빅리그 경력을 쌓았던 페디는 지난해 KBO리그서 4관왕을 차지하고 더 좋은 조건으로 빅리그 유턴에 성공했다. 켈리는 2017년(189탈삼진), 페디는 2023년(209탈삼진) KBO리그 탈삼진 1위를 차지한 '닥터 K'라는 공통점도 있다. 과연 앤더슨도 켈리와 페디처럼 뛰어난 탈삼진 능력으로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 역수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OSEN, 뉴스1, 게티이미지코리아, 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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