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고척=김동윤 기자]
"저 이제 마운드 올라가도 되나요?"
3년간 일본 독립리그의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첫 프로 무대는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SSG 랜더스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가 떨림 가득했던 KBO 리그 데뷔전을 돌아보며 한국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시라카와는 지난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5이닝 3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SSG의 9-0 대승을 이끌었다.
총 92구(직구 49구, 커브 18구, 포크 14구, 슬라이더 7구, 슬러브 4구)를 던지면서 평균 시속 146㎞, 최고 150㎞의 빠른 공을 던졌다. 최정의 2홈런을 포함해 화끈한 타선 지원을 받으면서 시라카와는 일본 국적 선수로서는 KBO 리그 최초로 데뷔전 선발승을 거뒀다. 일본 국적의 투수가 KBO 리그에서 선발승을 거둔 것도 2011년 6월 11일 목동 넥센전의 카도쿠라 켄(당시 삼성) 이후 4739일 만이었다.
시라카와의 데뷔전은 야구장 안팎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올 시즌 KBO 리그에 처음 도입된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 제도의 1호 선수였다. 지난달 등판 당일 몸을 풀다 왼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로에니스 엘리아스(36)를 대신해 5월 22일 총액 180만 엔(당시 환율 기준 약 1570만 원)에 영입됐다.
SSG에 영입되기 전까지 한 번도 해외여행도 가본 적이 없어 급히 비자를 만들어야 했고 5월 25일 입국해 5월 26일 선수단 상견례 및 불펜 피칭을 진행했다. 5월 31일에는 취업 비자가 발급돼 이날 데뷔전을 가진 것이었다. 시라카와의 데뷔전에는 그의 일본 독립리그 시절 소속팀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구단주 아라이 켄지가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지켜봤다. 일본프로야구(NPB)팀이 없는 도쿠시마현에서 도쿠시마 태생에 3년간 에이스로 활약한 시라카와였던 만큼 아라이 구단주 입장에서도 각별한 경기였다.
"이름이 케이(K)쇼인 만큼 삼진쇼를 보여주겠다"는 당찬 포부와 달리 시라카와는 첫 등판에 다소 허둥지둥댔다. 마운드에 올라가도 되는지 SSG 선수들에게 몇 번이고 확인하는가 하면 첫 이닝을 마치고 포수 이지영과 같이 들어가기 위해 더그아웃 앞에서 기다리는 등 기존 선수들에게서 잘 볼 수 없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다.
2일 고척 키움전에서 만난 시라카와는 "KBO 리그는 처음이라 지금 올라가도 되는지, (마운드에) 같이 내려가도 되는지 시스템을 잘 몰라서 확인차 여쭤봤다"며 "마운드에 들어간 시점에서 다리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독립 리그에 데뷔했을 때 이후 처음 느끼는 긴장감이었다"고 첫 등판을 돌아봤다. 매사 조심스러워 보이는 시라카와의 행동에 방송 중계진 및 지켜보던 팬들의 반응도 좋았다. 이를 전해 들은 시라카와는 "부끄럽네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내보였다.
그렇게 처음 긴장된 첫 두 이닝을 마치고 3회부터는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몸쪽 높게 과감하게 질러 들어오는 직구와 낙차 큰 커브에 키움 타자들은 헛스윙을 연발했다. 시라카와는 "던지면서 점점 몸도 익숙해지면서 내 폼이 나온 것 같다. 4회부터는 자신 있게 던졌다"면서도 "한국 타자들의 스윙이 정말 빠르다고 느꼈다. 큰 거 하나를 맞을까 많이 두려웠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팬들의 함성과 동료들의 응원도 도움 됐다. 시라카와는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것도, 돔구장에서 뛰는 것도 처음이었다. 집중하면서 던졌는데 점점 팬분들의 응원이 들렸다. 좋은 경험이었다. 홈구장 분위기는 더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그때는 다시 또 긴장될 것 같다"고 웃으면서 "더그아웃에서 팀원들도 많이 격려해줬다. 한국말이 많아 못 알아듣는 말도 많았지만 '스고이(대단하다)', '나이스 피치'라는 등 어떻게든 먼저 말을 걸어주려고 해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일본 리그 경험이 있는 한두솔(27)은 큰 도움이 됐다. 한두솔은 2015년 광주일고 졸업 후 일본 사회인 야구 리그에 진출했고 2018년 KBO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한국에 돌아왔다. 그때의 경험으로 일본어에 능숙해 시라카와의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시라카와는 "한두솔 선수가 엄청나게 도움을 주고 있다. 사실 난 조용한 성격이다. 그래도 바비큐를 좋아해서 일본에서 친한 동료들과 휴일이면 자주 먹으러 다녔는데 SSG 선수들과 더 익숙해지면 함께 고기를 먹으러 다니고 싶다"고 소망했다.
최근 선발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SSG는 새 외국인 투수 드류 앤더슨과 시라카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이 리그 정상급 활약이 아닌 이닝 소화만 해줘도 팀에는 큰 도움이 된다.
시라카와는 "데뷔전이 한국에서 뛴 경기 중 가장 안 좋았던 경기로 평가될 정도의 피칭을 앞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잠깐 경험한 것이지만, 한국 팬분들이 많이 열광적이라고 느꼈다. 그 덕분에 도움도 많이 받았다. 나도 SSG의 일원으로서 조금 더 팀에 공헌하고 팬분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눠 가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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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의 시라카와 케이쇼가 2일 고척 키움전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SSG 시라카와 케이쇼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과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더그아웃에 들어와 미소 짓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3년간 일본 독립리그의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첫 프로 무대는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SSG 랜더스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가 떨림 가득했던 KBO 리그 데뷔전을 돌아보며 한국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시라카와는 지난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5이닝 3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SSG의 9-0 대승을 이끌었다.
