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미쳤다. 이 선수가 없었으면 삼성의 3연승도 없었다. 외야수 김헌곤(36)의 부활찬가가 크게 울려퍼지고 있다.
삼성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프로야구 정규시즌 첫 맞대결에서 8-1로 대승을 거뒀다. 선발 원태인의 6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그리고 0-1로 끌려가던 6회초 대타 김지찬의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다. 뒤이어 터진 김헌곤의 투런포는 사실상의 쐐기의 K.O. 펀치였다.
이날 김헌곤은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6회 투런포 포함해 3타수 3안타 2볼넷 2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면서 팀의 8-1 대승, 그리고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이날 선발 원태인은 “(김)헌곤 선배가 홈런을 쳤을 때는 오늘 승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승리 분위기를 확실하게 가져온 투런 홈런이었다.
김헌곤은 8연패의 마침표를 직접 찍고 3연승의 시작을 알렸다. 삼성이 부진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할 때, 김헌곤은 이 늪을 탈출하게 했다. 지난 6일 광주 KIA전에서는 4-4로 맞선 9회초 1사 3루에서 공민규의 대타로 투입됐다. 김헌곤은 KIA 핵심 필승조 전상현을 상대로 결승 2루타를 때려내면서 팀의 8연패 탈출을 직접 이끌었다. 이튿날인 7일에는 4-3의 1점 차 살얼음 리드 상황에서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장현식의 147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2022년 7월8일 대구 SSG전 641일 만에 터진 홈런포가 2연승을 이끈 쐐기포였다.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김헌곤은 9일 사직 롯데전에서 미친 활약을 이어갔다. 매 순간 상대에 공포를 심어줄 정도로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갔다. 김헌곤의 3안타 경기는 2022년 5월18일 대전 한화전 이후 692일 만이었다. 3연승 기간 동안 김헌곤은 10타석 8타수 5안타, 타율 6할2푼5리에 2홈런 4타점을 기록 중이다.
김헌곤은 2년 만에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김헌곤은 2022시즌 80경기 출장해 타율 1할9푼2리(224타수 43안타) OPS .465로 깊은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특히 이 해 5월27일 잠실 LG전 8회 진해수에게 안타를 뽑아낸 이후 20경기, 43타석 동안 안타를 뽑아내지 못하는 등 최악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43타석 연속 무안타는 역대 4번째 최장 불명예 기록이다. 2022년이 끝나면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권리도 행사할 수 있었지만 FA 신청을 포기해야 했다.
불운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2023년에는 허리 부상으로 재활로만 시간을 보내야 했다. 1군에 단 6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고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김헌곤의 커리어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시점. 하지만 김헌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박진만 감독과 삼성 구단도 김헌곤의 손을 놓지 않았다. 방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결국 김헌곤은 길고 긴 부진의 터널을 벗어났고 그동안 침묵으로 쌓였던 응어리를 한 번에 풀어내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 “지난 2년 동안 본인이 아마 제일 힘들 것이다. 그것을 본인이 또 잘 이겨내서 연패 중에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좋은 흐름과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 현재 상승세에 김헌곤의 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렸다.
성실하게 거짓없이 살아온 야구인생, 한때 노력을 외면하는 듯한 결과로 좌절하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섰다. 김헌곤의 야구는 다시 시작됐다. 삼성도 다시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