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김우종 기자]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가 시즌 초반 주장을 교체했다. 29년 만의 우승 캡틴인 오지환(34) 대신 김현수(36)가 다시 주장을 맡는다. 꼰대를 자처하며 팀에 헌신했던 오지환이 스스로 주장에서 물러났다.
LG 트윈스는 전날(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원정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미팅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주장이었던 오지환은 김현수에게 주장 완장을 넘긴다고 밝혔다.
오지환은 이날 감독실을 찾아가 주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2022시즌부터 주장을 맡은 오지환은 지난해에도 주장을 맡으며 29년 만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그랬던 우승 주장이 아직 개막 후 17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주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오지환은 누구보다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선수였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 시즌에는 LG의 29년 만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하는 등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후배들 앞에서 꼰대를 자처하며 희생했다. 지난겨울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오지환은 "저는 유하면 유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꼰대가 확실하다"면서 "야구는 한두명이 아닌, 팀으로 함께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계질서가 있어야 한다. 하기 싫으면 숙소로 가서 쉬라고 한다. 굳이 남아서 하면 분위기만 흐릴 뿐"이라고 자신의 리더십을 설명했다.
그래서 더욱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LG 관계자는 오지환의 주장 사임에 관해 "오지환이 주장으로서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을 계속해왔다. 주장에 대한 책임감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이에 야구에 집중하고자 주장직을 내려놓고 싶다는 뜻을 염 감독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염 감독 역시 오지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주장이 김현수로 바뀌게 됐다.
특히 오지환은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 6득점, 출루율 0.409, 장타율 0.842를 기록하며 MVP 영광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별세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자 LG 트윈스 초대 구단주가 1998년 해외 출장지에서 사 온 명품 시계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오지환은 "롤렉스 시계가 MVP에게 주는 것이라 해서 받겠지만,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나 마찬가지라 제가 차기에는 부담스러울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로 롤렉스 시계는 구광모 회장님께 드리고 싶다. 저는 좀 더 다른 좋은 선물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 그 시계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LG 트윈스 사료실에 전시했으면 좋겠고, 저는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좋은 시계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기증의 뜻을 밝히며 더 큰 박수를 받았다.
그랬던 오지환에게 올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지환은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2년 연속 최고의 유격수로 위용을 떨쳤다. 그는 수상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9년 만에 우승을 해봤다. 개인적으로는 15년 만에 우승했다. 지금이 시작점이라 생각한다. LG가 2024년에도 통합 우승을 거둬 왕조를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오지환은 "(골든글러브 수상 당시) '왕조' 발언은 상대팀들에겐 도전장일 수도 있고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우리 팀의 뎁스를 가지고 한 말이었다"면서 "우리 팀은 누가 나가고 빠져도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 주전을 차지할 가능성이 많은 어린 친구들이 많고, 그런 팀 분위기도 형성됐다. 앞으로 미래가 좋다. 이런 선수들이 있어 LG의 미래가 밝다. 신구조화가 잘 된다. 선배들은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어린 선수들이 선배들 자리를 뺏으려고 노력한다면 이 자리(왕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좋은 환경을 만들고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는 게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선배로서 야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언급한 오지환의 말에서 주장의 책임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오지환은 18경기에서 타율 0.238(72타석 63타수 15안타) 2루타 2개, 4타점 10득점 2도루(2실패) 8볼넷 20삼진 장타율 0.270, 출루율 0.324의 성적을 마크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다음에 반등할 여지가 충분하다. 팀 역시 최하위로 처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오지환은 주장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주장 교체 발표가 있던 선수단 미팅 현장에서는 어떤 말이 오갔을까. 전날 대타 결승타의 주인공인 구본혁은 "분위기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현수 형도 예전에 주장을 맡은 적이 있다. 누가 주장을 맡으나, 팀은 바뀌는 게 없으니까 똑같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수 형도 워낙 잘하니까 잘 따라야 한다. 오히려 현수 형은 주장일 때 더 따뜻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선수단 미팅에서는 (오)지환이 형이 고생했으니까,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다. 형들이 '안 좋을 때도 분위기는 처지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올라올 때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계속 버티자며 좋은 말을 해준다"고 전했다.
LG는 올 시즌 9승 8패 1무를 마크하며 10개 구단 중 한화(9승 8패)와 공동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선두 KIA와 승차는 3.5경기. 최하위 롯데와 승차는 4.5경기다. 특히 주중 KIA와 3연전에서 모두 패한 게 뼈아팠다. 그랬기에 전날 두산과 첫 잠실 라이벌전에서 연패를 끊은 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올해 LG는 마운드, 특히 불펜에서 완전 새 판을 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펜딩 챔피언이라고 하지만, 전력 유출이 있었다는 뜻이다. 팀 내 클로저였던 고우석은 미국 메이저리그(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진출했으며, 이정용은 상무에 입대했다. 함덕주는 지난 1월 좌측 팔꿈치 주두골 미세골절로 인해 좌측 주관절 핀 고정 수술을 받았다. 오는 6~7월경 복귀가 예상되는 상황. 여기에 정우영은 현재 2군에 내려가 있으며, 역시 2군에 있었던 백승현은 지난 11일 1군에 콜업됐다. 염 감독은 불펜에 관해 "(지금) 우리는 (나가는) 순서가 없다. 무조건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앞쪽에 나간다. 앞부터 막아야 뒤가 있다. 일단 승리조는 유영찬, 박명근, 백승현, 이우찬, 김진성으로 갈 것이다. 여기에 이제 김대현이 나쁘지 않아 한 단계씩 올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염 감독은 "야구는 안 될 때나 잘 될 때나 똑같이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사실 그게 가장 쉬운 것 같지만 엄청나게 어렵다. 선수한테 제가 늘 강조하는 건 안 될 때 다른 걸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바꿔보며 시도하는 순간, 1년이 그냥 망가지는 걸 무수하게 많이 봐왔다. 그래서 루틴을 강조하는 것이다. 스즈키 이치로는 먹는 것까지 똑같이 먹지 않나.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일괄적으로 뭐든지 꾸준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항상심을 재차 강조했다.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왼쪽부터) 김현수, 정주현 LG 코치, 오지환. |
LG 트윈스는 전날(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원정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미팅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주장이었던 오지환은 김현수에게 주장 완장을 넘긴다고 밝혔다.
