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응원 많이 할테니…PS 꼭 가주길'' 최원호 감독, 선수단과 작별 인사하고 떠났다
입력 : 2024.05.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지형준 기자] 한화 최원호 감독. 2024.03.23 /jpnews@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난 최원호(51) 전 감독이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마지막 당부의 메시지를 남기며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원했다. 

최원호 전 감독은 28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구단 및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손혁 단장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을 먼저 만난 뒤 감독대행을 맡게 된 정경배 수석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차례로 인사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클럽하우스를 찾아 선수단 앞에 섰다. 

최 전 감독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팀도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변화를 통해 빨리 정상 궤도에 오르려 한다. 우리 선수들이 캠프 때부터 코치님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아닌 이상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좋을 때 자만할 필요도 없고, 안 좋을 때 포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 전 감독은 “지금 좋은 흐름을 타고 있으니 누구와 함께하든 여러분들은 선수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목표로 했던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리라 믿는다”며 “밖에서 응원을 많이 할 테니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포스트시즌에 꼭 가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8위로 처져있지만 5위 NC와 5.5경기 차이로 남은 93경기에서 못 뒤집을 차이는 아니다. 

작별 인삿말을 마친 최 전 감독은 선수 전원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짐을 정리하고 구장을 떠났다. 구장 앞에서 차를 타고 나가는 순간까지 구단 관계자들과 코칭스태들이 배웅을 하며 최 전 감독을 떠나보냈다. 

[OSEN=대전, 박준형 기자] 한화 최원호 감독이 황준서를 보며 미소 짓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최 전 감독은 지난 23일 대전 LG전 패배로 팀이 시즌 첫 10위 최하위에 떨어진 뒤 사퇴 의사를 밝혔다. 팀의 부진이 길어진 4월말부터 몇 차례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24~25일 문학 SSG전 연승으로 최근 6경기 5승1패를 거두며 8위로 올라섰지만 26일 SSG전이 우천 취소된 뒤 자진 사퇴 의사가 수락돼 물러나기로 최종 결정됐다.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를 결정했고, 27일 공식 발표가 났다. 박찬혁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3년간 저희 선수단과 직원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혼신을 다해 노력해주었고, 우여곡절 속에서도 각 단계별로 많은 성장을 이뤄왔다. 올 시즌은 이 성장을 증명해 나가야하는 출발점으로써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시즌 초반 부진으로 기대하셨던 팬분들께 죄송스럽고 우리 선수단과 임직원에게도 조직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이에 반등 기회를 남겨둔 시점에 이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어 박 대표는 “끝까지 믿고 지원해주신 한화그룹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어려운 시기에 각 단계별로 함께 노력해주신 정민철 전 단장,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을 비롯해 최원호 감독, 손혁 단장, 선수단 및 프런트 임직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이글스와 함께한 시간들은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시기였고, 맹목적인 사랑의 순간들이었기에 앞으로도 마음 깊이 이글스와 함께 하겠다”는 작별 메시지를 남겼다. 

[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지형준 기자] 한화 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가 손혁 단장과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02.22 /jpnews@osen.co.kr

한화는 28일 대전 롯데전부터 정경배 감독대행 체제로 새 감독이 선임되기 전까지 운영된다. 

한편 최 전 감독은 지난 2019년 11월 퓨처스 사령탑으로 한화와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정민철 한화 단장이 부임 후 첫 외부 인사로 최 감독을 영입했다. 장기적인 육성 시스템 확립을 위해 한화에 온 최 감독은 2020년 6월 14연패에 빠진 팀이 한용덕 감독과 결별하자 1군 감독대행으로 승격됐다. 그해 감독대행으로는 역대 최다 114경기를 이끌며 39승72패3무(승률 .351)를 기록했지만 10위 최하위 추락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최 감독은 대행으로서 합리적인 운영으로 호평을 받았다. 투수 강재민, 윤대경, 외야수 최인호, 임종찬 등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쓰며 가능성을 봤다. 김민우, 장시환 등 당시 핵심 선발들을 무리시키지 않고 시즌을 조기 종료시켜 후임자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2020년 감독대행 시절 최원호 전 감독. 2020.06.14 /OSEN DB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선임된 뒤에는 퓨처스 사령탑으로 돌아가 후방에서 지원했다. 2년간 수베로 감독과 협업으로 리빌딩 작업을 함께하며 구단과 방향을 같이 했다. 투수 윤산흠, 내야수 김인환 등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선수들을 발굴해 1군 전력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2022년 퓨처스리그에선 역대 최다 타이 14연승을 달리며 북부리그 우승을 지휘했다. 시즌 뒤에는 퓨처스 사령탑이지만 이례적으로 3년 장기 계약을 맺었다. 그만큼 최 감독에 대한 내부 평가가 높았고, 머지않아 한화 차기 사령탑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수베로 감독의 후임이 될 것이 유력했는데 그 시기가 예상보다 조금 빨랐다. 지난해 5월11일 대전 삼성전을 마친 뒤 한화는 2023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은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며 최 감독을 1군 사령탑으로 승격했다. 6월 중순부터 18년 만에 8연승을 질주하면서 5강에 대한 희망도 지폈지만 결국 최종 순위 9위로 마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47승61패5무(승률 .435)로 수베로 감독(11승19패1무 승률 .367) 교체 전보다 승률이 높았고, 올 시즌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삼았다.

[OSEN=잠실, 지형준 기자] 한화 최원호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3.23 /jpnews@osen.co.kr

지난겨울 FA 강타자 안치홍을 영입한 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류현진이 12년 만에 전격 복귀하며 5강 후보로 기대감이 치솟았다. 개막 10경기에서 7연승 포함 8승2패로 구단 역대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지난달 5일 고척 키움전부터 5연패에 빠지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불펜에 이어 선발진 붕괴와 타선 침체로 투타 엇박자가 났고, 부상자까지 속출하며 팀이 크게 휘청였다. 시즌 전 구상과 달리 투수 보직이나 야수 포지션 이동이 잦았다. 

잡을 수 있는 경기들을 아깝게 놓치면서 최 감독에 대한 팬심이 들끓었다. 홈구장에서도 최 감독 경질을 외치는 일부 팬들의 목소리들이 나올 만큼 악화됐다. 최 감독이 이쯤부터 사퇴 의사를 내비쳤지만 시즌 초반이고, 구단에선 최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최 감독은 팀이 시즌 첫 10위로 떨어진 23일 대전 LG전을 마친 뒤 사퇴 의사를 다시 밝혔고, 3일 뒤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 

올해 최 감독의 성적은 51경기 21승29패1무(승률 .420)로 8위. 지난해 정식 부임 후 올해까지 164경기에서 68승90패6무(승률 .430)를 기록했다. 2020년 감독대행 시절을 포함하면 총 278경기에서 107승162패9무(승률 .398)의 성적을 남기고 작별했다.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최원호 감독과 정경배 수석코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3.09 / dreamer@osen.co.kr/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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