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가 태어난 그날 밤, KIA 5번타자는 광주→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딸의 1분 1초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입력 : 2024.06.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잠실=김동윤 기자]
이우성.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이우성.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정말 너무 예뻐요. 내 아이라 그런가? 더 예뻐요."

경기 전 인터뷰 당시 아빠가 된 지 30시간도 안 지난 시점이었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이우성(30·KIA 타이거즈)은 그날 밤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우성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질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솔직히 말해서 아이를 보는 순간, 좀 더 있고 싶은 건 사실이었다. 딸의 1분 1초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건 아이 아빠로서 거짓말은 못 할 것 같다. 하지만 일단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건 야구였다. 구단에서 하루를 배려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빠르게 합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하루 앞서 이우성은 결혼 2년 만에 첫 아이를 얻었다. KIA 구단은 "이우성의 부인 옥혜경 씨는 7일 오후 12시 55분 광주광역시 수완 W 여성병원에서 몸무게 3.45㎏의 여아를 출산했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고 전했다. 태명은 이우성의 등번호 25번을 뜻하는 리오였다.

2019년 도입된 KBO 리그 경·조사 휴가 규정에 따르면 출산 시 3일의 휴가를 받을 수 있다. KIA 구단은 그에 따라 이우성에게 3일의 휴가를 부여했다. 하필 KIA가 원정 9연전을 시작한 탓에 서울로 간다면 16일 수원 KT 위즈전이 끝나야 아내와 아이를 다시 볼 수 있는 상황. 그런데도 이우성은 선수 본인의 의지로 하루 휴식만 택한 채, 7일 밤늦게 선수단 숙소에 합류했다.

단 하루 빠졌을 뿐이지만, 1루수 겸 5번 타자로 주로 출장 중인 이우성의 공백은 상당했다. 7일 연장 11회까지 간 잠실 두산전에서 이우성이 빠진 1루에서는 여러 상황이 발생했고, 득점권에서도 그를 대신해 해결사 역할을 해줄 선수가 부재했다. KIA 이범호 감독은 8일 경기에 앞서 "어제(7일) 모든 찬스가 1루, 그 타순에 다 걸리다 보니 이우성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면서도 "법적으로 주어진 시간이 3일인데 하루 만에 돌아와 줘서 감독으로서 정말 고마웠다"고 미소와 함께 농담한 바 있다.

이우성(오른쪽).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이우성(오른쪽).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이에 이우성은 "아이가 태어나서 감독님이 좋게 말씀해 주신 것 같다. 나도 최근에 좀 많이 못 하고 있어서 절대 내가 있다고 해서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나로서는 지금 우리 팀이 힘든 상황이라 같은 1군 엔트리에 있는 팀원으로서 하루 빠진 것도 많이 죄송했다. 내가 특별한 선수는 아니지만, 팀이 힘든 상황임에도 배려해 주신 감독님이 감사했다. 남은 8연전은 더 열심히 잘하려 한다. 그런 다음에 원정 끝나고 바로 아내가 있는 조리원으로 갈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아이에 대한 질문에 벌써 딸바보 속성을 드러냈다. 이우성은 평소에도 아이를 좋아하는 선수였다. KIA 동료 선수의 아들, 딸들이 잘 따르는 듬직한 삼촌이었고, 이우성 역시 쉬는 날이면 조카들과 놀아주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귀여운 조카들도 뒷순위가 됐다.

이우성은 "보고 온 지 이제 27시간 정도 되는 거 같은데 딸이 날 닮은 것 같다. 내가 원래 아기들을 정말 좋아한다. (최)형우 선배님, (김)선빈이 형, (나)성범이 형, (양)현종이 형, 찬호네 아이 등 조카들이 정말 예쁘다"면서도 "그런데 확실히 조카들이랑 내 아이는 또 다르다. 조카들도 정말 예쁜데 내 애는 더 예쁘더라. (지나가던 진갑용 수석코치가 '원래 막 태어났을 땐 안 예쁜데'라고 놀리자) 저런 말도 난 안 들린다. 우리 애가 제일 예쁘다. 정말 가슴이 따뜻해질 정도로 정말 예쁘다"고 쉴 틈 없이 딸 자랑을 했다.

그러면서도 육아에 대해서는 함부로 자신하지 않았다. 대신 아내와 함께해온 시간을 믿었다. 이우성은 "육아는 힘든 거라고 다들 말씀하시는데 선배들이나 동생들도 다 해본 것이다. 나도 기꺼이 감수하려 한다. 또 내 아내는 그동안 내가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사람이었기에 육아도 우리 둘이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우성(왼쪽)과 아내 옥혜경 씨의 결혼 사진.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이우성(왼쪽)과 아내 옥혜경 씨의 결혼 사진.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이우성에게 있어 아내의 존재는 특별했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옥혜경 씨와 6년 열애 끝에 2022년 결혼했다. 걱정이 많고 부정적이던 그에게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여자친구이자 동반자였다. 아내의 격려와 본인의 노력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데뷔 11년 차인 지난해, 주전 외야수로 올라서서 타율 3할을 기록했다. 이우성은 지난해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내와 함께하면서 혼자 하던 방황을 끝냈다. 아내는 항상 내가 내 속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혼자 갖고 있지 못하게 한다. 그런 아내에게는 난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고 그 공을 돌린 바 있다.

그런 아내였던 만큼 출산일이 가까워질수록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우성은 "아이 태어나기 며칠 전부터 신경이 많이 쓰였다. 내가 화끈하질 못하고 걱정도 많이 하는 성격이다 보니 (임신 순간부터) 항상 조심스럽게 지냈는데,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아내의 건강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아내도 그걸 알고 있어서 '리오가 건강하게 나왔으니 편하게 하라'고 했다"며 "이젠 아버지가 된 만큼 행동 하나하나를 조금 더 조심하려 한다. 아이에게 자랑스럽고 모범적인 아빠가 될 것이다"라며 "난 우리 팀이 올해가 (우승할)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 모두가 원 팀(One-Team)이 돼서 그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아내에게는 다시 한번 진심을 전했다. 이우성은 "사실 아내랑 9년을 만나면서 수술실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었다. 남자친구로서, 남편으로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고 그만큼 정말 고마웠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마웠고 아내한테는 더 고마웠다. 어제 하루는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날이었고 가장 행복했던 하루였다. 정말 모든 것이 감사한 하루였다"고 환하게 웃었다.



잠실=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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