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7)가 팔꿈치에 불편감을 호소하며 교체됐다. 펠릭스 페냐(34)에 이어 외국인 투수 2명이 연이틀 부상으로 조기 강판되는 초대형 악재에 한화가 휘청이고 있다. 무슨 마(魔)가 낀 것처럼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린다.
산체스는 지난 16일 대전 NC전에 선발등판, 2이닝 5피안타 3볼넷 2사구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지난해 5월 KBO리그 데뷔 후 33경기 통틀어 개인 최소 투구 이닝. 부상 때문이었다. 3회초 무사 만루에서 김성욱 상대로 던진 5구째 직구가 몸에 맞는 볼이 됐다. 밀어내기 실점.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공을 던진 직후 산체스의 행동이었다. 공을 던진 후 통증을 느낀 듯 1루측 한화 덕아웃을 향해 손짓을 보냈다. 박승민 투수코치와 트레이너가 급히 마운드로 향했다. 산체스의 몸 상태를 확인한 결과 왼쪽 팔꿈치에 불편감을 느껴 더 이상 투구는 불가능했다.
마운드를 내려갈 때 산체스의 얼굴을 찌푸렸다. 연이틀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에 따른 조기 강판에 최원호 한화 감독의 표정에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감독이 어떻게 손쓸 수 없는 돌발 변수가 연이틀 발생했다. 올해 100구 이상 던진 게 2경기밖에 안 되는 산체스는 나름 관리를 잘 받았기에 부상을 더 예상하기 어려웠다.
한화는 그 전날인 15일 NC전에도 선발 페냐가 2회 2사 후 손아섭의 강습 타구에 오른손을 뻗다 손목을 맞고 교체됐다. 다행히 검진 결과 단순 타박 소견을 받아 큰 부상은 피했지만 2회부터 갑자기 불펜을 가동한 한화는 경기가 완전 꼬였다. 급하게 몸을 푼 한승혁이 4연속 안타를 맞으며 2회에만 6실점으로 빅이닝을 허용했다. 7회에도 8실점한 한화는 1-16, 7회 강우콜드 패배를 당했다.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산체스까지 부상으로 조기 강판됐다. 평소와 달리 경기 초반부터 제구가 잘 되지 않아 2이닝 만에 사사구 4개를 허용한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3회 시작부터 4연속 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주더니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김성욱에게 던진 5구째 직구가 왼쪽 다리를 맞혔다. 팔꿈치에 불편감을 안고 있다 보니 제구가 말을 듣지 않는 모습이었다. 2이닝 만에 사사구 5개(3볼넷 2사구). 개인 최다 사사구 경기였다.
연이틀 외국인 선발이 조기 강판되면서 한화 불펜이 바빠졌다. 이날 1군 콜업된 윤대경이 급하게 몸을 풀고 올라와 희생플라이 포함 뜬공 2개를 잡아냈지만 영접이 잡히지 않았는지 2사 후 연속 볼넷을 주며 밀어내기 실점을 했다. 3회에만 4실점했는데 3-4 패배로 직결된 이닝이었다.
산체스는 17일 MRI(자기공명영상)를 찍고 정확한 팔꿈치 상태를 체크할 예정이다. 큰 부상이 아니면 다행이지만 공백기가 있다면 한화에 그야말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페냐가 빠진 자리에는 2군에서 재정비 중인 문동주가 들어오지만 산체스가 빠지면 그 자리를 메울 만한 후보가 마땅치 않다. 올해 1~2라운드로 입단한 고졸 신인 좌완 황준서과 조동욱, 둘 다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온 상태로 퓨처스 팀에서 올릴 만한 자원이 부족하다.
최악의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페냐가 올 시즌 9경기(37⅓이닝) 3승5패 평균자책점 6.27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대체 선수를 찾기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산체스까지 부상 공백이 길어지면 머리가 정말 아파진다. 미국도 구속 혁명, 피치 클락 여파로 투수들의 부상이 속출하고 있어 애매한 투수들도 쉽게 풀지 않는다. 지난해 KIA에서 방출된 숀 앤더슨도 16일 텍사스 레인저스 빅리그 콜업을 받으면서 대체 선수로 눈여겨본 팀들이 헛물을 켰다.
만약 산체스까지 이탈하면 한화는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킨 선수가 류현진밖에 없다. 김민우는 3경기 만에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끝에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됐고, 문동주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더니 페냐와 산체스가 연이틀 부상으로 조기 강판되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화의 부상 악재는 선발투수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5일 고척 키움전에서 왼쪽 햄스트링이 파열된 주전 유격수 하주석은 한 달 반 가까이 되도록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치료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일본 요코하마 이지마 치료원에도 2주간 있다 왔고,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재활조에 있다. 퓨처스 경기부터 뛰어야 1군 복귀 일정을 잡을 수 있다.
주장 채은성도 4월에 수비 중 손가락을 다친 데 이어 지난주 허리 염좌로 두 번째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주전 포수 최재훈도 지난달 중순부터 옆구리를 다쳐 열흘 넘게 빠졌다 돌아왔고, 지난해 10홈런을 친 외야수 이진영도 지난 14일 왼쪽 손목 유구골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아 3개월간 재활을 한다. 개막 10경기 이후 부상자 속출로 베스트 전력을 꾸리지 못한 한화는 9위(16승26패1무 승률 .381)로 처져 승패 마진이 -10까지 떨어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부상 악재가 계속되면서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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