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돌직구로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무찔렀던 그날이 떠올랐다. 등판과 함께 무사 2, 3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실점은 없었다. 직구만 14개를 던져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결자해지 클래스를 마음껏 뽐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특급 신인 김택연(19)은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4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3번째 홀드를 수확했다. 팀의 7-3 승리이자 6연승을 뒷받침한 값진 구원이었다.
김택연은 5-3으로 앞선 7회초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벤치의 기대와 달리 시작은 불안했다. 선두 조용호를 만나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후속 황재균 상대 2루타를 맞으며 단숨에 무사 2, 3루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신인왕 1순위’ 김택연은 흔들리지 않았다. 상황을 승부처라 판단한 KT 벤치가 김건형 대신 베테랑 거포 박병호를 대타로 내세웠지만 최고 150km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5구 헛스윙 삼진을 잡았고, 다음 타자 신본기 상대로도 직구만 6개를 던져 역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오윤석마저 1B-2S에서 150km 돌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김택연은 오윤석에게 던진 초구(슬라이더)를 제외하고 직구만 14개를 던져 3타자를 연달아 삼진 처리하는 위력투를 뽐냈다.
김택연은 6-3으로 리드한 8회 최지강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25개.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과 함께 4일 LG전에 이어 3경기 만에 시즌 3번째 홀드를 챙겼다.
인천고를 나와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된 김택연은 최고 150km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구속과 함께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갖췄다는 평가.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어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 1군 스프링캠프에서 데뷔 시즌을 준비했고,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김택연은 시범경기에서 정철원과 마무리 경쟁을 하다가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팀 코리아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상대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93마일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 처리, 한미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저스 현지 매체가 "김택연은 이미 다저스 선수"라고 적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렬했다.
김택연의 데뷔 시즌 성적은 16경기 1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2.08. 시즌 초반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2군에서 열흘 동안 재정비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지난달 9일 복귀해 한 달이 넘도록 생존에 성공하고 있다. 생존을 넘어 점차 이승엽호 뒷문의 핵심 요원으로 성장 중이다.
올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단연 화제는 김택연이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올해 신인왕 1순위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택연을 2월 1일부터 본 바로는 차별화된 선수다.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 게 하나도 없다. 훌륭한 선수다. 올 시즌 신인왕은 김택연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라고 답했는데 1군 경기를 뛰면 뛸수록 점차 그 평가에 걸맞은 투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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