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창원, 조형래 기자] 이제는 대체선발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면 안 될 듯 하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황동하(21)의 건실한 호투 행진이 KIA 선발진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하고 있다. 그리고 황동하는 이 자리를 내줄 생각이 전혀 없다.
황동하는 3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8피안타(2피홈런) 무4사구 6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11-2 대승을 이끌었다. 황동하는 이날 자신의 개인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펼치며 시즌 2승 째를 수확했다.
공교롭게도 약 2주 전인 18일,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상대로 데뷔 첫 승(5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4탈삼진 2실점)을 거둔 인연이 생애 최고의 피칭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황동하에게 부담스러운 일전일 수 있었다. 이범호 감독이 당초 구상했던대로 마운드가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시즌 초반 팔꿈치 굴곡근 염좌로 이탈했던 이의리가 복귀했고 내복사근 부상을 당했던 불펜 마당쇠 임기영도 투구수를 80개 가까이 끌어올리면서 선발 준비를 하고 1군에 돌아왔다. 여기에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한 윌 크로우의 일시 대체 선수인 캠 알드레드도 곧 선수단에 합류한다.
선발진이 정상화 되는 과정. 제임스 네일과 양현종 원투펀치에 알드레드 윤영철, 그리고 이의리까지. 선발 경력자들 속에서 황동하의 자리는 이제 없을 듯 했다.
그러나 일단 이범호 감독은 선발진의 줄이탈 속에서 팀이 쓰러지지 않게 제 몫을 다하고 버텨준 황동하의 공헌도를 인정하고 또 예우했다. 지난 30일 경기를 앞두고 이범호 감독은 “황동하의 오늘 투구 결과로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황)동하를 계속 선발로 쓰는 게 가장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잘 던져줬고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라면서 “우리 팀이 힘들 때 버텨준 투수다. 한 경기 못 던진다고 해서 선발진에서 넣고 빼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웬만하면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황동하의 선발 잔류에 힘을 실었다.
성적만 봐도 이범호 감독이 황동하를 굳이 선발진에서 뺄 이유는 없다. 개막 후 첫 3경기는 구원 등판했고 4월 말부터 대체선발로 합류했다. 시즌 첫 선발이었던 4월27일 LG전 3⅔이닝 6피안타(2피홈런) 1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5월 들어서는 5경기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조기 강판 되는 일이 없었다. 대체 5선발로서는 더할나위 없는 피칭. 5경기 평균자책점 3.81(26이닝 11자책점)의 기록을 남겼다. 당장 이의리는 투구수를 빌드업을 해 나가는 단계. 100구 이상의 피칭은 아직 힘들다. 당분간은 임기영과 함께 1+1 단계를 통해 선발의 투구수를 갖춰나갈 생각이다. 이 감독은 “동하는 지금 100구 이상 던질 수 있는 몸 상태가 된다”라면서 “이의리와 임기영을 1+1으로 해나갈지, 아니면 중간에 다른 투수를 붙여서 운영을 할지 그것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황동하는 이범호 감독의 믿음을 등에 업고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최고 146km의 패스트볼 28개, 슬라이더 23개, 포크볼 18개, 커브 16개 등 갖고 있는 모든 구종을 베스트로 활용해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경기 후 황동하는 “제가 연승을 끊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연승을 계속 할 수 있게 던질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라면서 “6회 마지막 이닝에 주자들이 나갔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불안할 줄 알았는데 선배들이 점수 차가 많이 나니까 점수 줄 건 주라고 했다. 그래서 차분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7회도 욕심이 있었지만 벤치가 자제시켰다. 투구수도 85개, 1이닝 정도는 더 던질 수 있었다. 그러나 황동하는 “7회도 던진다고 했다. 하지만 코치님께서 첫 6이닝인데 7회에 올라가면 더 흥분하고 그럴까봐 배려해주신 것 같다”라면서 “첫 퀄리티스타트라고 해도 막 기쁘지는 않은 것 같다. 점수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 것 같다”라고 웃었다.
대체 선발이 정식 선발로 정착해 나가는 과정. 이제는 황동하 스스로가 자신감을 찾았고 욕심도 생겼다. 성숙해졌다. 그는 “데뷔 시즌에는 무조건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만 했고 못 던지면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니까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면서 “처음에는 대체 선발이라고 저도 생각을 했다. 첫 등판 때는 조금만 던지고 빠질 것이라고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두 번째 등판부터 저도 후회없이 하고 싶어서 제가 만족할 때까지 던져보자는 생각으로 던졌다. 제 위주로 생각하게 됐고 경기를 하다 보니까 자신감도 생겼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황동하는 “지금도 충분히 욕심을 많이 부리고 있다. 겉으로 티는 안 내고 있지만 속으로는 욕심이 많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선발 한 자리를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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