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MBC와 SBS의 합작품처럼 만들어진 작품이죠". '밤에 피는 꽃'의 장태유 감독이 3회 만에 10% 시청률을 넘어선 인기와 높은 완성도에 놀라움과 자부심을 표했다.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을 연출하는 장태유 감독은 25일 OSEN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밤에 피는 꽃(약칭 밤피꽃)'은 밤이 되면 담을 넘는 십오 년 차 수절과부 '여화(이하늬 분)'와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갓벽남 종사관 '수호(이종원 분)'의 담 넘고 선 넘는 아슬아슬 코믹 액션 사극이다. 지난 12일 첫 방송을 시작해 방송 3회 만에 10.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장태유 감독은 작품의 성적에 대해 "저희도 깜짝 놀랐다. 이 정도로 좋은 반응이 나올 줄 몰랐다. 제작발표회 때 '고려 거란 전쟁'이 두렵지 않다거나 목표 시청률 15%라던 것은 한 번 질러본 거였다. 일종의 자기 최면 같은 거였다. 그런데 진짜로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5%면 잘 나온 거라 생각했는데 7%가 나왔고, 8%가 됐다가 10%까지 올라갔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 하는 부담감도 들고 있다"라며 웃었다.
그는 작품의 공로에 대해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 "작가가 중요하다. 감독이 작품 따라가지 작품이 감독 따라가진 않는 것 같다"라고 겸손을 표한 그는 "늘 성공하는 감독은 없다. 이번 작품이 제게는 어려웠다. '뿌리 깊은 나무'나 '별에서 온 그대'는 방향성이 명확했다. 길을 잃어도 헤매도 그 방향을 보고 가면 되는 게 있다. 그런데 '밤에 피는 꽃'은 그게 섞여 있다. 복합적이다. 과부들의 아픈 삶을 보여주면 된다는 것도 있고, 코미디고 사극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또 억울하게 슬픈 상황이 많지는 않다. 오히려 남을 도와주러 다닌다"라며 어려움을 고백했다.
이어 "마치 의적 일지매나 홍길동 같은 느낌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님 반대도 있었다. 너무 영웅, 홍길동으로 보이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시대적 아픔을 담은 과부의 대표자로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그 시절 여자들의 삶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했다. 그걸 균형있게 가려고 하다 보니 힘들었다. 원래 대본 초반에는 무거웠다. 그걸 조금 더 가볍고 재미있게 더 편안하게 볼 수 있게 가보자고 했다. 저희 작가님들이 그런 걸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였고, 다행히 바꿔 써주신 게 지금 결과물"이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더불어 장태유 감독은 "사실 10% 시청률은 6부 정도 넘어가야 나올 줄 알았다. 절반까지 재미있게 봐준 분들의 입소문을 타고 마지막에 15% 정도 찍어주면 감사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회 만에 넘었다"라며 놀라워 했다. 이러한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으로는 이하늬가 꼽힌다. '원 더 우먼'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하늬의 출산 후 드라마 복귀작이 '밤에 피는 꽃'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
장태유 감독 또한 이하늬에 대해 극찬했다. 그는 "이하늬 씨가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 같지 않나. 미인으로 빠지지 않는 배우가 액션을 몸사리지 않고 하는 걸 보면 '툼레이더', '원티드' 같은 느낌이 들더라. 액션이 되면서 미모가 받쳐주고 연기력도 있는 이런 경우가 흔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물 같은 배우"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그는 이하늬의 상대 배우로 신예인 이종원을 캐스팅한 것에 대해 "젊은 청년이 남성미를 갖춘 경우를 찾는데 쉽지 않았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에 수많은 오디션 끝에 이종원을 만났다고. 그는 "추천을 받고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만났는데 실물을 보니까 달랐다. 이종원 씨에게 오디션장을 휘감는 분위기가 있더라. 모델이라서 그런지 자세나 표정도 다듬어져 있었고, 리딩할 때 목소리가 특히 좋았다. 배우는 얼굴 다음이 목소리, 목소리 다음이 얼굴이라고 의견이 분분할 정도인데 이종원 씨는 중저음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연기력만 갖추면 굉장히 성장할 거라 생각했는데 연습부터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받아들이는 게 컸다. 원래 서울 사람이 아니라 사투리 조가 있는데 그것도 무지하게 연습해서 없앴다"라며 극찬했다.
