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주루 플레이에 미국 중계진이 찬사를 보냈다. 기본에 충실한 ‘야구 본능’에 아버지 이종범(54) 코치까지 소환됐다.
이정후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3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으로 3출루 활약을 펼쳤다.
2경기 연속 안타로 시즌 타율을 2할3푼8리(42타수 10안타)로 끌어올린 이정후는 OPS도 .639로 상승했다. 6경기 만에 멀티히트를 가동하며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3볼넷)에 이어 두 번째 3출루 경기로 존재감을 보였다.
이날 이정후는 타격뿐만 아니라 주루 플레이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1회말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이어진 1사 1루 상황. 라몬트 웨이드 주니어의 좌측 빗맞은 안타 때 이정후의 주루 스피드와 센스가 빛났다.
단숨에 2루를 지나 3루까지 내달린 이정후는 2루 상황을 빠르게 캐치했다. 좌익수 제시 윈커의 투바운드된 송구를 2루수 루이스 가르시아 주니어가 놓쳐 튀어오른 틈을 놓치지 않고 홈을 파고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플레이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샌프란시스코 경기를 전담하는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중계진은 이정후의 기본기 탄탄한 주루 플레이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중계진은 “이정후가 3루까지 쉽게 들어갔고, 다음 상황을 예측하기 위한 위치 확보를 잘했다. 3루에 들어갈 때 공이 어디에 있는지 잘 봤다. 여기서 코치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마추어 레벨, 리틀리그에서 야구를 배우는 어린 아이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전력 질주로 1루에서 3루까지 간 뒤 몸을 돌려 2루에 눈을 떼지 않았다. 3루에서 속력을 줄였지만 발은 멈추지 않았다. 2루수 가르시아가 공을 놓친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스타트를 끊어 홈으로 쇄도했다. 여기서 잠시라도 멈추거나 주저했다면 득점하기 어려웠다. 이정후의 주루 기본기가 만든 득점이었다.
중계진은 “이정후는 야구인 2세 선수로 그의 아버지는 14번(실제 13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된 한국 야구 명예의 전당급 선수였다. 이정후는 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가 아버지에게 감사하고 존경했던 게 바로 기본기였다. 방금 그 예시를 봤다”며 이정후의 주루 기본기가 아버지 이종범 코치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봤다.
다음 타자 호르헤 솔레어 타석에서도 중계진은 이정후의 주루 플레이를 계속 리플레이하면서 “이정후가 3루를 밟는 모습을 보라.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발을 보라. 약간의 셔플 이후 스텝을 밟고 2루에서 공이 튀어나오자마자 스타트를 끊었다. 교과서적인 플레이”라고 거듭 칭찬했다.
이정후의 주루 센스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선두타자로 나온 3회 워싱턴 선발 트레버 윌리엄슨의 5구째 바깥쪽 높은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데뷔 첫 2루타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도 중계진은 이정후의 주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좌익수 윈커가 몸을 날렸지만 글러브 끝을 맞고 땅에 떨어졌다. 공이 옆으로 흐른 틈을 놓치지 않고 이정후가 잽싸게 2루로 내달렸다. 윈커도 빠르게 공을 주워 2루로 송구했지만 살짝 빗나갔다. 송구가 정확하게 향했더라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에 들어간 이정후가 여유 있게 세이프될 타이밍이었다.
중계진은 “이정후는 베이스러닝 기술이 좋다. 윈커의 글러브에서 공이 튀어오른 것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서 2루타를 만들었다”며 또 한 번 칭찬했다. 아직 메이저리그 데뷔 첫 도루는 신고하지 못한 이정후이지만 상대 빈틈을 놓치지 않는 주루의 정석을 보여주며 현지에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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