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최하위로 마친 키움은 투타 핵심 이정후(메이저리그 진출)와 안우진(입대)이 빠진 데다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다 보니 올 시즌에도 순위표 맨 아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력이 만만치 않다. ‘디펜딩 챔피언’ LG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2승 1패)를 장식했고 삼성을 상대로 2승(1경기 우천 취소)을 챙겼다. 4연승의 휘파람을 분 키움은 한화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물렀던 한화는 올 시즌 프로야구 돌풍의 핵이다. 4일 현재 8승 2패로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키움은 하영민, 한화는 류현진을 5일 선발 투수로 내세운다. 지난달 29일 대전 KT전에 선발 등판했던 류현진은 5일 휴식 후 4일 대전 롯데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3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일정이 바뀌었다. 류현진은 최원호 감독과 면담을 통해 하루 더 쉬겠다는 의사를 밝혀 키움전에 출격하게 됐다.
1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류현진은 올 시즌 두 차례 마운드에 올랐으나 복귀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LG와의 정규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섰으나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으로 고개를 떨궜다. 29일 KT를 상대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8피안타 9탈삼진 2실점)를 달성했지만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
류현진에게 키움은 설욕의 대상이다. 국내 무대 마지막 등판이었던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전에서 10이닝 4피안타(1피홈런) 12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통산 98승을 거두고 태평양을 건넜던 류현진은 키움을 상대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99승에 도전한다.
키움은 류현진의 첫 승 제물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홍원기 감독은 “(류현진이) 일부러 등판 일정을 맞춘 것도 아니고 순리대로 가면 된다. 언젠가 한 번 만나야 하는데 오히려 빨리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홍원기 감독은 류현진의 국내 무대 마지막 등판을 떠올리며 “(류현진이) 대전에서 강정호에게 홈런을 맞았던 거 기억난다”면서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이었다. 이제 세월이 흘렀고 경륜도 쌓였을 텐데 좋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와 두산 시절 류현진과 상대해봤던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은 “류현진이 미국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국내 무대로) 돌아왔는데 그동안 고생했고 환영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랜만에 다시 맞붙게 됐는데 설레는 마음도 든다. 중계로 던지는 걸 보니 위력적이고 좋은 공을 던지더라. 좋은 승부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동산고 후배인 주장 김혜성은 “류현진 선배님은 고등학교 선배님이기도 하고 메이저리그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나신 분이기 때문에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이 든다. 타석에서 집중해 좋은 승부를 겨뤄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키는 키움이 최근 상승세에 힘입어 류현진의 99승을 저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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