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12년 지기 통역사의 배신에 흔들리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완전히 살아났다.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았지만 빠르게 충격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내 다나카 마미코(28)가 있었다.
오타니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남을 가졌다. 지난달 20~21일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기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절도 혐의로 해고된 사건이 터진 뒤 경기 전 인터뷰를 자제했던 오타니가 이날은 모처럼 취재진과 마주했다.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와 달리 14분간 미국, 일본 취재진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리그 이슈로 떠오른 피치 클락과 투수 부상 증가의 상관관계, 크리켓 배트를 이용한 타격 연습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안팎에서 항상 곁을 지켰던 미즈하라가 없는 것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일본 ‘풀카운트’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타니는 “이제 겨우 몇 주 지났다. 호텔이나 집에 있는 것 외에는 특별히 뭔가 하는 것은 없다. 지금은 스스로 야구장에 나와서 연습을 하곤 한다. 팀원들의 서포트도 있고, 코치진과 프런트 서포트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경기장 밖에서 벌어진 일로 야구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에 대해 그는 “야구를 할 때는 그런 생각 안 한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기술은 기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걸 믿고 그라운드에서 100% 보여주는 것이 나의 일이다. 경기장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변하지 않는 것이다”고 밝혔다.
아내 다나카와 반려견 데코핀의 존재도 오타니가 버틸 수 있는 큰 힘이다. 지난 2월29일 깜짝 결혼 발표를 한 뒤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농구선수 출신 아내 다나카를 공개한 오타니는 결혼 후 생활에 대해 “기본적인 삶의 리듬은 바뀌지 않았지만 지난 몇 주간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옆에 누가 있느냐 없느냐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아내가 옆에 있어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만약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미즈하라 사건이 벌어졌다면 오타니 혼자서 멘탈을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간적인 배반도 크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 연루설에 휘말리면서 조사를 받고 해명 기자회견까지 열어야 했으니 내상이 더 컸다. 안 그래도 다저스 이적 첫 해라 부담감이 클 텐데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 힘든 시기에 아내가 오타니 곁을 든든히 지켜줬다. 결혼 시기도 오타니에겐 신의 한 수가 됐다.
꼭 미즈라하 사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오타니는 시즌 초반 헤맸다. 첫 8경기에서 무홈런으로 침묵하며 타율 2할4푼2리(33타수 8안타) 3타점 OPS .631에 그쳤다. 하지만 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첫 홈런을 신고한 뒤 9일 미네소타전까지 5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타율 5할(22타수 11안타) 3홈런 5타점 OPS 1.704로 급반등했다. 시즌 타율 3할4푼5리(55타수 19안타), OPS 1.056으로 성적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오타니는 “첫 홈런이 나온 뒤 타석에서 여유가 생겼다. 멘탈적으로 여유를 갖고 타석에 들어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며 남다른 타격 연습 방법도 공개했다. 지난 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두 타석을 마친 뒤 4회 우천 중단 때 짧고 뭉툭한 크리켓 모양의 배트로 스윙 연습을 했다. 손잡이는 야구 배트처럼 된 독특한 장비로 로버트 밴 스코욕 다저스 타격코치의 제안으로 잡았다.
공교롭게도 그 다음 타석부터 9일까지 오타니는 2경기에서 5개의 안타 모두 장타(2루타 3개, 3루타 1개, 홈런 1개)로 장식했다. 오타니는 “크리켓 배트는 면으로 돼 있어 연습할 때 좋다. 꽤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니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우리는 매일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오타니도 매일 점점 편안해지고 있다. 많이 웃고, 질문도 많이 한다”며 오타니가 시련을 딛고 팀에 잘 적응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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