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우완 투수 신민혁(25)은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만나 스텝업했다. 지난해 NC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MVP를 차지한 페디를 따라 글러브를 얼굴 앞에 두고 상체를 숙이는 준비 동작으로 제구를 잡았다. 원래 던지던 커터도 페디가 쓰는 그립으로 바꿔 예리하게 가다듬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때 3경기 1승 평균자책점 1.10으로 호투하며 빅게임 피처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16⅓이닝 동안 8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투구 내용도 무척 좋았다. 시즌 후에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시리즈(APBC) 대표팀에도 발탁돼 태극마크도 달았던 신민혁은 올해 NC 토종 에이스로 완전히 거듭날 기세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에도 신민혁은 6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NC의 16-1, 강우콜드(7회) 대승을 견인했다. NC가 2연패 포함 최근 6경기에서 1승4패1무로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민혁의 공격적인 투구가 빛났다.
1회 2사 후 요나단 페라자, 노시환, 김태연에게 3연속 초구 안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지만 이후 6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깔끔하게 막았다. 3회 유격수 김주원의 포구 실책, 6회 3루수 서호철의 포구 실책이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8-1로 앞선 4회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며 빗방울이 떨어졌고, 노게임에 대한 우려가 생겼으나 신민혁은 기어를 바짝 끌어올렸다. 안 그래도 빠른 투구 템포를 더 빠르게 가져갔다. 포수에게 공을 넘겨받자마자 숨도 안 쉬고 바로바로 투구에 들어갔다. 4회 3타자 연속 삼진을 잡더니 5회까지 연속 삼자범퇴 이닝. 6회 1사 1,2루 위기에선 이도윤을 좌익수 뜬공, 문현빈을 2루 파울플라이 처리하며 퀄리티 스타트 요건을 채웠다.
총 투구수 92개로 스트라이크 67개, 볼 25개. 스트라이크 비율 72.8%로 공격적이고 안정된 커맨드가 돋보였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3km, 평균 141km 직구(16개)보다 체인지업(49개), 커터(25개), 커브(2개)를 더 많이 구사했다. 주무기 체인지업에 커터도 적극 활용했다.
경기 후 신민혁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게 잡고, 체인지업을 낮게 낮게 가져가려고 했다. 날씨가 비 예보도 있고, 컨디션이 좋아 템포를 빠르게 가져갔다”고 말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64%(16/25)였고,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빼앗은 헛스윙 삼진만 4개였다.
이어 신민혁은 “팀이 연패 중이었기 때문에 부담은 조금 있었지만 경기 시작 후에는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던졌다. 경기 전 코치님들도 신경쓰지 말고 투구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남은 시즌도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고, 계속 체인지업에 신경쓰려 한다. 결과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부상 없이 꾸준히 내 것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신민혁의 올 시즌 성적은 9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3.17. 평균자책점 리그 전체 7위로 국내 투수 중에선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는 삼성 원태인(2.06)에 이어 토종 넘버투. 피안타율(.292)이 높지만 48⅓이닝 동안 삼진 36개를 잡으면서 볼넷을 단 3개만 내줬다. 지난달 28일 창원 롯데전부터 최근 3경기 15이닝 연속 무사사구 행진.
9이닝당 볼넷이 0.56개로 규정이닝 투수 23명 중 최소 기록이다. 더 넓게 확장하면 KBO리그 역대 기록까지 도전해볼 만하다. 규정이닝 투수 중 역대 9이닝당 볼넷 최소 기록은 지난해 고영표(KT)가 기록한 0.98개. 리그 최고 제구력을 갖춘 고영표는 지난해 174⅔이닝을 던지며 볼넷을 19개만 허용했다.
올해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 영향인지 리그 전체 9이닝당 볼넷은 3.79개로 역대 43번의 시즌 통틀어 9번째로 높다. 지난해(3.60개)보다 0.2개 가까이 늘었지만 신민혁의 9이닝당 볼넷은 지난해 1.84개에서 0.56개로 더 줄었다. 워낙 빠른 템포로 공격적인 투구를 하다 보니 투구를 지켜보고 있으면 시원시원하다. 신민혁 같은 투수가 많아져야 KBO리그가 사활을 건 스피드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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