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광주, 이선호 기자] "너무 안주했다"
한화 이글스 외야수 정은원(24)이 시즌 첫 홈런을 터트리며 반등의 실마리를 잡았다. 지난 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선두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투런홈런을 날려 팀 4-2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팀은 2연패에서 벗어났다. 결승타 같은 홈런이었다.
2번 중견수로 나서 1회 첫 타석은 2루 땅볼, 2회는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5회초 1사후 최인호가 우전안타로 출루하자 KIA 선발 황동하의 7구 직구(145km)를 끌어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아치를 그렸다. 승기를 가져오는 시즌 첫 홈런이었다. 최원호 감독에게 100승을 안겨준 선물이었다.
경기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회한이 담긴 얼굴표정으로 "순탄하지 않았다. 인생도 야구도 계속 순탄하게 해왔다. 처음으로 순탄하지 않은 상황들을 겪으니까 힘들었고 여러 복잡한 감정도 많이 들었다. 야구선수로 발전하는 계기라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입단후 승승장구하며 정점에 올랐다 작년부터 시련을 겪고 있다. 2018년 2차 3라운드에 낙점받아 공수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근우의 뒤를 잇는 2루수로 자리를 잡았고 입단 4년째 2021시즌에는 139경기 타율 2할8푼3리(495타수 140안타) 6홈런 39타점 19도루 OPS .791로 활약하며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
2022시즌도 수비가 흔들렸지만 제몫을 했지만 2023년 갑자기 타격슬럼프에 빠졌다. 타율 2할2푼2리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규정타석 타자 가운데 꼴찌(두산 김재환)보다 한단계 위였다. 동시에 포지션 입지도 크게 흔들렸다. 문현빈의 등장과 안치홍의 입단까지 겹치며 마무리 캠프부터 외야수 훈련을 병행했다.
스프링캠프까지 열심히 준비해 외야수비는 적응했고 개막전 1번타자로 나섰지만 타격에서 좀처럼 반등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작년에 이어 또 다시 2군에 내려갔다. 전날까지 타율 1할7푼1, 43타석 6안타의 초라한 성적이었다. 이날 드디어 팀 승리에 결정적인 홈런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첫 타석부터 타이밍이 계속 좋았다. 망설임 없이 스윙했던 것이 홈런이라는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계속 좋지 못한 모습 보여서 실망시킨 부분도 있는데 100승 경기라도 잘해서 다행이다. 홈런은 항상 기분이 너무 좋다. 오늘은 감독 100승 경기이도 했고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어서 더 기분이 좋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시련의 시간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든 모습이다. "(홈런이 반등의) 신호가 되기를 바라지만 야구도 인생도 한치 앞을 모른다. 최근 느낌이 좋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나올 것이라는 마음으로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신인때부터) 경쟁없이 자리를 잡았다. 계속 경기를 나가다보니 스스로 안주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계속 경쟁하면서 신인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겨내야 더 발전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묵묵하게 열심히 밝게 하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일단 잘해야되는게 제일 목표이다. 수비는 적응 다 끝났다. 크게 문제 없다. 최근 좋은 타구도 많이 나오고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괜찮은 상태를 계속 꾸준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있게끔 잘해야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경기에 많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