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기회가 왔다. 보여드리겠다.”
독립리그에서 온 25세 늦깎이 루키가 한화 이글스 김경문호의 황태자를 꿈꾸고 있다. 일단 첫인상은 강렬했다. 개인 한 경기 최다 안타 및 타점을 경신하며 팀을 8위에서 7위로 이끌었고, 이튿날 멀티히트로 기세를 이으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황영묵은 지난 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9차전에 1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 활약으로 팀의 6-0 완승이자 KT 3연전 스윕을 이끌었다.
황영묵은 1회초 선두타자로 등장, KT 선발 엄상백 상대로 7구 승부 끝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이어 하주석의 희생번트 때 2루로 이동했지만 김태연이 3루수 땅볼, 노시환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추가 진루에 실패했다.
황영묵은 3회초 유격수 땅볼에 이어 5회초 중견수 뜬공, 8회초 삼진을 기록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4-0으로 앞선 9회초 1사 2, 3루 기회를 맞이해 1타점 내야안타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내야땅볼이 투수 이상동의 글러브를 맞고 3루 파울지역으로 굴러가는 행운이 따랐다. 2경기 연속 멀티히트였다.
황영묵의 김경문 감독 부임 후 타율은 5할(12타수 6안타)에 달한다. 부임 첫날(4일) 대주자로 나서 득점을 올렸고, 이튿날 선발 명단에 복귀해 6타수 4안타 4타점 2득점 ‘미친 활약’을 펼치며 한 경기 개인 최다 안타 및 타점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전날 멀티히트로 5일의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지금의 기세라면 한화 선발 리드오프 자리는 황영묵의 차지가 유력해 보인다.
수원에서 만난 황영묵은 “나는 경기에 나가면 모든 걸 보여드려야 한다.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 생각하고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다”라고 활약 비결을 전했다.
황영묵은 지난 5일 경기에서 김경문 감독이 최초 구상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전 외국인타자 요나단 페라자의 추가 휴식이 결정되면서 갑작스럽게 선발 출전이 결정됐고, 황영묵은 리드오프 자리에서 4안타 맹타로 기회를 살렸다.
황영묵은 “‘기회가 왔다.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하고 싶다고 잘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거부터 보여드리려고 했다. 열심히 뛰어다니고, 수비에서 집중해서 실책 없이 깔끔하게 막고, 타석에서 장점을 살리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라고 밝혔다.
1999년생인 황영묵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충훈고 졸업 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해 중앙대로 향했고, 중앙대 중퇴 이후 성남 블루팬더스,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연천 미라클 등 독립리그를 전전했다.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멤버로 잠시 화제를 모았던 그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 4라운드 31순위로 마침내 프로의 꿈을 이뤘다.
황영묵은 데뷔 첫해 43경기 타율 3할2푼5리 1홈런 17타점 22득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한화의 복덩이로 자리매김하며 응원가가 생겼고,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무키 베츠(LA 다저스)에서 따온 ‘묵이 베츠’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황영묵은 “응원가가 있다는 건 팬들이 그만큼 많이 사랑해주신다는 것이다. 1군 주전 선수라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응원가가 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응원가에 보답하기 위해 더 잘하겠다. 동기부여가 된다”라며 “묵이 베츠라는 별명도 마음에 들고 과분하다. 팬들이 정해주신 거라서 그에 맞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황영묵의 올 시즌 목표는 지금처럼 간절함을 앞세워 한화 라인업의 한 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하는 것이다. 그는 “머릿속으로는 멀리까지 생각하지만, 일단 내게 오는 매 순간이 기회다”라며 “아직 내 자리가 확정되지 않았다. 매 경기, 매 순간 간절하게 임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자리를 잡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경문 감독을 향한 당찬 ‘셀프 어필’도 들을 수 있었다. 황영묵은 “감독님이 항상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유쾌하시다. 벤치에서 파이팅도 많이 해주신다. 따뜻하면서도 냉정한 분 같다”라며 “감독님께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지난 경기가 다가 아닌 꾸준히 잘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어필하고 싶다. 적재적소에 기용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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