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줄이고 KKKKKKK' KIA 이의리, ABS 활용법 찾았나 ''스트존 상단에 일부러 많이 던졌다'' [수원 현장]
입력 : 2024.04.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수원=김동윤 기자]
이의리. /사진=KIA 타이거즈
이의리. /사진=KIA 타이거즈
국가대표 좌완 이의리(22·KIA 타이거즈)가 5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는 폭발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피칭이 돋보였다.

이의리는 4일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방문 경기(총 1만 722명 입장)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이날 KIA는 이의리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적인 타격에 힘입어 KT에 6-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2승 1패 위닝시리즈에서 성공한 KIA는 시즌 7승(2패)째를 기록했다. 한편 KT는 시즌 9패(2승)를 기록하며 꼴찌 탈출에 실패했다.

지난달 29일 두산 베어스와 시즌 첫 경기에서 4이닝 2피안타 5볼넷 6탈삼진 2실점(0자책점)을 기록했던 아쉬움을 떨친 피칭이었다. 이의리는 1회부터 직구와 슬라이더로 빠르게 2스트라이크부터 선점해 유리한 상황에서 대결을 펼쳤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천성호를 3구 삼진으로 잡아냈고 KBO 리그 MVP 출신의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가장 큰 위기는 ABS를 활용한 피칭으로 벗어났다. 2회 말 강백호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우타자들을 상대로 바깥쪽으로 공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황재균에게는 풀카운트에서 시속 147㎞ 직구를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아냈고, 장성우에게는 커브만 연거푸 4차례 던져 삼진 처리했다. 특히 장성우에게 들어간 바깥쪽 높게 들어간 4구째 커브는 최근 ABS 판정 관련 논란을 집약하는 장면이었다. 현 ABS는 스트라이크 존이 위아래로 다소 크다는 의견이 선수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걸 이용해 발 빠르게 낙폭이 큰 커브를 활용하는 포수와 투수도 조금씩 보이는 상황.

이의리 역시 지난해는 커브 구사율이 7.8%밖에 되지 않았으나, 올해는 18.8%에 달한다. 이 경기에서도 총투구수 92구 중 직구 36구, 슬라이더 25구, 커브 16구, 체인지업 15구로 17.4%에 달하는 커브 구사율을 보였다. 최고 구속은 151㎞에 달했다.

이의리. /사진=KIA 타이거즈
이의리. /사진=KIA 타이거즈

경기 후 이범호 KIA 감독은 "타자들이 찬스 상황에서 집중력이 돋보였다. 쿠에바스를 맞아 어려운 경기를 많이 했는데 오늘은 찬스마다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해주면서 득점으로 연결하는 모습이 좋았다. 상·하위 타선에서 고루 타점이 나오면서 위닝시리즈를 만들 수 있었다. 2회 초 2사 1, 2루에서 최원준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려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추가점이 필요했던 6회 초 찬스에서도 김선빈의 적시타가 팀 승리에 큰 보탬이 됐다"며 "마운드에서는 이의리가 5이닝을 책임져주면서 자신의 몫을 다 해줬다. 장현식이 1⅓이닝을 완벽하게 투구해준 부분도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어진 필승 계투진이 오늘도 든든하게 팀 승리를 잘 지켜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의리도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나 "(커브 구사율에 대해) 의식적으로 높인 건 아니었다. 원래도 변화구 구사율을 늘리려 했는데 ABS 도입과 맞물렸다. 오늘도 높은 쪽에 스트라이크가 많이 잡히다 보니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 일부러 많이 던지려 했고 높게 던진 것이 잘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10개 구장을 모두 경험하지 않고 시즌 초반인 만큼 ABS에 대한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 건 유보했다. 이의리는 "(장성우 삼진 콜) 장성우 선배의 키가 커서 그런지 평균적인 스트라이크 존보다 ABS가 높게 잡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 더 겪어봐야 알 것 같다"며 "일단은 타자에 따라 다른 것 같아 타자에 맞게 잘 던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엇비슷한 키의 타자들은 볼이다 싶어도 스트라이크가 나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ABS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의리는 데뷔 때부터 구위는 또래 나이에서 정상급이지만, 제구가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최대한 의식을 안 할 수는 없지만, 흔들리지 않는 피칭을 약속했다. 이의리는 "전체적으로 내가 기복이 심하다고 이야기하니까 의식이 된다. 그래도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며 "볼넷을 5개 준 지난 경기도 난 좋았고 타자들이 잘 참았다고 생각한다. 볼넷에 비해 투구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늘도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공이 놀았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볼넷을 주더라도 그다음 타자들한테 좋은 결과를 빠르게 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존 근처에서 볼을 놀게 하면서 최대한 이닝을 길게 던지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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