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슈퍼루키 김택연(19)이 2주 전 광주 악몽을 극복하고 KIA 타이거즈 상대 멋진 설욕전을 펼쳤다.
김택연은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1차전에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의 5연승에 기여했다. 5월 21일 잠실 SSG 랜더스전 이후 약 3주 만에 시즌 두 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두산은 9-6으로 앞선 채 9회초를 출발했지만, 이교훈이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투런포를 헌납해 9-8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이승엽 감독은 클로저 홍건희, 정철원이 휴식으로 등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19세 루키 김택연에게 경기 마무리를 맡기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김택연은 그렇게 9-8로 근소하게 앞선 9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마운드에 올랐다.
2만3750석이 꽉 찬 잠실구장. 김택연은 등판과 함께 선두타자 김선빈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후속타자 한준수를 7구 승부 끝 2루수 땅볼 처리하며 2아웃을 만들었다. 6구 연속 직구를 던지다가 7구째 체인지업을 택해 내야땅볼을 유도했다. 그 사이 1루 대주자 서건창은 2루로 이동.
김택연은 2사 2루 득점권 위기에서 컨택이 좋은 최원준을 만났다. 신인왕 1순위 김택연은 씩씩하고 담대했다. 빠르게 1B-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4구째 151km 돌직구를 뿌려 헛스윙 삼진을 잡고 경기를 끝낸 것. 최고 구속 152km의 직구(12개) 아래 슬라이더(3개), 체인지업(1개) 등을 곁들여 클로저 임무를 완벽 수행한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만난 김택연은 “소크라테스 선수가 홈런을 쳤을 때 내가 등판한다고 해서 긴장했지만 하위 타선을 만나게 됐고, 상위 타선까지 연결만 안 되면 잘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한준수 형 타석에서 체인지업을 땅볼을 유도한 게 가장 결정적이었던 거 같다. 직구가 계속 좋은 타이밍에서 파울이 되면서 안타를 맞으면 분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무조건 이 타자를 잡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만원 관중 앞이라 긴장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만원 관중은 위압감도 있고 관중들의 목소리도 큰데 난 오히려 그럴 때 한 곳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내 몸의 아드레날린이 끓어오르기 때문에 더 좋은 거 같다”라고 슈퍼 루키다운 답변을 내놨다.
김택연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해 ‘신인왕 1순위’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해왔다. 4월 중순부터 19세 루키답지 않은 담대함과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단숨에 필승조 한 자리를 꿰찼고, 한 달 넘도록 뒷문에서 ‘미친 안정감’을 뽐내며 5월 22일 잠실 SSG 랜더스전까지 22경기 2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90의 성적을 남겼다.
그런 김택연에게 첫 시련이 찾아왔으니 지난달 24일 광주 KIA전이 그랬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0으로 리드한 8회말 선발 곽빈에게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박찬호, 나성범의 볼넷으로 자초한 2사 1, 2루 위기에서 최형우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은 뒤 이우성 상대 뼈아픈 역전 3점홈런을 헌납했다. 김택연의 프로 데뷔 첫 피홈런이었다.
김택연은 ⅔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4실점을 남기고 씁쓸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평균자책점은 1.90에서 3.33까지 치솟았고, 우울한 기분 속 남은 경기를 지켜봤다.
다행히 하늘은 김택연의 편이었다. 3-5로 뒤진 9회초 양의지가 동점 투런포, 김재환이 역전 투런포를 터트리며 7-5 대역전승을 이끈 것. 김택연은 그렇게 또 하나의 경험을 쌓았고, 감독, 코칭스태프, 선배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조언 속에 빠르게 멘탈을 회복했다.
KIA에 멋지게 설욕한 김택연은 “안 좋은 기억에서도 얻어갈 점이 있지만 그래도 그런 부분은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KIA전을 특별히 더 준비했다. 다행히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음 계획을 진행하는 데 있어 차질이 없을 것 같다. 잘 던지고 내려온 거 같다”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멘탈을 회복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준 선배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택연은 “정말 많은 선배님들과 형들이 조언을 해줬다. ‘네 직구가 KBO에서 제일 좋으니 자신감 잃지 않고 던져라’라는 말이 가장 큰 위로가 됐다. 사실 그런 상황이면 (마음을) 닫아버릴 수 있는데 하나하나 받아들이려고 한 게 빠른 회복으로 이어진 거 같다. 그 때의 경험이 내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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