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고통을 참으면서 경기를 뛰었다. 힘든 시간이었다."
영국 'BBC'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아스톤 빌라의 캡틴 존 맥긴(30)은 이제부터 맨체스터 시티를 응원한다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길었던 2023-2024시즌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리그 종료까지 1~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 리그 우승 경쟁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4위 경쟁은 치열하다.
아스날은 13일 오전 0시 30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1-0 승리. 승점 3점을 챙긴 아스날은 86점(27승 5무 5패)으로 한 경기 덜 치른 맨체스터 시티(승점 85점)를 제치고 선두를 탈환했다.
아스날은 이번 시즌 20년 만에 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아스날의 마지막 리그 우승은 아르센 벵거 감독과 티에리 앙리 등 전설적인 인물들과 함께했던 2003-2004시즌이다.
현재 리그 1위에 올라선 아스날이지만, 리그 우승 확률은 2위 맨시티가 더 크다. 한 경기 덜 치르고도 승점이 1점밖에 차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스날은 리그 종료까지 딱 1경기 남겨두고 있다. 상대는 에버튼이다. 맨시티는 오는 15일 토트넘을 상대한 뒤 최종전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만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토트넘이 웨스트햄보다는 앞서기 때문에 맨시티의 우승을 막아설 팀으론 토트넘이 조금 더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맨시티는 토트넘 원정 경기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맞대결도 토트넘의 홈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역사적인 리그 우승을 앞두고 아스날의 공격수 카이 하베르츠는 토트넘을 응원했다. 아스날 선수가 토트넘을 응원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두 팀은 같은 북런던을 연고로 하는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토트넘과 아스날은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라이벌 관계다. 두 팀은 약 100년 전부터 라이벌리를 형성하며 앙숙이 됐다. 토트넘 주장 솔 캠벨이 아스날로 이적해 무패 우승을 일궈내며 뜨거운 라이벌리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토트넘과 맨시티의 경기에서 토트넘이 이기길 바랄 수밖에 없는 아스날이다.
맨유를 꺾은 직후 '스카이 스포츠'와 스탠딩 인터뷰를 진행한 하베르츠는 "이 순간 나는 토트넘의 가장 큰 팬이다. 우리(아스날) 모두가 그렇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라며 토트넘에 맨시티를 이겨줄 것을 부탁했다.
아스날의 리그 우승이 썩 내키지 않을 토트넘이지만, 그렇다고 맨시티전에 허투로 임할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 자력 진출을 위해선 4위로 올라서야 하기 때문이다.
4위 아스톤 빌라는 14일 리버풀과 3-3 무승부를 거두면서 승점 1점을 추가했다. 빌라는 토트넘보다 5점 앞선 68점을 기록 중이다. 빌라는 리그 37경기를, 토트넘은 36경기를 치른 상황이다. 토트넘은 우선 15일 맨시티를 잡아낸 뒤 20일 있을 리그 최종전 셰필드 유나이티드전까지 승리를 노려야 한다. 이후 빌라가 크리스탈 팰리스에 발목 잡히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토트넘이 승점 6점을 추가하고 빌라가 승점 68점에 머무르면 역전할 수 있다. 빌라가 팰리스와 비기면 승점 69점으로 동률이 된다. 그러나 득실 차에서 토트넘이 +12, 빌라가 +20으로 아주 불리한 상황이다.
아스날과 맨시티, 빌라와 토트넘이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빌라의 주장 존 맥긴이 맨시티를 응원했다.
BBC에 따르면 맥긴은 "사람들은 모두 우릴 무시했지만, 우린 여기까지 올라왔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시즌 막판 정말 멋진 노력이 있었다. 약간의 운도 따라줬다. 지난 몇 주, 선수들이 부상에서 복귀했고 고통을 참으면서 경기를 뛰었다. 힘든 시간이었다. 경기장은 우릴 움직이게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중 일부는 평생 챔피언스리그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 감독님은 변명을 허용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은 우릴 무시했고 우린 이제서야 주목받게 됐다"라고 전했다.
맥긴은 "이제 우린 4위 확보에 아주 가까워졌다. 내일 밤, 우린 맨시티 유니폼을 입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라며 맨시티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