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멀티이닝도, 그리고 주자가 깔려 있는 상황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에 나서든지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마치고 돌아온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불펜진의 ‘거목’ 김상수(36)는 올해 맺은 다년계약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상수는 지난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1,2회 SSG 선발 시라카와 게이쇼를 상대로 대거 8득점에 성공하면서 초반 8-3의 리드를 잡았다. 그러다 4회 최정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8-4까지 추격을 당했고 무사 1,2루 위기가 이어졌다. 롯데는 선발에 이어 마운드를 이어받은 최이준을 내리고 김상수를 올렸다.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필승조지만 경기 중반이라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랐기에 롯데는 김상수를 투입해 상황을 정리해주기를 바랐다. 벤치의 기대대로 김상수는 무사 1,2루에서 에레디아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이지영을 유격수 병살타로 솎아내면서 실점 위기를 극복했다. 점수 차도 유지됐다.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상수는 선두타자 고명준을 삼진 처리했다. 오태곤을 3루수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정준재를 1루수 땅볼, 최경모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김상수가 2이닝을 소화해준 덕분에 롯데는 흐름을 꽉 틀어막고 11-7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올해 김상수는 32경기 33⅔이닝 2승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21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전미르(33경기)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이닝으로는 김상수가 팀 내 1위고 현재 리그 불펜 투수들 가운데 4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마무리 김원중과 함께 현재 롯데 불펜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투수다.
구승민 최준용 등 필승조라고 여겨졌던 투수들이 흔들리고 부진한 가운데서도 김상수는 중심을 잃지 않고 있다. 멀티이닝 소화도 13경기나 되고 2이닝 이상 던진 경기도 5차례다. 김태형 감독이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라는 기록이다. 또한 10개 구단 불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승계주자를 안고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이기도 하다. 김상수는 34명의 승계주자가 깔려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14명을 들여보내며 승계주자 실점률은 41.4%로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부담감이 큰 상황에 자주 올라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김상수의 헌신과 투혼 덕분에 롯데는 5월 이후 반등에 성공하며 8위까지 올라섰다. 2022시즌이 끝나고 SSG 랜더스에 방출이 됐지만 롯데의 부름에 응하며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다른 구단들의 구애도 있었지만 김상수가 롯데를 선택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지난해 김상수는 완전히 부활을 하며 현역 연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67경기 4승2패 1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12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김상수와 롯데는 2년 총액 6억원(연봉 4억원, 인센티브 2억원)의 비FA 다년계약까지 체결했다. 36세에 접어든 불펜 투수에게 불확실한 미래를 안겼다. 하지만 롯데는 김상수가 불펜에서 해준 역할, 그리고 베테탕으로서 투수진에 주는 영향력 등을 고려해 다년계약을 안겼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 다년계약이 전혀 아깝지 않은 활약을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주고 있다.
김상수는 여전히 팀을 위해 헌신하고 언제든지 마운드로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어 팀이 고무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다. 고참으로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도록 하겠다”라면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에 부담은 없다. 팀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팀을 위해 던질 준비를 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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