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MVP를 수상했을 때처럼 결정적 순간 홈런을 쳐주길 바랐는데 그 홈런을 밀어서 때려냈다. 애증의 115억 거포가 마침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시즌 초반 최대 화두는 김재환의 부활이다. 개막 후 기록은 16경기 타율 2할9푼8리 4홈런 14타점 10득점 OPS .938로, 타점 공동 4위, 볼넷 공동 6위(11개), 홈런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장타율은 .544, 득점권 타율은 3할1푼3리다.
백미는 지난 9일 잠실 한화전이었다. 2-3으로 뒤진 7회 1사 1, 2루 찬스 상황이었다. 2루 대주자 조수행이 허를 찌르는 3루 도루에 성공했고, 타석에 있던 김재환은 한화 좌완 김범수 상대로 짜릿한 역전 스리런포를 때려냈다.
김재환은 김범수의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째 바깥쪽 직구(148km)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4일 인천 SSG전 이후 4경기 만에 시즌 4호포를 가동했는데 이는 이날의 결승타로 기록됐다. 팀의 2연패를 끊은 귀중한 한방이었다.
김재환의 홈런이 결승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유는 그가 148km 직구를 밀어치기를 통해 좌측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밀어쳤는데도 타구 속도가 173.9km에 달했다. 김재환은 과거 한 시즌 44홈런으로 MVP를 거머쥐었을 당시 자유자재로 공을 밀고 당겨 담장을 넘겼다.
2021년 12월 4년 115억 원 FA 계약 이후 부진에 부진을 거듭한 김재환은 2024시즌에 앞서 절치부심을 외치며 지옥훈련을 자청했다. 이례적으로 이천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의 맨투맨 특별 지도를 받았고, 곧바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해 지난해 손아섭(NC)의 생애 첫 타격왕을 도운 강정호 아카데미에서 타격폼 및 이론을 재정립했다. 김재환에게 오프시즌 휴식은 사치였다.
공 들인 제자가 성과를 내자 스승의 입가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다. 10일 잠실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4번 타순에서 아주 이상적인 타구가 나왔다. 어제(9일) 아름다운 스윙이 나왔다. 진짜 좋은 스윙이었다. 치기 쉬운 코스도 아니었는데 정말 훌륭했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선수들도 4번타자의 부활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양의지는 10일 취재진에 “(김)재환이가 야구장에 나와서 정말 밝게 야구하는 게 형으로서 너무 기분이 좋다. 작년에 되게 힘들어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올해 더 잘해서 30홈런 이상을 쳤으면 좋겠다. (강)정호한테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작년에 계속 재환이한테 괜찮다고 했지만 마음이 아팠다. 쉬는 날에도 나와서 운동하는 친구인데 결과가 안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좋은 결과도 있고, 옛날처럼 결정적일 때 멋진 홈런을 쳐주고 있다. 그걸로 인해 팀 사기 올라가서 좋은 거 같다”라고 속내를 덧붙였다.
김재환 또한 “앞으로 하다 보면 더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지금 말하기는 섣부르다”라며 “다만 내 느낌은 나쁘지 않다. 오늘(9일) 홈런이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될 거 같다. 좌측으로도 힘 있는 타구가 나온다는 게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평소 땅볼을 치기보다 레벨스윙을 하려고 노력한다”라고 좋은 예감을 전했다.
마침내 결정적 순간 홈런을 밀어서 치기 시작한 김재환. 두산이 열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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