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신인 좌완 투수 조동욱(20)이 1군 데뷔전에서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됐다. 고졸 신인 데뷔전 퀄리티 스타트 선발승은 KBO리그 43년 역사에 5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조동욱은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 퀄리티 스타트로 한화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키움과의 3연전을 2승1패로 장식한 한화는 무려 12시리즈 만에 위닝시리즈에 성공하며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조동욱의 날이었다. 당초 2군으로 내려간 문동주가 이날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재정비 시간이 길어지면서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던 조동욱에게 기회가 왔다. 지난 10일 키움전을 앞두고 1군 선수단에 합류해 불펜 피칭을 하며 이날 선발등판을 준비했고, 기대 이상 호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1회 1사 1,2루 위기가 있었지만 이주형을 투수 인필드플라이로 직접 처리한 뒤 포수 최재훈의 3루 도루 저지에 힘입어 첫 이닝을 잘 넘겼다. 3회 임지열의 안타 때 우익수 요나단 페라자의 포구 실책이 겹쳐 1실점하긴 했지만 비자책점이었고, 6회 1사까지 9타자 연속 범타로 안정감을 이어갔다.
총 투구수 70개로 스트라이크 45개, 볼 25개. 트랙맨 기준 최고 145km, 평균 143km 직구(42개) 중심으로 체인지업(16개), 슬라이더(12개)를 섞어 던지며 키움 타선을 제압했다. 좌타자 상대로도 과감한 몸쪽 승부를 펼치는 등 빠르고 공격적인 템포로 맞혀 잡는 투구를 했다. 탈삼진은 1개도 없었지만 땅볼 아웃 7개, 뜬공 아웃 10개를 유도했다. 190cm 장신에서 투구 각이 좋은 데다 볼끝에도 힘이 있었는지 먹힌 타구들이 많이 나왔다. 내야 팝플라이만 3개.
한화 타선이 8점을 폭발하면서 조동욱의 첫 승이 완성됐다.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 기록은 1991년 롯데 김태형, 2002년 KIA 김진우, 2006년 한화 류현진, 2014년 LG 임지섭, 넥센 하영민, 2018년 삼성 양창섭, KT 김민, 2020년 KT 소형준, 삼성 허윤동, 올해 황준서에 이어 조동욱이 11번째. 승패와 관계없이 고졸 신인 데뷔전 퀄리티 스타트는 역대 8번째다.
지난 1991년 4월24일 롯데 김태형(사직 OB전 9이닝 6피안타 6탈삼진 1실점 승리), 1991년 9월14일 LG 이승배(잠실 OB전 6이닝 8피안타 4탈삼진 3실점 패전), 1996년 9월4일 삼성 장형석(대구 시민 롯데전 7⅓이닝 3피안타 5탈삼진 2실점 패전), 1998년 4월17일 현대 김수경(인천 쌍방울전 6⅓이닝 8피안타 7탈삼진 3실점), 2002년 4월9일 KIA 김진우(광주 무등 현대전 6이닝 7피안타 10탈삼진 2실점 1자책 승리), 2006년 4월12일 한화 류현진(잠실 LG전 7⅓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승리), 2018년 3월28일 삼성 양창섭(광주 KIA전 6이닝 4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승리)에 이어 역대 8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퀄리티 스타트 승리로만 따지면 김태형, 김진우, 류현진, 양창섭에 이어 이날 조동욱이 5번째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마치고 동기 황준서와 선배 투수들로부터 축하 물 세례를 받은 조동욱은 "믿고 기회를 주신 최원호 감독님, 그동안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주신 퓨처스 이대진 감독님, 박정진 코치님, 마일영 코치님께 감사드린다"고 코칭스태프에 감사해했다.
다음은 조동욱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 1군 데뷔전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
▲ 현진 선배님께서는 ‘너 하던대로 편하게 하면 좋은 결과 있으니까,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재훈 선배님께선 ‘아무 것도 신경쓰지 말고,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미트만 보고 내가 사인내는 대로 세게만 던져라’고 말씀해주셨다.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그 말들이 생각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 동기 황준서는 어떤 조언을 해줬나.
▲ 준서도 조언을 많이 해줬다. 준서는 이제 워낙 친하다 보니까 굉장히 세세한 것까지 다 조언해줬다. 마운드 거리나 공인구가 다른 것을 다 알려줬다. ‘퓨처스랑 1군 타자가 많이 다르냐’고 물어봤는데 ‘그런 것 생각하지 말고 똑같다고 생각하고 던져라’고 조언해줘서 굉장히 고마웠다.
- 선발 통보는 언제 받았나.
▲ 4일 전에 들었다.
- 10일 1군 선수단에 합류했는데 등판 전 이틀간 보면서 어땠나.
▲ 벤치에 있으면서도 긴장이 됐었다. 그래도 던지기 전 이틀 먼저 와서 동행하다 보니까 익숙한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확실히 그게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 1회 1사 1,2루 위기를 잘 극복했는데.
