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내야수 김도영(21)에게서 드디어 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입단 2년 만에 타구 속도가 약 10km 빨라졌고, 도루도 시도했다 하면 성공이다. 수비 실책이 많지만 바로 잊어버리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는 멘탈까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김도영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3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 3회 결승 솔로 홈런에 이어 7회 쐐기 적시타까지 5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으로 활약하며 KIA의 8-4 승리 이끌었다. 4연승을 달린 KIA는 12승4패로 단독 1위를 굳건히 했다.
1회 3루 수비에서 안치홍의 정면 강습 타구를 잡지 못해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줬지만 1-1 동점으로 맞선 3회 홈런으로 만회했다. 볼카운트 원볼에서 한화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의 2구째 가운데 높게 들어온 146km 직구를 통타, 좌중간 담장을 까마득하게 넘겼다. 비거리 130m로 측정될 만큼 큼지막한 홈런이었다.
시즌 1호 마수걸이 홈런이었던 지난 5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김도영은 1회 대니 레예스를 상대로 비거리 130m 좌중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9일 광주 LG 트윈스전 6회 박명근에게 때린 좌월 스리런 홈런도 비거리 120m로 측정되는 등 홈런을 쳤다 하면 비거리가 멀리 날아간다.
타구 속도에 힘이 제대로 붙었다. PTS 기준 김도영의 평균 타구 속도는 2022년 133.2km, 지난해 137.9km에서 올해 143.6km로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다. 2년 만에 10km 넘게 상승했다. 규정타석 타자 65명 중 김도영보다 타구 속도가 빠른 선수는 맷 데이비슨(NC·148.4km), 구자욱(삼성·147.6km) 2명밖에 없다.
김도영은 이날 홈런 상황에 대해 “투아웃이었고, 볼카운트가 원볼이라 직구 딱 하나 노리고 내 스윙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크게 돌렸다”며 “타구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파워가 늘어났다고 느끼진 않는다. 시즌 초반 안 좋을 때도 정타를 많이 맞히려 했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히기도 했는데 정확히 맞히려 하다 보니 타구 속도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7회에는 2사 2루에서 이민우의 바깥쪽 낮은 커터를 기술적으로 밀어쳐 우전 적시타로 장식했다. 스코어를 4-2로 벌린 쐐기타. 이어 다음 타자 최형우 타석에서 초구에 바로 뛰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를 훔쳤다. 시즌 6호 도루. 아직 도루 실패 없이 성공률 100%로 빠른 발까지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도영은 “주변에서 부상을 너무 많이 당하니까 약간 불안감이 있긴 하다. 햄스트링이나 종아리 부상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몸풀 때도 열심히 풀고, 경기 끝난 뒤에도 혼자 방에서 스트레칭하면서 부상 방지에 힘쓰고 있다. 경기를 할 때만큼은 부상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만 산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KBO리그 베이스 크기 확대도 김도영 같은 발 빠른 선수에겐 상당한 호재다. 그는 “베이스가 커졌고, 빨리 닿을 수 있으니까 나한테 좋은 것 같다. 간발의 차이로 산 것도 몇 번 있었다”고 반색했다.
지난주까지 시즌 첫 12경기 타율 1할9푼2리(52타수 10안타) 1홈런 2타점 OPS .505에 그친 김도영은 이번 주 4경기 타율 5할(18타수 9안타) 2홈런 7타점 OPS 1.389로 살아나며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시즌 타율 2할7푼1리(70타수 19안타), OPS .736으로 끌어올린 김도영은 “초반에 힘들었지만 나로선 겪어야 될 시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좋은 것들을 많이 배웠다. 선배님들이 하신 말씀이 앞으로 야구 인생 끝까지 도움될 수 있는 것들이 되게 많았다. 그 부분에 대해 선배님들께 감사하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으로 “안 좋을 때는 뛰면서 에너지를 얻어라”는 서건창의 말을 꼽았다. 서건창의 조언대로 뛰면서 타격감도 올라왔다고.
3루 수비에 대한 부담은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이날도 1회 한화 안치홍의 정면 강습 타구를 놓치는 등 5개의 실책을 범한 김도영은 “3루수를 제대로 하는 것은 2년째인게 있는데 해도 해도 어렵다. 많이 하다 보면 몸이 익숙해져서 빠른 타구들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루하루 경험을 쌓으면서 연습할 때도 집중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며 “수비에서 실책이 나왔으면 그걸 바로 잊어버리는 연습을 많이 한다. (잊지 않으면) 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결과도 괜찮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KIA는 투타 가릴 것 없이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 중인 상황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김도영은 “요즘 분위기가 진짜 너무 좋다. 끝날 때까지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야구는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 우리도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길 수 있을 때 많이 이겨놓자는 생각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팀에 부상 선수들이 많으니 풀타임으로 뛰는 목표가 더 강해졌다. 올해는 꼭 1군에서 풀타임으로 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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