배우들의 호연 속에 '밤에 피는 꽃'은 코미디와 정통 사극의 균형감을 찾으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나름의 기준점에 대해 장태유 감독은 "연기는 카메라가 돌기 전에는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그래서 저는 그 씬의 정서와 코미디의 포인트가 어디인지만 정확히 이야기한다. 그걸 배우와 교감하고 들어가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코미디 연기를 요구한다.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달라고. 그걸 보고 오버한다 싶으면 한번 더 찍겠다고 한다. 두번, 세번 찍어서 고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처음을 찍고 여화가 됐든, 수호가 됐든 '너무 간 거 아니야?'라고 배우가 고민 할 때 한번 더 찍는다. 그 뒤엔 편집실에서 고른다. 씬으로 보면 한 씬인데 서로 다른 테이크가 섞여 있다. 그래서 진짜 제대로 웃겨야 할 때만 오버하는 부분을 쓰고 아닌 부분은 다른 테이크를 쓴다. 부활의 김태원 씨가 노래 하나 마스터링할 때 100번 부른다고 하지 않나. 노래도 믹싱을 하듯이 드라마나 영화도 그런 과정과 고민 끝에 균형감 있는 웃음을 드리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기본적으로 제가 진지하기 때문에 아무리 내가 웃기게 하려고 해도 사람들은 무겁게 딱 가라앉게 느낀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어떻게든 내 스타일 대로 찍히니까 배우들에겐 최대한 까불라고 한다. 최대한 해보시라고. 아무리 까불어도 자동적으로 중화가 된다"라며 웃었다.
이 가운데 이하늬가 물을 뿜는 장면이나 '산중고냥도'와 같은 장면들이 벌써부터 '밤에 피는 꽃' 초반의 레전드 코미디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장태유 감독은 "물 뿌리는 장면도 이하늬 씨가 두번 뿜었다. 저는 한번만 뿜자고 말했는데, 두위 스태프들이 두 번이 재미있다고 해서 주위 반응을 반영해가며 편집했다. 제가 절제를 시킬수록 무거워지니까 주위 스태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태유 감독은 "이번 작품은 특히 주위 스태프들의 도움이 컸다. 조연출들도 다양한 의견을 많이 냈다. 조연출 왕정민 PD의 경우 그림자 포스터도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선택해왔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산중고냥도' 장면은 수십개 장면을 다 받았는데 너무 만화같거나 현대적이라 조금더 민화 같은 분위기를 내려고 제가 아이패드에 수십장을 몇날 며칠을 그렸다. 가장 투박한 그림을 스태프들 투표까지 거쳐 골랐고 부분적으로 인쇄한 수십장에 화가 분이 그리는 모습을 덧입혀 완성했다. '바람의 화원'과 '홍천기'에서 그림 작업을 해본 결과물에서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시간 손실이 적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김성한 촬영감독님은 정말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셨다. 현장의 즐거운 분위기도 이끌어주셨고, 그러면서도 바쁜 와중에 완성도를 놓치지 않고 가려고 애써주셨다. 저희 작품 한 씬도 허투루 찍힌 게 없다. 그만큼 촬영감독님이 배우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배우들이 코미디를 대할 때 마음 놓고 날아다니게 해준 분이 촬영감독님이라 제 일이 반은 줄었다"라며 고마움을 강조했다.
장태유 감독은 이어 "김은영 색보정기사님도 정말 디테일하게 작업해주셨다. 또 저희 작품이 SBS와 MBC 스태프들의 합작이나 다름 없다. 미술감독은 제가 '별에서 온 그대'도 같이 한 신승준 미술감독이고 역시 같이 작업했던 송강열 소품실장님이 도와주셨는데 다들 '하이에나'와 '홍천기'도 같이 했던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계셔서 지금의 완성도가 가능했던 것 같다. 요해 소위 500억 원 제작비를 쏟는 영화 못지않은 초하이퀄리티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지 않나. 솔직히 저희 작품은 그 정도는 아니고 1/3 정도 되는 예산이지만 퀄리티는 그에 못지 않게 나왔다고 자신한다. 완벽한 사전제작으로 모든 회차도 MBC에 넘긴 상태인데 이것도 스태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그는 "5회가 넘어가면 새로운 인물이 투입될 거다. 마치 '메기' 같은 존재가 돼서 극의 활력을 끌어올릴 테니 기대해 달라. 중반까지는 지금처럼 웃음과 활기찬 느낌을 받으실 수 있고 후반부에는 정통사극 같은 매력도 더해질 것"이라며 "웃으면서 보다가 가슴졸이는 긴장감도 함께 느끼실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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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