▲ 위기도 위기인데 ABS랑 대전 마운드에 올라간 게 처음이었다. ABS를 중계로만 봤을 때는 높은 공들을 잘 잡아주길래 처음에 1회 높게 던져야겠다 생각해서 던졌는데 생각보다 스트라이크가 잘 안 됐다. 그래서 하던대로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최재훈 선배님이 마운드에 올라와서 ‘지금 볼 좋으니까, 쫄지 말고 미트만 보고 던져라’고 말씀해주신 게 도움이 됐다.
- 몸쪽 승부를 적극적으로 펼쳤는데.
▲ 야구 시작할 때부터 항상 몸쪽 피칭을 했다. 퓨처스에서도 코치님께서 ‘왼손 투수가 좌타 몸쪽에 던질 줄 알면 그건 앞으로 큰 무기가 될 거다’고 말씀하셔서 계속 연습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
- 황준서를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을 것 같은데.
▲ 제일 친한 친구가 잘 던지니까 같이 기분 좋은 게 첫 번째였다. 두 번째로는 나도 저렇게 준서처럼 선발 데뷔승을 하는 상상이랑 이미지 트레이닝을 혼자 했었다. 부럽기도 했다.
-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을 때 어땠나.
▲ 나는 내가 엄청 즉시 전력감 선수라고 생각을 안 한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고 스스로 믿고 있고,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안 들었을 때도 ‘2군 캠프에 가서 똑같이 훈련하는 거니까, 거기서 더 열심히 하고 끌어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 퓨처스 팀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경험을 쌓았는데.
▲ 고교 때 불펜으로 많이 나갔는데 퓨처스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선발투수가 어떻게 운영해야 하고, 언제 위기가 올지 코치님들이 알려주셔서 많이 배웠다. 그래서 선발로 던지는 게 어색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 그동안 생각해왔던 데뷔전과 오늘을 비교해보면.
▲ 내가 생각했을 때는 후회 없이 던지다는 게 첫 번째였다. 오늘 후회 없이 던져서 만족스럽다.
- 만원 관중 앞에서 던진 느낌은 어땠나.
▲ 1군 동행하면서 벤치에 있을 때는 굉장히 긴장도 많이 되고 그랬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관중분들이 잘 안 보이고 재훈 선배 미트밖에 안 보였다. 그게 더 좋게 작용한 것 아닌가 싶다.
- 황준서도 관중이 있어서 덜 긴장될 것 같다고 조언해줬다는데.
▲ 준서가 막상 올라가면 긴장 안 될 거라고 말해줬다. 그게 딱 맞는 말이었다.
- 투수 영상은 어느 선수를 많이 보나.
▲ 야구를 보다 왼손 투수가 던지면 항상 챙겨보는 스타일이다. 현진 선배님 투구폼을 많이 봤고, 정우람 코치님이 던지는 것도 많이 봤다. 해외 선수는 잘 안 보긴 하는데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 선수가 굉장히 잘 던지고 있어서 봤다. 투구 메커니즘이 어떻게 되는지 봤다.
- 역전하고 점수가 더 나면서 승리투수가 될 거라는 느낌을 받았을 텐데.
▲ 선발하면서 제일 중요한 게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런 생각하면 꼭 점수를 주고 무너지더라. 내가 해야 될 일은 5이닝, 1이닝을 던져야겠다 이게 아니라 이 앞에 있는 타자 하나 잡겠다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1이닝이 되고 2이닝이 된 것 같다.
- 5회를 마친 뒤 덕아웃에서 응원가 따라부르는 모습도 잡혔는데.
▲ 무의식 중에 불렀던 것 같다(웃음).
- 첫 승 하니까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 부모님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부모님이 오늘 좋아하실 것 같다. 오늘 야구장에 아버지는 안 오시고 어머니가 오셨다.
- 6회를 마치고 내려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아, 이제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수코치님께서 5이닝 던지고 내려왔을 때 ‘컨디션 어떠냐, 1이닝 더 갈 수 있냐’고 물어보셔서 아직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6회가 마지막일 거라고 말씀해주셔서 내려갈 때 이제 끝났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코치님이 1이닝 더 갈 수 있겠냐고 했으면 갈 수 있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 고교 때 프로필은 194cm였는데 지금은 190cm로 나와있다.
▲ 190cm이 맞다. 고교 때는 친구들이랑 다 조금씩 키를 올려서 쟀다. 나의 컨셉은 키 큰 왼손으로 가야겠다, 장신 좌완으로 가야 조금 더 메리트가 있겠다 싶어서 그렇게 했다(웃음). 지금은 조금 더 커서 191~192cm 될 것 같다.
- 스스로가 대견하지는 않은지.
▲ 대견하다기보다는 그동안 야구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는데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야구하면서 잘 안 될 때도 있고, 경기에 나가서 못 던질 때도 있고, 그런 게 다 쌓여서 오늘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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