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클락 때문에? ML 투수 역대급 부상…분노한 사이영상 투수 ''왜 선수 보호에 신경 안 쓰나''
입력 : 2024.04.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사진] 뉴욕 양키스 게릿 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뉴욕 양키스 게릿 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줄부상이 심상치 않다. 시즌 전 루카스 지올리토(보스턴 레드삭스)를 시작으로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유리 페레즈(마이애미 말린스), 조나단 로아이시가(뉴욕 양키스)가 일찌감치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스펜서 스트라이더(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인대 손상이 발견돼 토미 존 수술을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올해만 이런 게 아니다. 지난해 시즌 막판 팔꿈치를 다쳐 수술을 하고 투수로는 개점 휴업 중인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비롯해 제이콥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 토니 곤솔린, 더스틴 메이(이상 다저스), 로비 레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셰인 맥클라나한(탬파베이 레이스) 등 여러 투수들이 지난해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현장에선 지난해부터 메이저리그에 도입된 피치 클락이 투수들의 부상 급증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피치 클락은 투수가 무주자시 15초, 유주자시 20초 이내로 공을 던져야 하는 규정으로 스피드업을 위해 도입됐다. 이로 인해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경기당 평균 시간이 2시간40분으로 전년 대비 24분을 줄였다. 올해는 유주자시 18초로 규정이 더욱 강화됐다. 

가뜩이나 구속 혁명으로 투수들이 빠른 공 던지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피치 클락으로 투구 준비 시간이 빨라지다 보니 투수 팔에 무리가 간다는 주장이 나온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성명을 내고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사진] 클리블랜드 셰인 비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애틀랜타 스펜서 스트라이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니 클락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선수들의 만장일치 반대와 건강 및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무국은 가장 중대한 규칙 변경을 시행한 지 1년 만에 피치 클락을 더 줄였다”며 “회복 시간 단축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졌다. 지금까지 사무국에서 이런 중대한 변화의 영향을 인정하거나 연구하지 않으려는 건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선수들에게 전례 없는 위협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자 사무국도 바로 성명을 내고 반박했다. 사무국은 ‘누구도 투수가 다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야구계의 저명한 의료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통해 장기적인 부상 증가 원인에 대한 종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에서도 현재까지 피치 클락 도입이 부상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투구 템포가 빠른 투수가 느린 투수보다 부상 당할 확률이 높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무국에서는 피치 클락이 시행되기 전부터 수년간 투수들의 팔 부상이 증가했으며 구속 및 회전 증가가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피치 클락은 도입 2년째로 부상 증가 원인이 될 만한 근거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기도 하다. 

[사진] 토니 클락 MLB 선수노조 사무총장.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사무국 발표에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수상자인 게릿 콜(34·뉴욕 양키스)이 뿔났다. 리그 최고 수준의 내구성을 자랑하지만 올봄 팔꿈치 통증으로 1~2개월 재활 소견을 받아 몸을 추스르고 있는 콜은 9일 ‘ESPN’, ‘디애슬레틱’ 등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사무국 발표에 낙담했다. 이게 논쟁이 되는 것 자체에 좌절감을 느낀다. 문제가 있으면 최소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콜은 “피치 클락을 시행한 지 1년밖에 안 돼 상관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피치 클락 효과는 5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을 섣불리 무시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며 “선수들은 분명 야구 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를 보호하는 게 양측 모두에게 가장 중요하다. 피치 클락과 부상의 상관 관계를 알 순 없지만 선수 보호가 주된 초점이 아니라는 것에 좌절감을 느낀다”면서 피치 클락을 떠나 선수노조와 사무국이 투수 보호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시즌 초반 느꼈던 피로감이 피치 클락 때문이라고 느꼈던 콜이지만 자신의 현재 부상이 피치 클락과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피치 클락 외에도 2020년과 2022년 각각 코로나19와 직장 폐쇄로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은 점, 타자들의 실력 향상과 스트라이크존 축소, 갈수록 세게 던지면서 공에 회전을 많이 주려는 투수들의 경쟁 등을 부상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사진] 뉴욕 양키스 게릿 콜이 심판에게 이물질 검사를 받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OSEN=이대선 기자] 메이저리그 공인구 2024.02.21 /sunday@osen.co.kr

메이저리그 규정도 갈수록 투수에게 불리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피치 클락뿐만 아니라 투수들이 그립감을 잡기 위해 사용한 끈적한 이물질 사용이 금지됐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표면이 미끄럽고, 꽉 조여진 실밥의 돌기가 넓고 밋밋한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투수들이 실밥을 채는 데 어려움이 있고, 알게 모르게 투수들이 이물질의 도움을 받았는데 2021년 6월부터 사무국 차원에서 부정 투구 금지를 위해 심판들이 직접 투수 손을 확인하며 단속을 강화했다. 

콜은 “이런 것들이 투수의 팔꿈치나 어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선수들을 정말 아끼는 사람이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게 그의 일이다”고 투수 보호를 거듭 강조했다. 

한편 콜은 이날 4주 만에 처음으로 캐치볼을 했다. 60피트 거리에서 25구를 던지며 복귀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지난달 2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 시범경기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콜은 정밀 검진한 결과 인대 손상이 발견되지 않아 토미 존 수술을 피했다. 1~2개월 재활 과정을 거쳐 5~6월 중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waw@osen.co.kr[사진] 뉴욕 양키스 게릿 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뉴욕 양키스 게릿 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