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LG처럼…감독 떠난 한화, 새 감독이 오기 전까지 '임시 선장 체제' 정경배 대행 어깨 무겁다
입력 : 2024.05.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한화 감독대행을 맡게 된 정경배 수석코치. /OSEN DB[OSEN=최규한 기자] 한화 최원호 감독(오른쪽)과 정경배 수석코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3.09 / dreamer@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격랑에 휩싸였다.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같이 사퇴하려다 박찬혁 대표의 만류로 뒷수습을 위해 남은 손혁 단장과 현장 코칭스태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 중에서도 정경배(51) 수석코치의 부담이 가장 크다. 최원호 감독이 물러나면서 한화는 정경배 수석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새 감독 선임이 완료되기 전까지 한시적인 대행으로 28일 대전 롯데전부터 팀을 지휘하게 됐다. 

정경배 대행은 우투우타 내야수 출신으로 1996년 삼성에 입단한 뒤 2002년 SK로 트레이드됐고, 2009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14시즌 통산 1322경기 타율 2할6푼6리(3991타수 1062안타) 100홈런 522타점 70도루를 기록했다. 1999년 18개 포함 두 자릿수 홈런이 6시즌으로 펀치력 있는 공격형 2루수였다. 특히 삼성 시절이었던 1997년 5월4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1~2회 연타석 만루 홈런으로 주목받았다. KBO리그의 유일무이한 기록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선수 은퇴 후에는 2010년부터 SK에서 코치로 변신해 타격, 수비, 주루 등 여라 파트를 두루 맡았다. 2017~2018년 타격코치로 2년 연속 SK를 팀 홈런 1위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 두산을 거쳐 2020~2021년 한화와 인연을 맺었다. 2020년 퓨처스 타격코치를 맡았고, 6월 시즌 중 최원호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으면서 1군으로 올라가 수석코치와 수석·타격코치를 겸했다. 

[OSEN=민경훈 기자] SK 선수 시절 정경배 감독대행. 2008.06.28 / rumi@osen.co.kr한화 감독대행을 맡은 정경배 수석코치. /OSEN DB

2021년 최 감독과 함께 다시 퓨처스로 돌아가 타격코치로 육성에 전념했고, 2022년에는 친정팀 SSG로 복귀했다. 타격코치로 2022년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기여했고, 2023년 퀄리티 컨트롤 코치를 거쳐 한화로 컴백했다. 지난해 시즌 후 마무리캠프 때부터 수석코치를 맡아 타격 파트도 관여했다. 

최 감독이 물러났지만 새 감독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 현장에서 팀을 지휘해야 했다. 한화는 정 수석에게 대행을 부탁했다. 정 대행으로선 쉽지 않은 자리다. 보통 감독대행이 되면 시즌 끝까지 팀을 이끄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화는 2017년 5월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뒤 이상군 감독대행으로, 2020년 6월 한용덕 감독이 떠난 뒤 최원호 감독대행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상군 대행은 101경기를, 최원호 대행은 114경기를 지휘했다. 지난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경질된 후에는 최원호 감독이 바로 정식 감독으로 선임돼 대행 체제를 운영하지 않았다. 

2017년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 /OSEN DB2020년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가운데). /OSEN DB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한화는 대행 체제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남은 시즌 5강 싸움을 벌이기 위해선 정식 감독을 선임해 리더십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감독 교체의 가장 큰 명분도 분위기 쇄신이기 때문에 내부 승격으로 힘을 받기 어렵다. 일찌감치 외부 영입으로 노선을 정했고, 후보군을 추려 면접을 진행할 계획이다. 

차기 감독 선임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른다. 정경배 대행 체제의 기한도 언제까지일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끝이 있다는 점에서 당장 정 대행이 뭔가 변화를 주거나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기는 어렵다. 한화가 최근 6경기 5승1패로 반등하고 있다는 점에서 승부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감독 퇴진 분위기를 수습하면서 새 감독이 올 때까지 순위 싸움할 수 있는 선에서 버텨야 한다. 

비슷한 케이스는 10년 전 LG에서 있었다. 지난 2014년 LG는 시즌 첫 17경기에서 4승12패1무(승률 .250)에 그치며 9위 최하위로 추락하자 김기태 감독이 전격 자진 사퇴했다. LG 구단이 김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계현 수석코치가 4월23일부터 5월12일까지 임시 대행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 기간 17경기 6승11패(승률 .353)로 어느 정도 팀을 추스린 뒤 정식 선임된 양상문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당시 양상문 감독은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으로 야인이었다. 

조계현 대행은 퓨처스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고, 양상문 감독 체제로 재편한 LG는 남은 94경기에서 52승41패1무(승률 .559)로 급반등하며 4위로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드라마를 썼다. 한화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다음 감독이 누가 되든 정경배 대행 체제에서 어수선한 분위기 수습과 팀 안정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waw@osen.co.kr

2014년 LG 조계현 감독대행. /OSEN DB2014년 시즌 중 LG에 부임해 가을야구로 이끈 양상문 감독.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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