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투수 김인범(24)이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김인범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를 넘지 않는다. 평균 136km의 직구를 던지지만, 직구 구종 가치는 리그 1위다.
스탯티즈 기록에 따르면, 김인범의 직구 평균 구속은 하위 12%다. 136.8km로 리그 투수들 중에서 192위다. 그러나 직구 구종 가치(10.8)는 리그 전체 1위다.
지난해 160.1km, 역대 국내 투수 최고 구속을 기록한 한화 문동주는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상위 2%다. 평균 149.0km로 리그 4위. 그러나 직구 구종 가치는 하위 13%로 나온다. 리그 189위(-3.7)다.
김인범은 지난 14일 잠실 LG전에서 5이닝 2피안타 3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2019년 입단해 프로 데뷔 첫 승이었다.
김인범은 이날 74구를 던졌는데 직구 43개, 슬라이더 19개, 포크볼 6개, 투심 4개, 커브 2개를 던졌다. LG 구단이 측정한 트랙맨 기준으로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 대부분 135~139km로 찍였다. 그럼에도 LG 타자들은 김인범의 직구를 제대로 치지 못하고 뜬공이나 땅볼이 됐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15일 잠실구장에서 김인범의 공에 대해 “포수들 얘기로는 공 움직임이 좋다고 한다. 투수가 갖춰야 될 덕목 중에 2가지는 갖고 있다. 공 움직임하고 제구력이다”며 “제일 마지막에 구속인데, 구속은 다른 정통파 투수들보다는 좀 떨어지더라도 2가지만 자기의 장점으로 살린다면 굉장히 큰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구의 (볼끝)움직임 때문에 타자들도 생각 했던 것보다는 타이밍이 좀 안 맞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김인범은 “(지난해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기 전에는 직구 평균 구속이 140km 초중반은 나왔다. 수술 받은 이후로 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범의 130km대 직구는 피안타율이 .136에 그친다. 피장타율도 .136이다. 직구는 장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고 단타만 맞은 것. 구속이 느리다고 만만하게 보이지만, 쉽게 공략되지 않는 직구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308, 포크볼 피안타율은 .364로 높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4순위로 넥센에 입단한 김인범은 2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만 뛰었고, 2021년 1군에 데뷔했다. 3경기 5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2021시즌을 마치고 군 입대, 지난해 11월 상무에서 제대하고 올해 키움에 복귀했다. 지난해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시즌 초반에는 불펜 투수로 뛰며 6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갔다. 4월 26일 삼성전 선발로 등판해 5이닝 1실점을 허용하기 전까지 KBO리그 역대 데뷔전 이후 최다 이닝 무실점 신기록(19⅔이닝)을 세웠다.
김인범은 지난 2일 롯데전에서 타구에 손을 맞아 교체됐다. 홍원기 감독은 “병원 가서 진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골절이 아닌가 굉장히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타박상으로 나왔다. 한 열흘 정도 쉬어야 될 줄 알았는데, 다음 날 공을 던져보겠다고 해서 굉장히 놀랐다”며 “본인이 수술도 했고 겨울에 선발로 준비 과정에서 절실함도 있고 하니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 타구에 맞은 다음 이틀 후부터 공도 던져보고 괜찮다는 표현을 해서, 지금 정상 로테이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금 우리가 3, 4, 5선발이 어느 누구라고 장담은 못하는데 하영민 선수도 그렇고 김인범 선수도 그렇고 조금씩 범위를 좁혀가는 그런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김인범은 10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하고 있다. 선발로 4경기(19⅓이닝) 등판해 평균자책점 3.2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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