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산하 트리플A 라스베가스 에비에이터스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타자 박효준(28)에게 메이저리그 콜업 기회가 왔지만 부름을 받지 못했다. 기회를 찾아 1위팀에서 꼴찌팀으로 옮겼는데 이곳에서도 콜업이 쉽지 않다.
오클랜드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갈비뼈 연골 부상을 당한 외야수 브렌트 루커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린 뒤 트리플A 라스베가스에서 유틸리티 맥스 슈만(26)을 콜업했다. 슈만에겐 데뷔 첫 빅리그 콜업.
지난해 30홈런을 터뜨리며 첫 올스타에 선정된 루커는 지난 8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3회 체크 스윙을 하다 복부 통증을 느껴 교체됐고, 검진 결과 갈비뼈 연골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클랜드 구단은 예상되는 복귀 시점에 대해선 아직 밝히지 않았다.
시범경기 성적만 보면 박효준이 콜업돼야 했다. 박효준은 시범경기에서 23경기 타율 4할7푼7리(44타수 21안타) 1홈런 9타점 OPS 1.137로 맹활약했다. 팀 내 최고 타율과 OPS, 최다 안타를 기록했으나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은 “기량이 아닌 팀 구성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개막 로스터 제외 이유를 밝혔다.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 박효준은 7경기에서 타율 1할7푼4리(23타수 4안타) 무홈런 3타점 OPS .474에 그치고 있다. 시범경기 때 워낙 타격감이 좋았으니 사이클상 내려갈 시점이 됐는데 콜업 기회와 맞물렸다.
박효준 대신 콜업된 슈만도 6경기 타율 1할7푼4리(23타수 4안타) 무홈런 1타점 OPS .484로 박효준에 비해 크게 나을 게 없었다. 하지만 박효준보다 2살 젊고, 유격수 수비가 되며 발이 빠르다는 점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드래프트에서 20라운드 전체 593순위로 오클랜드에 지명된 슈만은 지난해 트리플A 103경기 타율 2할7푼7리(350타수 97안타) 9홈런 43타점 20도루 OPS .831로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20경기 타율 2할9푼4리(34타수 10안타) 1홈런 4타점 OPS .787로 준수했다. 무엇보다 내야, 외야 7개 포지션을 넘나드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쓰임새가 많다. 박효준도 내외야를 오가지는 선수이지만 젊은 선수 키우기에 나선 오클랜드가 리빌딩 차원에서 슈만을 콜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효준으로선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시범경기 때 그렇게 잘 쳐놓고도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했는데 첫 콜업 기회도 신인한테 밀렸다. 리그 최약체 꼽히는 오클랜드라 기회가 많을 줄 알았는데 젊은 선수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어 기대했던 상황이 오지 않고 있다.
애초 개막 로스터에 탈락한 것도 2001년생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망주 대럴 헤르나이즈에게 밀린 것이었다. 유격수, 3루수 자원 알레디미스 디아즈가 종아리 부상으로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라 박효준의 승선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오클랜드의 선택은 헤르나이즈였다. 시범경기에서 21경기 타율 3할8리(52타수 16안타) 6타점 OPS .672로 박효준보다 부진했던 헤르나이즈는 데뷔 첫 해 12경기 타율 6푼3리(16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지만 여전히 로스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효준은 지난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 트리플A 그윈넷 스트라이퍼스에서 뛰며 101경기 타율 2할6푼2리(317타수 83안타) 6홈런 42타점 16도루 OPS .763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리그 최다승(104승58패 승률 .642)을 거둘 정도로 선수층이 두꺼운 애틀랜타에선 한 번도 콜업을 받지 못하고 시즌이 끝났다.
마이너 FA로 풀린 박효준은 기회를 찾아 지난해 30개팀 중 가장 승률이 낮았던 오클랜드(50승112패 승률 .309)로 옮겼다. 오클랜드는 올해도 5승8패(승률 .385)로 고난의 행보가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 시즌 라스베가스로 연고지 이전을 앞두고 리빌딩 버튼을 누른 상황이라 같은 값이면 젊은 선수들에게 계속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박효준으로선 지금보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어필하는 수밖에 없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