오지환은 이날 감독실을 찾아가 주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2022시즌부터 주장을 맡은 오지환은 지난해에도 주장을 맡으며 29년 만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그랬던 우승 주장이 아직 개막 후 17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주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오지환은 누구보다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선수였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 시즌에는 LG의 29년 만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하는 등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후배들 앞에서 꼰대를 자처하며 희생했다. 지난겨울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오지환은 "저는 유하면 유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꼰대가 확실하다"면서 "야구는 한두명이 아닌, 팀으로 함께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계질서가 있어야 한다. 하기 싫으면 숙소로 가서 쉬라고 한다. 굳이 남아서 하면 분위기만 흐릴 뿐"이라고 자신의 리더십을 설명했다.
그래서 더욱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LG 관계자는 오지환의 주장 사임에 관해 "오지환이 주장으로서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을 계속해왔다. 주장에 대한 책임감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이에 야구에 집중하고자 주장직을 내려놓고 싶다는 뜻을 염 감독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염 감독 역시 오지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주장이 김현수로 바뀌게 됐다.
2023년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LG 오지환(가운데)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
LG 오지환이 22일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털 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1 |
그랬던 오지환에게 올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지환은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2년 연속 최고의 유격수로 위용을 떨쳤다. 그는 수상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9년 만에 우승을 해봤다. 개인적으로는 15년 만에 우승했다. 지금이 시작점이라 생각한다. LG가 2024년에도 통합 우승을 거둬 왕조를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오지환은 "(골든글러브 수상 당시) '왕조' 발언은 상대팀들에겐 도전장일 수도 있고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우리 팀의 뎁스를 가지고 한 말이었다"면서 "우리 팀은 누가 나가고 빠져도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 주전을 차지할 가능성이 많은 어린 친구들이 많고, 그런 팀 분위기도 형성됐다. 앞으로 미래가 좋다. 이런 선수들이 있어 LG의 미래가 밝다. 신구조화가 잘 된다. 선배들은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어린 선수들이 선배들 자리를 뺏으려고 노력한다면 이 자리(왕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좋은 환경을 만들고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는 게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선배로서 야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언급한 오지환의 말에서 주장의 책임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LG 트윈스 오지환(오른쪽)이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부산 KCC의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경기를 방문해 통산 500경기에 출전한 창원 LG 이관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지난해 축승회 현장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롤렉스 시계를 차고 포즈를 취하는 오지환. /사진=LG 트윈스 제공 |
주장 교체 발표가 있던 선수단 미팅 현장에서는 어떤 말이 오갔을까. 전날 대타 결승타의 주인공인 구본혁은 "분위기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현수 형도 예전에 주장을 맡은 적이 있다. 누가 주장을 맡으나, 팀은 바뀌는 게 없으니까 똑같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수 형도 워낙 잘하니까 잘 따라야 한다. 오히려 현수 형은 주장일 때 더 따뜻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선수단 미팅에서는 (오)지환이 형이 고생했으니까,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다. 형들이 '안 좋을 때도 분위기는 처지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올라올 때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계속 버티자며 좋은 말을 해준다"고 전했다.
LG는 올 시즌 9승 8패 1무를 마크하며 10개 구단 중 한화(9승 8패)와 공동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선두 KIA와 승차는 3.5경기. 최하위 롯데와 승차는 4.5경기다. 특히 주중 KIA와 3연전에서 모두 패한 게 뼈아팠다. 그랬기에 전날 두산과 첫 잠실 라이벌전에서 연패를 끊은 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올해 LG는 마운드, 특히 불펜에서 완전 새 판을 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펜딩 챔피언이라고 하지만, 전력 유출이 있었다는 뜻이다. 팀 내 클로저였던 고우석은 미국 메이저리그(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진출했으며, 이정용은 상무에 입대했다. 함덕주는 지난 1월 좌측 팔꿈치 주두골 미세골절로 인해 좌측 주관절 핀 고정 수술을 받았다. 오는 6~7월경 복귀가 예상되는 상황. 여기에 정우영은 현재 2군에 내려가 있으며, 역시 2군에 있었던 백승현은 지난 11일 1군에 콜업됐다. 염 감독은 불펜에 관해 "(지금) 우리는 (나가는) 순서가 없다. 무조건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앞쪽에 나간다. 앞부터 막아야 뒤가 있다. 일단 승리조는 유영찬, 박명근, 백승현, 이우찬, 김진성으로 갈 것이다. 여기에 이제 김대현이 나쁘지 않아 한 단계씩 올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염 감독은 "야구는 안 될 때나 잘 될 때나 똑같이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사실 그게 가장 쉬운 것 같지만 엄청나게 어렵다. 선수한테 제가 늘 강조하는 건 안 될 때 다른 걸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바꿔보며 시도하는 순간, 1년이 그냥 망가지는 걸 무수하게 많이 봐왔다. 그래서 루틴을 강조하는 것이다. 스즈키 이치로는 먹는 것까지 똑같이 먹지 않나.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일괄적으로 뭐든지 꾸준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항상심을 재차 강조했다.
염경엽 LG 감독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시상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