총 92구(직구 49구, 커브 18구, 포크 14구, 슬라이더 7구, 슬러브 4구)를 던지면서 평균 시속 146㎞, 최고 150㎞의 빠른 공을 던졌다. 최정의 2홈런을 포함해 화끈한 타선 지원을 받으면서 시라카와는 일본 국적 선수로서는 KBO 리그 최초로 데뷔전 선발승을 거뒀다. 일본 국적의 투수가 KBO 리그에서 선발승을 거둔 것도 2011년 6월 11일 목동 넥센전의 카도쿠라 켄(당시 삼성) 이후 4739일 만이었다.
시라카와의 데뷔전은 야구장 안팎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올 시즌 KBO 리그에 처음 도입된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 제도의 1호 선수였다. 지난달 등판 당일 몸을 풀다 왼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로에니스 엘리아스(36)를 대신해 5월 22일 총액 180만 엔(당시 환율 기준 약 1570만 원)에 영입됐다.
SSG에 영입되기 전까지 한 번도 해외여행도 가본 적이 없어 급히 비자를 만들어야 했고 5월 25일 입국해 5월 26일 선수단 상견례 및 불펜 피칭을 진행했다. 5월 31일에는 취업 비자가 발급돼 이날 데뷔전을 가진 것이었다. 시라카와의 데뷔전에는 그의 일본 독립리그 시절 소속팀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구단주 아라이 켄지가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지켜봤다. 일본프로야구(NPB)팀이 없는 도쿠시마현에서 도쿠시마 태생에 3년간 에이스로 활약한 시라카와였던 만큼 아라이 구단주 입장에서도 각별한 경기였다.
"이름이 케이(K)쇼인 만큼 삼진쇼를 보여주겠다"는 당찬 포부와 달리 시라카와는 첫 등판에 다소 허둥지둥댔다. 마운드에 올라가도 되는지 SSG 선수들에게 몇 번이고 확인하는가 하면 첫 이닝을 마치고 포수 이지영과 같이 들어가기 위해 더그아웃 앞에서 기다리는 등 기존 선수들에게서 잘 볼 수 없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다.
2일 고척 키움전에서 만난 시라카와는 "KBO 리그는 처음이라 지금 올라가도 되는지, (마운드에) 같이 내려가도 되는지 시스템을 잘 몰라서 확인차 여쭤봤다"며 "마운드에 들어간 시점에서 다리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독립 리그에 데뷔했을 때 이후 처음 느끼는 긴장감이었다"고 첫 등판을 돌아봤다. 매사 조심스러워 보이는 시라카와의 행동에 방송 중계진 및 지켜보던 팬들의 반응도 좋았다. 이를 전해 들은 시라카와는 "부끄럽네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내보였다.
그렇게 처음 긴장된 첫 두 이닝을 마치고 3회부터는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몸쪽 높게 과감하게 질러 들어오는 직구와 낙차 큰 커브에 키움 타자들은 헛스윙을 연발했다. 시라카와는 "던지면서 점점 몸도 익숙해지면서 내 폼이 나온 것 같다. 4회부터는 자신 있게 던졌다"면서도 "한국 타자들의 스윙이 정말 빠르다고 느꼈다. 큰 거 하나를 맞을까 많이 두려웠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팬들의 함성과 동료들의 응원도 도움 됐다. 시라카와는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것도, 돔구장에서 뛰는 것도 처음이었다. 집중하면서 던졌는데 점점 팬분들의 응원이 들렸다. 좋은 경험이었다. 홈구장 분위기는 더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그때는 다시 또 긴장될 것 같다"고 웃으면서 "더그아웃에서 팀원들도 많이 격려해줬다. 한국말이 많아 못 알아듣는 말도 많았지만 '스고이(대단하다)', '나이스 피치'라는 등 어떻게든 먼저 말을 걸어주려고 해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SSG 시라카와 케이쇼(왼쪽)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과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이닝을 마치고 이지영과 함께 내려오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그중에서도 일본 리그 경험이 있는 한두솔(27)은 큰 도움이 됐다. 한두솔은 2015년 광주일고 졸업 후 일본 사회인 야구 리그에 진출했고 2018년 KBO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한국에 돌아왔다. 그때의 경험으로 일본어에 능숙해 시라카와의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시라카와는 "한두솔 선수가 엄청나게 도움을 주고 있다. 사실 난 조용한 성격이다. 그래도 바비큐를 좋아해서 일본에서 친한 동료들과 휴일이면 자주 먹으러 다녔는데 SSG 선수들과 더 익숙해지면 함께 고기를 먹으러 다니고 싶다"고 소망했다.
최근 선발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SSG는 새 외국인 투수 드류 앤더슨과 시라카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이 리그 정상급 활약이 아닌 이닝 소화만 해줘도 팀에는 큰 도움이 된다.
시라카와는 "데뷔전이 한국에서 뛴 경기 중 가장 안 좋았던 경기로 평가될 정도의 피칭을 앞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잠깐 경험한 것이지만, 한국 팬분들이 많이 열광적이라고 느꼈다. 그 덕분에 도움도 많이 받았다. 나도 SSG의 일원으로서 조금 더 팀에 공헌하고 팬분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눠 가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SSG 시라카와 케이쇼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과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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